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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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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강설"이다. 그대로 옮기면 '강에 내리는 눈'이다. "눈 내린 강"이라고 해도 된다. ... "강"은 사람의 일생이다. ... 하얗게 어여쁘게 더러는 휘몰아치며 내리지만 인생이라는 강에 닿으면 녹아 버리는, 그것의 본질은 덧없이 사라지는"눈"인 것이다. 나는 늙은이에 가까우니 "눈 내린 강"이라 옮기겠다. - p. 204본문에는 줄바꿈이 없지만, 시 해설이 한 편의 시 같아서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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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강설"이다. 

그대로 옮기면 '강에 내리는 눈'이다. 

"눈 내린 강"이라고 해도 된다. ... 

"강"은 사람의 일생이다. ... 

하얗게 어여쁘게 

더러는 휘몰아치며 내리지만 

인생이라는 강에 닿으면 녹아 버리는, 

그것의 본질은 덧없이 사라지는

"눈"인 것이다. 


나는 늙은이에 가까우니 

"눈 내린 강"이라 옮기겠다. - p. 204


본문에는 줄바꿈이 없지만, 시 해설이 한 편의 시 같아서 내 마음대로 행과 연을 나누어보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시와 해설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전체가 긴 시라고, 낭송으로 연결된 연작 시편이라고 여기며 문장들을 감상했다. 다음 구절들도 내가 부러 줄바꿈을 했다. 


샘물에는

맑은 바람 소리가 가득 찼다. 

'가득 찼다', 

기다림이 가득 찬

상태로... - p. 140


'마음이 슬픈데

이렇게까지

애쓸 일인가' 하는

가여운 귀여움... 


읽는 맛이 

있다는 것이요, 

그 맛이 쾌감의 

원천일 듯... - p. 171


스스로 은거한 이와

변방으로 떠난 이의

시는 

이 국면에서

상통... - p. 101


유명한 '퇴고' 이야기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어 놀라웠다. 


... 가도가 ... 한유를 만나서 

'밀다'가 나은지 '두드린다'가 나은지를 묻자 

한유는 뒤의 것이 낫다고 했고, 

그렇게 고쳤다고 한다. ... 

'퇴고'라는 말의 유래로 널리 알려져 있다. ... 

조금 더 밀고 들어가 보면 

이게 글자 고르기를 둘러싼 문답이 아니다. ... 

친구가 아니라면 두드려야 한다. 

승려라면 승려의 친구이고, 

승려가 아니라면 승려의 친구가 아니다. ... 

가도가 한유에게 

'밀다'와 '두드리다'를 두고 물었다는 것은 

'내가 승려 노릇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속세로 돌아올까'를 

물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유가 ... 

세속으로 돌아오기를 권한 것이 된다. -  p. 89


서양철학자가 남기는 당시 해석의 구절구절이 놀랍고, 근사하다. 시처럼 우아한 이 책의 해설 문장들을 읽고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열망이 일었다. 나도 좋은 글을 남기고 싶다. 남긴다기보다 내 서정의 어휘를 넓히고 싶다. 누가 내 문장에 이런 평을 내리는 더없이 기쁠 순간을 상상해본다. 아직 문장을 쓰기 전이지만, 쓰기 전에 미리 휩싸여본다.   


"향기를 머금었다."

r******3 2026.09.03.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