|
예전에는 《데미안》을 어렵고 묵직한 고전, 혹은 정답을 찾아가는 성장소설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이 작품이 보여주는 성장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과정이 아니었다. 불안과 방황, 혼란과 실패를 지나며 조금씩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는 과정에 더 가까웠다. 싱클레어는 프란츠 크로머를 통해 자신이 알지 못했던 어두운 세계와 마주하고 혼란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만난 막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가치와 기준에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도록 이끈다. 다시 읽으며 마음에 남았던 문장은 역시 “새는 힘들게 싸워 알을 깨고 나온다. 그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숴야만 한다.”
알을 깨뜨린다는 것은 단순히 익숙한 세계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닐 것이다.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결국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래서 《데미안》은 완성된 해답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책처럼 느껴졌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나답게 살아갈 것인가. 살다 보면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느라 정작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놓칠 때가 있다. 그런 순간 《데미안》은 내 안의 불안과 혼란까지 외면하지 말고 스스로 바라보라고 말하는 듯했다. 읽는 시기에 따라 전혀 다른 문장이 마음에 들어오는 책이 있다. 《데미안》이 내게는 그런 책이었다. 지금의 나에게 다시 찾아온 《데미안》은 ‘성장’이란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흔들리고 방황하면서도 조금씩 나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했다. 작고 아담한 네오 클래식 판형이라 가방에 넣어두고 틈틈이 다시 펼쳐보기에도 좋았다. 시간이 흐른 뒤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될 것 같은 고전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
학창 시절 필독서로 『데미안』을 읽었던 것 같지만, 내용은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처음 읽는 책처럼 다시 펼쳤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읽으니 어린 시절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들이 많이 보였다. 익숙한 고전이라고 생각했던 책이 지금의 나에게는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이 소설은 부모의 보호를 받던 싱클레어가 두려움과 혼란, 방황을 겪으며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데미안을 만나 새로운 시선을 배우지만, 결국 다른 사람의 답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법을 찾아간다. 흔들리고 실수하는 시간을 지나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한 사람의 성장 과정이 담겨 있어, 단순한 성장소설 이상의 생각거리를 남긴다. 1919년 발표된 이후 여러 출판사에서 꾸준히 출간되어 온 고전인 만큼, 지금 읽어도 여전히 질문을 던지는 힘이 있는 책이다. 특히 이번 네오클래식 시리즈의 『데미안』은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에 가볍고 디자인도 예뻐서 책장에 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래전에 읽었던 고전을 다시 만나는 일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나의 눈으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p.9 우리는 서로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자신을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p.54 그리고 ‘사람’이란 언제나 자기에게 편한 것, 자기에게 정당성을 주는 것을 원하는 법이야. 📍p.103 만일 동물이나 인간이 어떤 특정한 일에 자신의 모든 주의력과 이지를 집중시킨다면, 그걸 이루어 내고 말아. 그게 다야. 네가 말한 바도 정확히 바로 그거야. 어떤 사람을 충분히 세심하게 바라봐. 그럼 너는 그에 관해 그 자신보다 더 많이 알게 될 거야. 📍p.168 “새는 힘들게 싸워 알을 깨고 나온다. 그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숴야만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p.225 내게 도움이 된 것은 나 자신 속에서 앞을 향한 길을 찾고, 나 자신의 꿈과 생각과 예감에 대한 신뢰가 커지고, 내 안에 지닌 힘을 점점 더 깨닫게 된 것이었다. 📍p.236 각성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의무는 단 하나뿐이다. 그건 자기 자신을 찾고, 자기 속에서 확고해지고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으며 나아가는 것이다. 그 길이 어디로 데려가든 상관없이. 이 생각에 나는 깊이 동요디었으며, 이것이 이 경험이 내게 남긴 결실이었다. *도서협찬 *서평단활동 #데미안 #네오클래식 #헤르만헤세 #열림원 |
|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며 자란 저에게 제2장의 ‘카인’과 제3장의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처형된 죄인’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여 왔던 성경 속 이야기들을 데미안은 전혀 다른 시선으로 흔들어놓더라구요. 물론 인류 최초의 살인자인 카인을 옹호하려는 건 결코 아닙니다. 다만 제가 자라오면서 단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던 절대적인 선과 악의 경계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데미안과 그로 인해 싱클레어의 안전했던 내면에 깊은 균열이 생기는 순간이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데미안의 해석은 싱클레어뿐만 아니라 제 안의 고정관념마저 흔들리게 되더라구요. 후반부에서 저는 주인공 싱클레어가 치열하게 방황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참 좋았어요. 사실 저는 솔직하게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기 보다는 늘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먼저 구하고 선택의 순간마다 외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온전히 저만의 목소리를 내며 독자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여전히 너무 어렵고 계속 머리와 행동 사이에서 충돌하는 편인데... 그래서일까 싱클레어의 혼란과 그런 성장이 남일 같지 않더라고요. 세상이 정해준 알을 깨고 나와 혼자 선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역시 수많은 흔들림을 지나서 제 안의 온전한 데미안을 발견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불안과 혼란이 많은 20대에서 읽은 이 책이 30대와 40대가 되어서는 또 어떤 울림을 줄지 궁금해서 앞으로 주기적으로 펼쳐보는 책으로 오래오래 소장해야겠어요! 그때는 처음부터 데미안을 실존 인물이 아닌 싱클레어 내면에 잠들어 있던 또 다른 자아.. 라고 생각하고 읽어보려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