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를 읽고 나서 왕원화라는 작가한테 반했다. 다음 책을 찾아도 없더니 이제 나오기 시작하나보다. 일단 대만의 젊은이들은 한국의 젊은이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일본책에서 느끼는 거리감이 오히려 대만책에서는 거의 없는 느낌이다. 남자들은 군대를 가고, 좋은 대학을 가야하고, 유학 갔다 와서 외국인 회사에 다니고 싶어하는 환경도 비슷하고, 직장에서 살아가는 모습도 비슷하다. '단백질 여자'에는 두 명의 남자가 나온다. 한 여자를 선택할 수 없는 여성전문가 '장바오'와 사랑을 두려워해서 여자와 깊은 관계가 되려고 하면 발을 빼는 '나' 가 여자들을 만나면서 장단점과 특징을 평가해가는 일상 이야기로 구성된다. 여자들은 이 위트있는 책을 재밌게 읽으면서 자신이 어떤 여자에 속하는지를 생각하게 될 것이고, 자기가 슬리퍼를 신을 생각을 하지 않고 세상에 카페트가 깔려있길 바라는 공공의 적인 여자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서 박수를 칠 것이다. 남자들은 이 책을 통해 세상의 여성들을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며, 그들의 여자 탐험을 부러워 하면서 나와 맞는 여자, 한번 놀아보고 싶은 여자, 사랑해 줬으면 하는 여자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이다. 게다가 두 주인공은 키가 크지도, 멋있지도, 좋은 배경이나 경제력을 가지지도 않은, 머리가 벗겨져가고, 서른을 넘겼고, 큰 경제력은 없이 벌어서 쭉 살아야 하고, 원룸에서 혼자 지저분하게 생활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는 사실에 안도하고 동정하고 공감할 것이다. SEX & CITY 의 캐리가 잘나가는 칼럼 리스트지만 늘 실수하고, 여리고, 자책하고, 사랑에 미숙하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던 것처럼 이 주인공들도 많은 남자들의 공감을 얻을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여자들을 세밀하게 특성까지 분류할 수 있을까? 이 작가는 여자 경험은 많되 사랑을 두려워 하는 주인공 '나' 일까?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남자들라는 존재들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볼 수 있을 것이며 남자들은 여성탐험의 바이블을 얻게 될 것이다. 꼭 읽어들 보시길~~~ ------------------------------------------------------------------------------------------------------------------------------------------------------------------------ LS2504 "내 오래전 여자친구의 차야. 그떄 그녀는 퇴근후 늘 나를 데리러 오곤 했어. LS2504를 보면 아 이제야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싶었지. 그녀와 헤어진 뒤에도 나는 퇴근 후의 회사 본관 정문앞에 서서 그대로 한 시간을 기다렸어. 지나가는 차. 멈추어 서는 차 모두 번호판이 LS2504로 보이더군 LS2504 시기를 겪고 난 후 병원에서 며칠동안 링거를 맞았어. 낮이면 이웃 병실의 환자가 내는 신음소리를 들었고, 밤이면 잠들기 전 진정제를 먹기 시작했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라디오 방송을 켜고, 몸서리 쳐질 정도의 냉수로 샤워를 하고 나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지. 난 매일 야근했고. 밤이면 될 수 있는 대로 집에 혼자 있지 않았어. 친구를 불러내 고급 식당에서 별 맛이 없는 스파테키를 먹곤 했지. 후추는 아주 많이 넣었고. 왜냐하면 미각이 둔해져 버렸거든. 물은 적게 마셨어. 왜냐하면 잔을 들 힘도 없었으니까. 친구는 이야기 하고 나는 따라 웃었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고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어. 이어서 나는 당시 상영중인 이야기를 했었는데. 남녀 주인공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가 늘 기억이 나질 않았어. 친구들의 열띤 토론이 갑자기 정지되는 순간이면, 내 머릿속에 한때의 기억이 반짝하고 스켜 지나갔어. 마치 시원한 바람이 휙 내 발밑을 스쳐 지나가듯. 잊으려던 온갖 노력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지 그러고 나면 마찬가지 과정을 반복하는 거야. 네댓 번쯤 껵고 나면, 몸이 점점 가벼워지는 걸 느껴. 그리고 결국엔 아마도 믿어지지 않겠지만 그 모든 것이 지나가 버린다구."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이제 너는 발에 잘 맞는 신발을 골라 신고, 거침 없이 이 세상으로 걸어들어오면 되. 사랑은 때론 크리스마스이브 같고, 때론 광복절 같고, 때론 황량한 광야 같을 거야. 동굴처럼 그 안에 숨어 들어가 이 세상을 피해야 하는 때도 있는거야. 줄줄 흘러내리는 피처럼 멈추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을 거야. 학교 다닐 때처럼 좋아하지 않아도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급우 같을 때도 있을 거야. 펄펄 내리는 눈처럼 완전히 네 시야를 덮어 버릴 때도 있을 거야. 카페라떼 처럼 문화적 수준과 취향의 표지가 될 때도 있을 거야. 휴지처럼 다 쓰면 대로변에 버려야 될 때도 있을 거야.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을 거야. 경솔했다 싶을 때도 있을 거야. 아내를 얻고 나니 또 다른 여자가 좋아져서, 북대서양 조약같이 다시는 존재하지 않을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결합일 뿐일 수도 있을 거야. 안전보장이 사회같이 중대한 분기점에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을 때도 있을 거야.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너는 몸소 체험해야만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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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소녀''라는 제목이 특이해서 집어들었다가, 작년에 재미있게 읽었던 ''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의 작가가 쓴 소설이라는 걸 알고 구입했다.
"타이베이의 남자들은 결함이 많다. 예의가 없고 남성우월주의에다, 자신을 꾸밀 줄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영혼이 텅 비었다는 것이다."로 시작하는 첫머리가 아주 마음에 든다. 영혼이 공허한 이 남자들의 해결책은 여자들을 쫓는 것이며, 이 소설은 타이베이의 전형적인 프티 부르주아, 주인공과 친구 장바오의 적나라한 연애 행각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사실 타이베이나 서울이나 뉴욕이나, 남자나 여자나, 괜찮은 상대를 만나보겠다고 꿈꾸며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건 모두 마찬가지다. 그래서 두 주인공이 이런저런 다양하고 엽기적인 그녀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이 낯설지 않다.
대화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지루하기는커녕 이들의 애정행각이 어떻게 전개되고, 어떻게 끝을 맺을지(한마디로 어떤 방법으로 작업을 걸다가 어떻게 차일지) 기대되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가볍게 쓴 것 같지만, 작가의 문체나 비유법이 독특하다. 게다가 어쩌면 그렇게 공감이 잘 되는 문장들을 적절하게 끼워넣는지!(“겹겹 안개 속을 헤매게 만드는 여자들한테 이젠 질렸어. 사랑한다고 하면 모르는 체하다가, 포기하고 나면 달려들기 시작하고. 열렬히 사랑할 때 내 인생의 동반자라고 하다가, 헤어질 땐 자기는 그냥 좀 즐기는 것인 줄 알았다고 하고.”) 또,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요새 흔히 나오지만, 이 정도로 솔직하게 남자들의 머릿속에 든 여자들에 대한 생각과 연애에 대한 환상을 보여주는 책은 처음 본 것 같다.
어이없을 정도로 유머러스해서 읽는 내내 웃음을 참느라 애썼지만 그러면서도 그 너머에 가볍지 않은,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한참을 생각해보니, 그건 바로 계산적이고 패스트푸드 같은 사랑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진정한 나의 사랑'', 혹은 ''영원의 반쪽''을 찾고나 애쓰는 불치병적인 염원 때문이었다.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나면서도 어딘가에 나의 운명이 있을 거라 굳게 믿고 있는 그들. 사랑을 하루 점심 한 끼보다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것은 상처받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읽다가도 어딘가 가슴이 휑했던 느낌은 이 때문이 아니었다 싶다.
남자들의 머릿속이 궁금한 여자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진실한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영원과 환상으로 포장된 러브 스토리도 아름답지만, 끔찍하도록 현실적이고 속물적인 대도시 신인류의 사랑 이야기를 알아두는 것도, ''사랑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지. 여자들의 입장에서 썼다는 속편이 기대되는 바이다. [인상깊은구절] 타이베이의 남자들은 결함이 많다. 예의가 없고 남성우월주의에다, 자신을 꾸밀 줄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영혼이 텅 비었다는 것이다. 영혼이 공허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교양을 쌓으려고 한다. 피아노를 배우거나 『시경』을 외울 수도 있지만, 그런 활동들은 폭발하는 호르몬을 잠재울 수 없다. 영혼이 공허할 때 우리는 이성異性을 쫓는다. 제짝을 못 만난 남자, 돌아갈 데 없는 여자, 남녀의 구분조차 분명하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 찬 이 도시에서 대다수의 남자들은 한 가지만을 생각하고 있다. 부잣집 딸과 결혼한다면 온 세상의 권력을 거머쥘 수 있을 텐데. 그럴 수 없다면 섹스 파트너를 여럿 두고, 도처에서 여자들 덕 좀 보자.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타이베이는 구애의 정글로 변했고, 남자들은 하나같이 라이온 킹이 되기를 꿈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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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사랑..사랑은 삶의 활력소임에 틀림없다. 부정하려해도 인정못한다고 큰소리쳐도 결국에는 사랑앞에서만은 비굴해지기도 하고 자존심 따윈 필요치 않다는것을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인정하지 않을까싶다. 우리세대와는 달리 요즘세대는 스텐레스같은 요란한 사랑하다가 찡그렁소리내며 아작을 내기가 무섭게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가슴아파하는 시간도 짧다. 모르겠다 선입견에 이러한 생각의 편견을 지니게 되었는지도...
단백질 소녀는 우리에게 필요한 필수영양소인 단백질 같은 여자를 뜻한다고 한다. 주인공인 나와 장바오~후훗~단백질 같은 여자..남자들은 그런다. 영계같은 여자가 좋다고 나이가 한살이라도 어리다치면 사족을 못쓰고 침을 질질 흘린다. 뭐..누구나 20대에는 주변에 그런 늑대 득실득실했으리라..띠동갑 만나면 인생만땅 다 가진줄 알고 착각하는 어리석은 자들이 이혼의 굴레에 걸려 헐떡이는 꼴을 가끔 보았으니 그 이후 정답이 아닌 오답이었음을 깨닫고 난뒤에는 성격좋은 여자가 1순위 그리고 편안한 여자 모~이런식이 된다. 얼굴이 이쁘면 1년이고 몸매가 이쁘면 2년이고 성격은 평생 간다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다들 겪어보고 수난을 당한뒤에 나오는 말이 아닐런지..
개인적으로 나와 장바오의 거침없는 수다에 동조했다. 읽는 즐거움이니까.. 내가 해보지 못한거 간접경험이랄까.. 통쾌함..그냥 쭉 달리다가 끝이 보이는 단거리니까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타이베이의 남자들 훌륭한 족속들이다. 크하하..용도와 특성에 따라 다리미, 냉장고, 세탁기..비유도 어쩜 이리 톡톡 쏘는지..비밀스런 이야기라 더 흥미로운지도 모른다. 순간순간 놓칠수 없는 단어들..혼비백산했던 순간들..놀라워 움찔했던 귀절들~색다른 경험이랄까..능력있고 쭉쭉빵빵한 여자 싫어할 사람 있나 나와봐~!!이소리가 귀에 울리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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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하다. 이 안에서 남자라는 존재는 순전히 여자를 꼬시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현실도 다를 바 없다. 여자라고 예외 역시 아니다. 그 수단과 방법의 차이는 존재할지언정 우리는 모두 헤라와 큐피트의 노예가 아니었던가? 대만의 하루키라고 언론이 별명을 붙여줬던데, 내가 볼때는 하루키와는 거리가 좀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건조하지 않으며 중의적, 은유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지도 않았다. 유사한 점이라면 읽기에 부담이 없는 가벼운 문체와 쉽게 쉽게 이야기를 푸는 화법정도랄까? 애초에 문학작가로써 활동하고 있지 않다가 단백질 소녀를 계기로 소설을 쓰고 있다고 들었는데, 건방진 말이지만 다른 작품을 감히 읽지 않고서도 타소설이 더 나을 것 같지는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만큼 단백질 소녀라는 소설 자체가 더 이상 나올것이 없을만큼 남자를 솔직히 까발려 놓은 소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백질소녀2는 여자들이 주인공이라고 하던디...) 남성에 대해 순수한 꿈을 가지고 있는 여성에게 남성혐오증을 불러일으킬 지도 모르겠지만, 세상 모든 남자들은 결국 그 난잡함 속에서도 순수함을 가지고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이다. 부디 양 쪽 모두에게 축복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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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8월 29일 단백질 소녀를 마무리 지었다
힘든 하루에 아침과 끝에서 바늘이 1에서 다시 1로 오는동안
그렇게 단백질 소녀를 읽어갔다
처음 기대했던 풋풋한 로맨스는 아니었지만(사실 난 지금도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로맨스에 울고, 만화책보다 울고, 흘려지나가는 드라마 화면에 운다... 정신은 자라지 않는 걸까.. 아니면, 자라길 거부하는 걸까..) 그래도 도움은 된 책이었다..
나와 달리 주인공들은 너무나 잘 났다(주인공은 아니라고 평범하다고 하지만, 어떻게 부총통?의 비서관이 평범할수있겠는가) 그리고, 언제나 여성이 끊이지 않는다.. 부러비..
사실 여자가 많은게 부러운 건 아니다.. 그저 여자와 나눌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 있다는 것이 부러운 것이다..
이책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세상을 남녀의 엔조이에 물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정말로 주위를 보면 그런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직 난 그렇게 세상을 보고 싶지는 않다..
풋내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세상은 내게
아니
내가 만드는 세상은
풋풋한 세상이다..
그래서 내가 살아가려하고
희망을 갖고 있다.. [인상깊은구절] 저녁때 만나서도 애써 잘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고, 어투나 손동작을 사전에 연습할 필요도 없어. 자리에 앉은 후 그녀에게 담뱃불을 붙여줄 필요가 없고, 계산할 때 내가 지불하겠다고 서둘러 나서는 척할 필요도 없지. 메뉴 선택은 모두 그녀에게 맡길 거고, 그녀는 좀 싱겁게 먹으라고 할 거야. 식사를 마치고 길을 걸으며 서로의 손을 꼭 잡지. 섹시한 저 여자가 예쁘냐고 그녀가 물으면, 당신의 자연스러운 건강함이 좋다고 난 대답해. 좀 뚱뚱하다는 말이냐고 그녀가 물으면 난 바로 내일 날씨로 화제를 돌릴 거야. 소고 백화점에 이르러 그녀는 내 팔을 끌고 안으로 들어가 양복 한 벌을 사줄 거야. 그녀는 좀 밝은 색을 입어라. 매일 공산당처럼 입을 필요는 없지 않는냐고 말해. 집에 돌아와 그녀는 목욕을 하고. 난 그녀가 만든 케이크를 먹어. 그녀는 욕실에서 이렇게 외치지. 올해는 우리 세금을 합해서 신고해야 한다는 거 잊지말라고. 난 케이크를 먹으며 그녀가 늘어놓는 화초들을 바라보다 이게 바로 가정의 느낌이라고 생각해 |
| 작년 8월, 여름휴가에 앞서 괜찮은 소설책을 찾던 중에 우연히 발견한 것이 ''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 였다. Book marketing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title, 즉 책 제목이라고 했던 신문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 한눈에 딱 들어오는 책제목...그리고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럽 쉽게 읽히는 책 내용...갑자기 왕원화라는 작가가 궁금해 졌다. 표지 대면에 소개된 작가의 약력, 국립 타이페이 대학 졸업 후, Stanford에서의 MBA, 그리고 월스트리트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한 경력, 컬럼비아 영화사 마케팅 매니저를 거쳐서 현재 MTV의 managing director이자 인기있는 라디오 방송 진행자라고...이건 마치 내가 꿈꾸어온 나의 future career path인데...갑자기 그가 부러웠다. 그의 다른 작품을 기다리고 있던 차에, 그에게 소위 유명세라는 것을 가져다 준 작품 ''단백질 소녀'' 가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역시 특유의 위트와 쉽게 읽히는 문단 구성이 맘에 들었다. 그의 작품 세계를 논한다기 보다는 그가 얘기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우리들에 대한 뛰어난 관찰력이 더 와닿았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왕원화 및 그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은 지난 5월초 대만으로의 여행을 이끌었다. 떠나기 전 대만에 있는 모든 친구들에게 일단 그의 작품에 대해 알고 있는 지, 단백질 소녀에서 언급된 타이페이의 모든 장소들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알려 두었다. 마치 일본의 중년의 아줌마들이 ''가을동화''의 준상이 집을 찾아가듯 나의 타이페이 여행기가 시작되었다. 중정 기념관, 국부 기념관, 중산대로, 청핀서점(Eslite), 런아이로를 걸으면서 지나치는 사람들을 장바오와 주인공 그리고 그들이 늘 화두로 올리는 냉장고, 다리미, 세탁기 카테고리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물론 마음 속으로만) 그리고 타이페이 사람들이 즐겨 먹는 다고 언급된 훠궈와 샤오롱바오쯔 등을 먹으면서 타이페이의 젊은 이들은 밤새 clubbing을 하고 24시간 운영하는 훠궈 집에서 술마신 속을 추스린다는 점에서 한국의 24시간 감자탕집이나 해장국 집을 생각해 내었다. 타이페이를 떠나는 마지막 날, 타이페이서 유명하다는 Bar Saints & Sinners의 매니저에게 ''단백질 소녀''를 읽어보았냐고 물어보았다. 그의 직설적이고도 유쾌한 답변... "Sure, I did read the book. It was very popular a couple of years ago" "Honestly I didn''t really like those two losers in the book." "The book is all about two desperate losers who chase material girls" 아무튼 지금 내 책상에 놓여 있는 해독 불가능한 ''단백질 소녀2'' (중국어 버전)을 보면서 왕원화의 다음 작품이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
| 왕원화의 소설 <단백질 소녀>를 읽고 나니 도대체 왕가위는 이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지 궁금해진다. "기운 차려, 아직 내가 아는 여자들은 쌔고 쌨어." "필요 없어."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몰라. 그 대신 내가 ''단백질 여자''를 소개해줄게." "영양사야?" "아니, 내 직장 동료야. 단백질 같은 여자지. 건강하고 깨끗하고 뭐든 잘 먹고 원만해. 그녀와 함께 있으면 키도 쑥쑥 크고 몸도 탄탄해질걸!" 아하, 단백질 여자가 그런 거였군. 내 주변에 그런 단백질 여자가 있었나? 없는 모양이다. 키도 쑥쑥 크고 몸도 탄탄해지지 않은 걸 보면. 아니면 단백질 여자는 남자만 키도 쑥쑥 크고 몸이 탄탄해지게 만들거나. <단백질 소녀>의 주인공은 단백질 소녀다. 이 소녀가 지방질 남자와 탄수화물 남자를 만나 키도 쑥쑥 크고 몸도 탄탄하게 만드는 그런 내용이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단백질이 아니라 장소팔-고춘자 같은 두 명의 만담 콤비다. 둘다 남자지만. 나와 친구 장바오가 일주일마다 떠드는 사랑과 연애에 대한 수다. 그래서 각 장마다 지난 주, 로 시작하는 소설. (원래 책으로 묶기 전에 신문 토요 칼럼 같은 거였다고 한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사귄대. 걘 잘 생겼어. 대학 때 모델을 했대." (난 대학 다닐 때 아르바이트로 화학폐기물을 치웠다.) "걘 운동을 잘해서 고등학교 때 QB를 맡았대." "QB가 뭔데?" "쿼터백, 미식축구 포지션 중 하나야. 그는 스타 QB였고, 그와 잠자리를 하고 싶어했던 여학생들은 줄을 섰지!" (나는 고등학교 다닐 때 TB, 즉 폐결핵을 앓은 적이 있다. 그 뒤로 몸이 약해져서 계단 한 층을 올라가도 숨이 가빠 바지 지퍼가 어디에 붙어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나는 텔레파시를 보내야 할 것 같다. 나랑 잠자리를 하고 싶은 사람은 화성에나 있을 테니까.) "그는 카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릴 때면 늘 손으로 풍성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나도 한 번 같은 동작을 해봤지만, 이미 남은 게 별로 없는 머리카락이 다시 반은 빠질 것 같았다.) "안정제는 필요없어. 필요한 건 사랑이야. 지난 삼십여 년간 난 미라처럼 살았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떻게든 도망갈 궁리를 했어. 그녀는 사랑이 더 이상 저 멀리 닿을 수 없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수돗물과 같이 틀기만 하면 끊임없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나에게 일깨워주었어." "넌 그 수도세 감당 못해. 내 말 들어. 중년의 위기를 넘기는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니까. 차라리 페라리나 한 대 사라구." "속물 같으니라구." "장바오, 내 말 잘 들어. 좀더 이성적이 되란 말이야." "이성적이고 싶지 않아. 이성은 지난 내 삼십 년을 갉아먹었어." "매달 삼십 일마다 고정적으로 월급을 받아내는 것도 이성 때문이야." 어떻게 해야 내 벗을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그를 설득할 수 있을까? 수돗물도 치명적일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결국 자신은 남자의 시간을 조금도 가질 수 없어." "남자의 시간?"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영화를 봤냐?"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 "아니. 알리시아 실버스톤이 나오는 <클루리스>라는 영화 말이야. 그 영화를 보면 똑똑한 남자는 섹스를 하고 최소 닷새가 지난 후에 야 여자에게 연락을 위한다는 대사가 나와. 바로 이 닷새가 남자의 시간이야." (<클루리스> 이 영화, 진짜 뻔한 일요일 저녁에 하던 1시간짜리 디즈니 영화같지만, 나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아인슈타인은 동기동창이었던 밀레바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에서 이렇게 말했어. ''너는 정말 생기발랄한 여자야. 그런 자그마한 몸에 어떻게 그런 많은 에너지가 숨어있는지 정말 신기해. 네 생각이 날 땐 헤르츠가 쓴 전력전송에 관한 책을 봐. 헬름홀츠의 전동역학 중 최소 운동법칙에 대한 토론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거든.''" 뭐 이런 식의 만담 주고 받기. 나와 장바오는 끊임없이 여자를 찾아다니고 여러 타입의 여자를 만나고 (냉장고 타입, 세탁기 타입, 다리미 타입, 사투리녀, 안나 수이, 아이작 아시모프, 고도의 관리가 필요한 여자, 단백질 여자, 마이애미의 차가움, 지난날의 압박 등등) 장소팔-고춘자처럼 사랑과 연애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끝까지 그렇게 끝난다. 영화나 나오면 봐야겠다. 결국은 도시남녀의 이야기다. <끝에서 두 번째 여자>의 가벼운 버전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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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대만 작가의 소설이고, 또 많이 판 책 중의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비교적 가벼운 내용이어서 소설집이라고 보기에는 콩트 모음에 가까운 것이고, 예상대로 1주에 한번씩 잡지에 실은 내용을 책으로 만든 것이라 생각된다. 대만의 중산층 펀드 매니저의 여자 관계에 고민을 보고 싶다면 권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권할 수 있는 책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배경을 서울이나 도쿄도 바뀌어서 글 전개에 무리가 없는 아시아의 색채가 강하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은 중산층 엘리트이다. 대만의 가장 명문대가 타이완 대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고등학교도 평준화가 아니라, 명문고가 존재한다. 한국으로 보면 특목고에 서울대를 나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의 주인공은 명문고, 타이완대, 그리고 미국에 MBA를 다녀온 금용 쪽에 일하는 사람 2명이다. 나와 친구인 장바오의 비교를 통해서 서로 다른 점을 보여 주려 하는 것 같다. 한 명은 원 나잇 스탠드를 즐기는 전형적인 바람둥이 스타일, 또 한명인 나는 뭔가 진실한 사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파랑새를 찾아다니는 스타일이다. 또한 이 두 사람이 만나는 많은 여자들이 등장한다. 이번에는 이 여자를 만나면 이 여자의 장점을 느끼고 빠져들지만, 또 단점에서 회의한다. 때로는 먼저 헤어지기도 하고, 헤어짐을 통보하기도 한다. 그렇게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끊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결론을 내기가 매우 어려운 작품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 연재가 끝날지 알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좋은 말로는 허무한 도시의 젊은 남녀 이야기이고, 나쁜 말로는 별로 읽을 것이 없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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