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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이 작품을 공중파에서...?' 각종 매체에서 기사로 띄우는 설레발인데, 알고 보니 다 한국영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방화(이제 이 어휘는 왠지 쓰면 안 될 것 같다) 일색으로 명절 편성을 하면 언제 알고 분노부터 앞세운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쳐 방송사가 꼬리를 내릴 정도였는데, 십 년도 안 되어 이만큼이나 분위기가 일변한 것이다. 갓 상경하여 촌티 벗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제 은근 차도남 행세를 하려 드는 한국영화가 과연 그래도 될 만큼 질적 성장을 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과연 다이나믹 코리아임은 넉넉히 확인할 수 있는 촌극이 아닌가 생각은 든다.
제작되어 개봉한지 수십년이 지나도록 도통 TV에 뜨지를 못하는 영화가 과거에는 몇 편 있었는데, '벤허'와 이 영화가 그것이다. 나이는 이 작품이 몇 살 위지만, 후자는 이 작품이 전파를 탄 후에도 몇 년 동안은 스크린에 계속 걸리다 1987년 (한국에서는) 최초로 방영된 이유로, 아무래도 스크린의 최장수 타이틀(그런 게 있다면)은 동생에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찰톤 헤스톤이 모세 역으로, 율 브리너가 파라오 람세스 역으로, 그리고 그 비 역에 앤 박스터라고 올드팬 중에서도 나이깨나 먹은 축이라야 알아볼 법한 배우가 나오는데, 이 정도면 당시로 꽤나 뜨르르한 캐스팅이었다. 감독은 세실 B 데밀이고, (나중에 '벤허'도 찍은)MGM에서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찍은 초대형 서사극으로서,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된 데다 흥행결과도 좋았으며, 지금 봐도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와 볼만한 스펙터클, 배우들의 성실한 연기와 경건한 종교적 분위기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율 브리너의 경우 유독 이 영화에서는 그만의 불을 뿜는 듯한 카리스마가 잘 발휘되지 않는데, 그것은 상대역인 찰턴 헤스턴의 힘에 눌려서라기보다는(그럴 리가), 뭔가 배역상의 포지셔닝에 대한 확고한 이해가 스스로 부족한이유가 아니었나 하는 게 내 판단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실로 멋있는, 주역보다 빛나는 악역으로 얼마든지 스스로를 부각할 수 있었고, 사후적으로 지긍의 우리가 확인할 수 있듯 그럴 만한 능력이 충분했음에도 무슨 일종의 자제인지 무기력인지 모를 동기로 영 맥없이 파묻히는 느낌이다. 앤 박스터는 당시 기준으로는 상당한 미인이었겠지만, 지금 보면 관객의 눈은, 온통 그녀의 얼굴 크기와(...) 부자연스러워서 부담스러운 표정에 쏠릴 정도로, 차라리 전체로서의 영화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의 장애요소라 말하면 좀 지나친 걸까. 헤스턴은 이 영화를 계기로 자신만의 이미지와 스타일을 헐리웃에서 어떻게 통용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을 굳혔다 할 만큼 뿌듯한 성취를 이루어냈으며, 후세 평론가들의 그의 연기에 대한 질적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에 상관 없이 최소한 개인적 입지를 확고히한, 그 개인에게 있어 진정한 출세작이라고 할 만하다. '벤허'에서의 대성공은 이미 이 작품에서 성공적으로 다진 이미지의 확장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홍해가 갈라지는 씬 특수효과는 지금 보면 낯이 뜨거울 정도이지만, 이로부터 무려 40년 후에 만들어진 英 BBC판 리메이크(벤 킹슬리 주연)에서 샤워기와 바께쓰로 재현한 어처구니 없는 부실촬영에 비하면 의도적 관객모독의 오명에서 비껴감은 물론이고, 시대 사정을 감안했을 때 30년대판 킹콩이 보인 성실함에나 비견되어 마땅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