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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으니 말해야해요 _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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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사람만이 평화를 말할 수 있다[살았으니, 말해야 해요]를 읽고_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전쟁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살았으니, 말해야 해요]를 읽기 전까지 나는 전쟁을 역사책 속의 사건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언제 시작해 언제 끝났는지, 어느 나라가 참전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배우는 것으로 전쟁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집을 읽고 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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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사람만이 평화를 말할 수 있다


[살았으니, 말해야 해요]를 읽고_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전쟁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살았으니, 말해야 해요]를 읽기 전까지 나는 전쟁을 역사책 속의 사건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언제 시작해 언제 끝났는지, 어느 나라가 참전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배우는 것으로 전쟁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집을 읽고 나니 전쟁은 결코 과거형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누군가는 돌아오지 못했고, 누군가는 평생 그날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을 둘러싼 기억과 증언을 시로 기록한 아카이브 시집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전쟁을 역사적 사건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과 삶을 다시 불러낸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오래 마음에 품게 된 시는 김경훈 시인의 [도안응이아의 봄]이었다.


평화의 봄은 왔지만

아직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네


우리 엄마도 돌아오지 않았네

그 날 우리 엄마가 나를 구했다고

그걸 잊지 말라고

동네 사람들이 내게 말해주네

그래서 나는 엄마 더욱 보고 싶네


평화의 봄은 왔지만

아직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네


한번 잡은 사람의 손

그 촉감과 온기, 목소리를 나는 잊지 않네

그러나 나는 그러나 나는


엄마 얼굴 감촉 어떤지 미루어

하나도 알 수 없네


언젠가 만날 엄마를 위해

나는 내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네

최선을 다해서 내 운명을 살아야 하네


평화의 봄은 왔지만

아직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네


*도안응이아는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당시 생후 6개월의 아기였다. 어머니가 아이를 품은 채 목숨을 잃으면서 아이는 살아남았지만, 빗물에 쓸린 화약으로 인해 실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시를 읽으며 가장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전쟁의 참혹한 장면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더 아픈 것들이었다. 엄마의 손을 잡았던 촉감, 온기, 목소리는 기억하지만 엄마의 얼굴은 알 수 없는 아이.


전쟁이 한 사람의 삶에서 무엇을 빼앗아가는지 이보다 더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다.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모두의 시간이 다시 시작되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평화는 전쟁이 끝난 날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며 살아가야 하는 긴 시간일 수도 있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문장 역시 오래 생각하게 했다.


“하나의 지구가 하나의 나라로 / 서로 돕고 서로 사랑”하는 세상을 갈망하던 반레 선생의 염원처럼 지속적인 마주침의 순간들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가장 / 두려운 건 총칼이 아니라 / 감수성이 무뎌지다 /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p.195~196


이 문장을 읽고 나니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 과거의 잘못을 직시하는 것, 사라진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 역시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베트남 전쟁에 관한 시집이면서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들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어쩌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만큼은 이 책을 통해 분명히 배웠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잊으며 살아간다. 시간이 지나면 아픔도 자연스럽게 희미해질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시간이 흘러도 끝나지 않는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덮으며 나는 ‘기억한다’는 말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말해야 했던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들어야 했던 이야기.


#사회평론 #살았으니말해야해요 #베트남전쟁아카이브 #도서제공 



h*******9 2026.09.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