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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마음을 모르겠는 사람들 ✅️ 감정 때문에 답답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 ✅️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사람들 우리는 종종 우리 자신의 마음 때문에 혼란스럽고, 가끔은 고통스럽기까지 한 시간들을 보낸다. 감정 때문에 혼란스러운 건, 대부분 그 감정을 명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해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향한 아리송한 마음 때문에 불안을 느끼다가 그것이 '사랑'으로 규정될 때, 비로소 답을 찾는 상황처럼. <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에는 그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마음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후성'이라는 감정이 인상적이었는데, 당시에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겼던 사건이 시간이 지난 뒤에는 다른 의미로 해석되며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 이야기는,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나의 감정을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느낌이었다. 명확히 풀이되지 않아 우리를 괴롭게 만드는 미묘한 마음들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니,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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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자주 이런 느낌을 경험한다. 화면 앞에서 무언가를 입력하려다 멈추고, 이 선택이 정말 내 선택인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AI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 없는 불안"이라고나 할까.. 무엇이 불안한지 설명할 수 없지만, 확실히 불안하다. LLM 생성형 인공지능이 일상으로 침투하면서 우리는 전대미문의 불확실성 속 으로 빨려들어갔다. 알파고가 바둑판 위의 불확실성을 정복했다면, 지금 우리가 마주한 불확실성은 우리 자신의 존재 위 에 걸려 있다. 내가 생각한 것도 누군가는 이미 생각했을지 모른다. 내 선택도 알고리즘의 예측 범위 안에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이 현대의 불안이다. EP문화와 이중구속. "직장에서는 유능한 동시에 여유로운 동료여야 하고, 집에서는 따뜻하면서도 간섭하지 않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낡은 시대의 말처럼 느껴진다. 이제 우리는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동시에 해야 한다. AI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압박, 하지만 AI에 일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공포. 새로운 기술에 적응해야 한다는 명령, 그러나 그것이 인간성을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경고. 우리는 '정상'이 무엇인지 모른 채 정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있다. 이것이 현대적 노모패시(normopathy)가 아닌가 싶다. 내가 느끼는 불안은 단순히 실업의 공포가 아니다. 더 깊은 곳에는 나의 가치가 기 계적으로 계산될 수 있다는 생각, 내가 '대체 가능한 존재'로 환원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책에서 말하는 "피플 플리저"처럼 나도 무의식적으로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역할이 이제는 인간이 아니라 알고리즘에 의 해 정의되고 있을 뿐이다. 책은 상호주관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AI와의 상호작용에는 일방성이 있다. 나는 반응하지만, 그것이 정말 '반응'인지 의문이 든다. 더 정확히는 반응 의도의 흉내인 것 같다. 더 불편한 것은 이 일방성이 점점 양방성으로 착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위로받고, 공감받는다고 느낀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이것이 건강한 상호주관성일까, 아니면 정교하게 설계된 환상일까? 책에서 말하는 "판타즘(환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은 아닐까 싶다. 내 불안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나는 누군가와 진정으로 만나고 있는가? 아니면 정교하게 프로그래밍된 거울 속에서 나 자신의 반영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반영적 자기대상으로서의 AI를 무한정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너는 멋진 사람이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환상이다. 사후성의 의미도 흥미롭다. 의미 없이 숨겨져 있던 무의식적 기억이 시간이 흐른 뒤 '사후적으로'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것. 정신분석가 크리스토퍼 볼라스의 말이 떠오른다. "주체는 좀 늦게 현장에 도착한다." AI 시대에 우리는 이 사후성 자체 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경험, 선택, 감정이 모두 데이터로 변환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경험을 사후적으로 해석할 기회를 빼앗긴다. 대신 이미 해석된 데이터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추천 알고리즘이 나를 정의하고, 트렌드 분석이 나의 미래를 예측한다. 역설적이다. 우리가 과거를 재구성할 자유를 잃을수록, 현재를 이해할 능력도 상실한다. 책에서 강조하는 이름 붙이기"의 능력 즉, 자신의 경험을 언어로 정의하고 의미화하는 능력이 가장 절실해진다. 하지만 그 이름을 누군가에게 빼앗기고 있는 중이다. 책은 희망적이다. "모호함을 견디는 것은 회피와 다르며, 성급한 단정을 유예하는 태도다." 그리고 "가짜 안전감 속에 숨 어 있는 것은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견디는 능력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내 불안에 이름을 붙인다면 이것이다: 현대는 모호함을 견디는 능력을 빼앗으면서, 동시에 그것을 요구한다. AI 시대의 불확실성은 과거의 그것과 다르다. 과거의 불확실성은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불확실성은 "이미 알려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의된 나'를 마주할 것을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제시하는 길은 명확하다. 양가감정을 받아들이듯이, 우리는 이 시대의 모호함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름 없는 마음에 이름을 붙이면 막연하기만 하던 불안과 공포는 다룰 수 있는 마음이 된다. LLM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과의 경쟁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불안에 이름을 붙이고, 그 불안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심리적 성숙함이다. 알고리즘이 예측할 수 없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나의 불안을 마주하고 있는 이 주체의 얼굴이다. 우리는 좀 늦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다. AI가 쓴 시나리오 위에 손글씨로 우리의 경험을 적을 수 있다. 그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일이라고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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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심리학 용어나 MBTI 같은 진단 유형이 흔해졌다. "너는 MBTI가 뭐야?"라는 말이 인사가 되고, 남다른 상태를 짐작하며 우울증과 번아웃을 거론하기도 한다. 어쩌면 복잡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빠르게 나를 설명하고 안도감을 얻고 싶어서 이런 이름들을 붙이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유형으로 묶는다고 해서 사람의 다면적인 모습이 말끔히 이해되진 않는다. 유독 나 자신에게 가혹한 우리는 익명 게시판에 사연을 올리며 "제가 이상한가요?" 묻곤 한다. 사람들은 댓글로 잘잘못을 가려주고 대신 화를 내주기도 하지만, 이 시끌벅적한 과정 속에서 진짜 내 감정은 소외된다. 옳고 그름을 떠나, 내가 왜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 스스로 탐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겁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짚어준다. 일상에서 겪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모순된 감정과 불편함 등에 28가지 심리학적 이름을 찾아 붙여준다. 눈치껏 일하되 결과는 완벽해야 하고, 내 공은 겸손하게 낮춰야 하는 한국 사회의 심리적 역동 속에서 버텨온 마음들이 구체적인 언어로 확인받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살다 보면 깔끔하게 설명되지 않는 고통도 있고,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경험도 있기 마련이다. 파편처럼 흩어진 마음들을 하나씩 다듬고 조립해갈 때, 우리는 비로소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내 안의 불안과 두려움을 서두르지 않고 지켜보면 나만의 언어로 이름을 붙여줄 때가 올 것이다. 그동안 위로받지 못했던 마음이 풀어지는 데에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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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존재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저 ‘상처받은 마음’이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거나, 심리 상담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사소해 보이는 일에도 우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에 흔들리고 때로는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힘들어한다. <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는 현대인이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다. 막연한 불안과 공포를 다룰 도구가 없다면,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 마음을 구체적인 언어로 설명하는 것,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마음을 돌보는 일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마음의 문제를 개인의 성격이나 경험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가령 ‘EP 문화’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되, 그 과정에서 힘들어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이 만연한 심리적·사회문화적 분위기를 뜻한다. 사회적 기대가 개인에게 정신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사례다. 학업, 외모, 인간관계 등 모든 영역에서 완벽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노력한 흔적은 감춘 채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개인은 끊임없는 긴장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완벽함을 향해 쉴 새 없이 달려가면서도 힘든 기색을 드러내는 순간 ‘쿨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책은 사회가 개인의 마음에 가하는 압력을 구체적인 용어로 설명한다. 그동안 막연하게 느껴왔던 부담의 원인을 이해하면서, 나 역시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지나치게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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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 드라마 총괄 마케터와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던 그녀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마주하는 정신분석과 심리학의 길로 들어섰다. 해피엔딩이 대부분일 드라마 세계의 잔인한 낙관주의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현실회피가 아닐까 궁금하던 차였는데 저자는 정신분석적 역량을 통해 고통의 감정을 마주하고 소화하며 ‘견딜 수 없는 마음을 견디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느껴지겠지만, 일상에서 평범하게 느끼는 정체불명의 불안과 모순된 감정의 정체를 명확한 정신분석의 언어로 이름을 붙이는 책이다. 아이를 키울 때, 왜 우는 걸까, 궁금하던 때가 더러 있었다. 아이는 한국어가 미숙했고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는 거라고 심적으로 재어 생각했다. 이에 대해 여러 책을 읽어봤는데 대부분 전문가들은 감정이 담긴 단어를 많이 알려주는 것이 아이의 눈물을 줄여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른이 된 나 역시 아직도 내 마음이 어떻다라고 표현하기에 어휘력이 모자람이 느낀다. 그저 짜증난다, 신경질난다 정도로만 표현하지만 아직 해소하기 부족한 어떤 감정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그런 마음에 대해 28가지 심리학 개념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챕터마다 한 개인의 구체적인 장면들을 보여주며 그들의 심리를 풀어내준다. 막연했던 내면의 혼란에 이름을 붙여주며 내 자신도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의 역할을 해준다. 총 4부로 1부에서는 남들의 기대에 맞추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한 무의식을 다룬다. 2부에서는 사랑하면서도 자해적인 관계 패턴을 반복하는 모순에 대해, 3부는 과거의 억압된 기억이 긁고 지나간 자리를, 4부는 불안과 고통을 견디기 위해 마음이 구축한 여러 심리적 생존 기제를 소개한다. 각 장마다 수록된 체크리스트와 질문은 독자가 자신의 마음 구조를 다각도로 점검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피플 플리저’ 챕터를 읽을 때는 개그맨 이수지씨가 패러디한 유치원 선생님, 피부과 직원등이 떠올랐다. ‘남 기쁘게 해주기라는 병’(p.57)에 대해 상대방의 감정은 내 책임이 아니며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이 와 닿았다. ‘혼자일 수 있는 능력’을 읽으면서는 상상의 친구가 등장하는 그림책들이 몇 개 떠올랐다. 전에는 그저 아이일 때만 가능한, 그림책 속 상상의 친구일 것이라고만 치부햇으나, 아이가 혼자 그 그림책에 온전히 몰입했을 때 만날 수 있는 친구였음을, 부모와 친구들의 관계가 아닌, 자기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시간이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외에도 나를 비판하는 혹독한 목소리 ‘내면화’, ‘역의존’, ‘조적방어’등 모호한 감정들에 하나씩 이름이 생길 때마다 “무섭고 두려웠던 마음에서, 내 안에 담긴 감정이 조금씩 소화되고 있음”(p.307)을 느끼며 위로받는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갔기도 하지만, 잊고 있었던 과거의 못난 내 모습들도 마구 떠올랐다. 그때의 내가 몰랐던 당시의 모호한 마음의 이름들을 이 책을 읽으면서야 ‘이런 이름이었구나’, ‘내가 당시에 그랬었구나’를 깨닫는다. 그렇게 객관화된 나를 돌아보니 그저 이불킥을 해댔던 부끄러운 내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의 반응에 과도하게 민감한 피플 플리저, 거절과 의존에 두려움을 느끼는 역의존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 이 책은 필요하다. 관계 속에서 매번 같은 이유로 상처받거나 이유 없는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도 권한다. #모호한마음에이름붙이기#노은정#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2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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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대상에게 원하는 것을 채울 수 없을 때 나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복잡하게 뒤엉킨 슬프고 아프고 이상한 것들이 있다. 6" 병원 로비에서 삼십분이 넘게 사소한 일로 부모님과 언쟁을 했던 날이다. 시간이 갈수록 부모님의 고집이 쎄지는 것 같고, 더 합리적이고 편리한 방법을 제시해도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아 사소한 일을 가지고 다툼과 설득이라는 오랜 시간이 필요해진다. 불필요하게 짊어지고 있는 습관같은 것들, 쌓고 묵혀둔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해야할 때라고 말하는데도 익숙하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통에 대화를 하다하다 결국은 서로 왜 이해를 하지 못하냐며 마음이 상했다. 답답함이 나를 화나게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답답하다와 화난다로 일축하기엔 돌아서 남은 감정이 슬펐다. 그때, 집어든 '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에서 만난 문장이 바로 이것이었다. "복잡하게 뒤엉킨 슬프고 아프고 이상한 것들" 일렁이는 마음을 다독이며 읽어보았다. "살면서 처음 경험하는 양가감정은 대부분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88"고 한다. 과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바로 부모님과 있었던 일이었다. 분명 걱정과 애정으로 시작한 대화가 짜증과 다툼으로 번져가는 동안 "사랑과 미움, 기대와 실망, 고마움과 짜증 같은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86" 느껴져 의도대로 되지 않음에, 오히려 압박을 주고받는 상황을 만들었음에 후회가 되고 더는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지기도 했다. 이런 마음을 잘 다룰 수 있어야 더욱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순간에 단순하게 솟아오르는 감정을 누르고 자신의 마음이 어떤 갈래를 가지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정리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솔직하자면 어떤 부정적인 상황에 대한 글을 읽을 때마다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사람, 과장이 섞인 듯한 우연한 행운의 연속,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좋아해줘서 감사하다는 겸손이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지던 사람이었다. 그는 학교 다닐 때도 시험만 보고나면 전날 피곤해서 공부를 하나도 못하고 일찍 잠들어버렸는데 운이 좋게 찍은 문제가 다 맞아서 점수가 잘 나왔다며 시험지를 가져와 펼치곤했다. 평소에는 늦게 자면서 왜 시험때만 되면 10시도 안돼서 자버리는지, 어떻게 찍은 문제가 다 정답이었는지, 매번 공부 하나도 못했다고 말하는 친구를 보며 거짓말과 가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었다. 그 행동에 'EP문화(14)'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줄은 몰랐다. 그와의 관계는 결국 끊기고 말았지만 혹시 알았더라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에게는 이해보다는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며 좋은 말을 해줄 관심과 감탄만이 필요했던 것(자기애적 공급 160)일지라도. 혹시 내가 그에게 매번 긁혔고, 그래서 그를 긁으려 들었던 것(상호주관성 72)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를 읽는 동안 마음에 걸렸던 상황이나 사람과의 관계를 떠올리고 그때 어떤 마음이었나, 지금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살피는 동안 이상하게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외부의 문제보다 그것을 담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불만스러워졌다. 그렇게 마음이 좁았나? 그렇게 생각이 미성숙했나? 그렇게 대처가 부족했나? 그렇게 담아두고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나? 자기 자신을 향해 "그 과거(트라우마 내러티브 214), 이제 좀 그만하면 안 되겠니?(215)" 물어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 이렇게 자신을 몰아세워 책임을 돌리는 것(도덕적 방어 264)으로 회피하려는 것은 아닐까 점검해보게 된다. " 도덕적 방어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관계를 위해 내면의 전쟁을 감내한다. 다음은 도덕적 방어에 익숙한 사람들의 특징인 자기검열과 비난, 감정 억제의 모습이다. 270" 스스로를 점검하는 태도,가 젊은 여성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과잉된 배려와 친절, 갈등 상황을 피하려는 사회성의 특징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에서도 '착한 딸/이해심 많은 아내/헌신적인 엄마(271)'등 여성의 경우를 예로 들고 있어 정말 그런 경향을 띄고 있는지, 그래서 나 역시 자기검열과 도덕적 방어에 익숙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사소한 문제가 있을 때도 사과를 쉽게 하고, 타인의 사과를 받을 때도 마음이나 상황과는 달리 괜찮다고 하거나, 도리어 같이 사과를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여성 독자에게 특히 더 이런 면모가 있는지, 그렇다면 반대로 남성에게 주로 나타난다는 권위와 전문성에 상관없이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거나 질문하는 태도가 이와 반대 지점에 있는지도 함께 궁금해졌다. 기대 이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면밀히 따져보며 읽게되는 책이었다. 어떤 것들은 소제목과 내용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기도 했지만,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특히 가장 많은 항목을 꼽았던 것은 "일상에서 만나는 반동 형성의 패턴들 242"이었다. 자신이 부끄럽게 여기고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 문제라고 의식하지 못한 채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도 사실 불안과 갈등, 스트레스 앞에서 마음과 반대되는 행동을 함으로써 방어하려고 했던 시도라 생각하니 잔뜩 휘저어 탁했던 속내를 가라앉혀 한결 투명하게 살펴본 기분이 들었다. 그리하여 드러난 것들이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떤 사람일까, 어떤 기분이고, 어떤 생각을 할까, 뭘 좋아하고 싫어할까 같은 질문을 가지고 있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게시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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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마음에이름붙이기 #노은정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 노은정 지음. 한겨레출판. 2026. _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 이 책을 읽으며 아, 이런 걸 지칭하는 용어가 있었네, 싶은 마음이 컸다. 이런 것도 정신분석에서 설명하고 있는 용어와 개념이 있다니,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랍고 또 뜨끔해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 책은 자꾸 읽으면 읽을수로, 내가 이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찾게 된다. 나의 지금의 상태와 마음, 정신이 어느 지점에 가 있는지, 나는 이 중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를 가능하고, 체크리스트의 몇 개가 나에게 해당하는지를 확인하느라 멈칫하게 됐다. 심지어 지인에게도 해당할 것 같은 부분의 체크리스트를 보여주고 확인해보고 했다. 그 지인의 반응은, 책을 조용히 나에게 다시 전해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항목에 다 해당한다는 뜻. 스스로의 상태를 직면할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나보다. 이 책을 다시 꼼꼼하게 읽어보라고 추천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EP(Effortless Perfection)문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되, 그 과정에서 힘들어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을 지칭하는 심리적 사회문화적 분위기. 애쓰지 않는 듯 보이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수정씨의 마음은 EP(Effortless Perfection)라는 개념으로 풀어볼 수 있다. 직역하자면 '노력 없는 완벽함'이라는 뜻이다. 애쓰거나 노력한 티를 내지 않고 자연스러운 완벽함을 추구하는 태도이자 사회적 분위기다.(17쪽) 처음부터 너무 내 얘기여서 깜짝 놀랐다. 요즘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정말 괜찮냐고. 주변에서 걱정이 많다. 그렇게 바쁘게 살고 또 할일이 많으면 안 힘드냐고. 어떻게 힘들다는 소리 한번이 없냐고. 그 말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괜찮아요, 할만해요, 생각하는 것처럼 그정도는 아니네요, 정말 괜찮은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집에 와서는 한숨이 깊다. 숨을 깊게 쉬어야 지금의 상황을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새벽까지 무엇을 더 해야 하고, 내일까지는 어떤 일을 마무리해줘야 하고, 또 그 다음날 어떤 출장과 일이 있으며, 여러가지 산발적인 일들을 모두 다 해내려면 철저하게 시간과 계획과 또 나의 체력과 에너지를 잘 정리해놓아야만 한다는, 긴장을 늘 안고 있어야 한다. 그걸 알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행동한다. 딱, 나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상호주관성 Intersubjectivity 사회심리학 교육학 정신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는 철학의 주요 개념이다. 의사소통 사회적 상호작용 문화적 이해의 기반이 되며, 사람들이 각자의 현실을 연결해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보여준다. 일방적인 관계 역학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면, 지금 내가 경험하는 현실이 한쪽의 역할이나 책임으로만 발생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우리의 삶은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끊임없이 반응한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당신이 나를 반응하게 하고, 나는 당신에게 반응한다.(81쪽) 가끔 이중인격자 혹은 다중인격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사람한테는 이렇게, 저 사람한테는 저렇게, 감정에 휘둘려 나의 태도와 반응이 달라지고 말이 다르게 나가는 것을 나 스스로 느끼게 된다. 내가 부족하고 또 감정적이어서 그런가 싶을 때도 있고, 아직 덜 성장하여 부족한 인성을 탓하고 될 때도 있다. 이게 상호주관성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배웠다. 늘 나의 생각과 태도와 인성의 탓으로 돌리며 반성을 주로 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된다는 자책도 많이 했다. 하지만 결국 나 혼자의 탓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지금까지 갖고 있는 마음이 조금 위안받는 느낌이 들었다. 역의존 Counter-Dependency 역의존은 타인에게 신체적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두려움을 느끼고, 독립성과 거리두기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심리적 방어양상이다. 겉보기에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도움을 요청하거나 감정적으로 의존하는 상황 자체를 위협으로 인식한다. 남에게 도움받는 일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거나 괜히 번거롭기만 할 뿐 내가 필요로 하는 도움과 맞닿아 있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나 말고는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195-196쪽) 부탁도 거절도 어려워한다. 일은 내가 해야지 누군가에게 하라고 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걱정도 많고 불안도 많다. 그래서 더 일을 쌓아 하는 스타일이다. 누가 나한테 무언가를 해주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한다. 뭔가 이쯤 되니, 내가 많이 불완전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된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것 같아서 얼른 마음을 다잡는다. 그냥, 그런 성향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으로, 이런 마음이 꼭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위안으로 삼으려고 한다. 이책, 자꾸 들여다보면 볼수록 다 내 얘기같아서 더 빠져들려고 한다. 적당한 선에서 내 마음을 잘 간수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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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전에는 조용하고 예의 바른 것이 미덕이었다면, 지금은 단정하게 감정을 다루고, 애쓰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어려움을 소화해내야 하며, 실수조차 멋지게 감추어야 하는 자연스러운 완벽함이 추구되는 시대이다. 기름진 음식을 즐기지만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갈등 상황에서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되 다른 사람을 수용하며, 직장에서는 유능한 동시에 여유로운 동료여야 하고, 집에서는 따뜻하면서도 간섭하지 않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한 가지를 따르자니 다른 하나가 어긋나고, 둘 다 따르자니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쉽지 않은 요구가 끊임없이 계속 되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느끼면서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나 취약점, 특정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쿨하지 않은' 진짜 내면은 숨겨지고 점점 고립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애쓰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 모순 속에 우리는 노력하는 모습을 들킬까 걱정하는 불안과 애써도 좋은 결과가 없을 까봐 부끄러운 수치심, 남에게 보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다른데서 오는 분열, 감정 표현을 억제하고 완벽함을 유지하려다 완전히 소진되고 마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야근은 자율이라며 정작 매일 야근하는 상사, 하루 종일 남의 기분만 생각하느라 정작 나를 살필 여유는 없고, 너무 보고 싶은데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전혀 다른 감정의 공존과 애인과 함께 있어도 늘 혼자인 것 같은 기분에 시달리며, 절대로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는 마음과 후배가 내 자리를 뺏을까 걱정되는 심리 등 누구나 한번쯤 겪어본 감정들을 풀어내고 있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오래 사귄 연인과 이별했을 때, 헤어져서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좋으면서 밉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하면서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마음, 또는 나를 아프게 했던 사람을 그리워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망하고 분노할 때, 좋은 사람이라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멀리하게 되는 경우 말이다. 이처럼 서로 상반되는 감정과 태도, 경향성을 동시에 느끼는 것을 '양가감정'이라 부른다. 이러한 양가감정은 누구나 종종 경험하게 된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퇴사 결정에 후련하면서도 불안해지고, 동료의 승진 소식에 축하하는 마음과 질투를 동시에 느끼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양가감정은 우리가 자기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준다. 중요한 것은 양가감정을 억누르거나 삭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괜찮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양가감정을 잘 다룰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이 책은 기쁨, 슬픔, 즐거움, 불안, 두려움 등 명료한 감정들 외에 모호한 마음에도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28가지 심리학 개념과 정신분석 이론을 기반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겪는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되, 그 과정에서 힘들어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을 지칭하는 EP문화,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적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내면의 감정과 욕구는 억압된 심리상태인 노모패시, 타인을 기쁘게 하느라 내 감정은 뒷전인 피플 플리저... 그 외에도 리머런스, 판타즘, 말비빔, 시블링 트라우마, 데드마더 콤플렉스 등 일상에서 우리를 힘들게 만들었던 감정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탐구하고, 해석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마음들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정신분석의 언어를 빌려 낯설고 모순된 마음들에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지금의 감정이 어떤 관계와 경험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이름 없는 마음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되찾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설명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었던 감정과 경험이 ‘생각되고’ ‘견딜 만해’지면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