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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색인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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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하는 삶의 에피소드에는 언제나 자신이 즐겨 듣던 노래나 자주 보았던 드라마, 벽에 걸려 있던 그림 한 점, 우연히 보았던 영화나 연극 등과 결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몇몇 기억에는 그런 것들과 더불어 그 순간에 먹었던 특별했던 음식이 더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 추억의 대부분은 그 시절에 유행하던 예술의 한 토막을 실마리로 갖게 되는 것이다.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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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하는 삶의 에피소드에는 언제나 자신이 즐겨 듣던 노래나 자주 보았던 드라마, 벽에 걸려 있던 그림 한 점, 우연히 보았던 영화나 연극 등과 결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몇몇 기억에는 그런 것들과 더불어 그 순간에 먹었던 특별했던 음식이 더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 추억의 대부분은 그 시절에 유행하던 예술의 한 토막을 실마리로 갖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컴퓨터 기억장치에 폴더의 이름을 지정하는 것과 같아서 수많은 기억 속에서 하나의 색인처럼 작동하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올림픽 개회식의 굴렁쇠 소년'이나 당시의 올림픽 공식 주제가였던 '손에 손잡고(Hand in Hand)'를 떠올리면 올림픽 기념우표를 손에 넣었던 친구의 뻐기는 듯한 얼굴 표정이 나도 모르게 재생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우리의 삶에서 예술은 추억을 떠올리는 중요한 실마리 역할을 하면서 우리 삶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했던 표재순 연출가와 같은 이에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 삶을 구성하는 많은 추억의 색인표에는 그가 만든 작품명이 줄줄이 끌려 나올 테니까 말이다.


"경기장에 모인 10만 관중이 일제히 탄성을 쏟아냈다. 전 세계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22억 명도 숨을 죽였다. 한쪽 모서리에서 나타난 소년이 굴렁쇠를 굴리며 경기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렀다. 그것은 하나의 점이었다. 빨간색 챙이 달린 흰 모자를 쓰고 하얀색 반소매 상의와 반바지에 흰 양말과 신발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소년이 오른손으로 굴렁쇠를 굴리며 움직였다. 능숙한 솜씨였다. 3분의 2지점쯤 갔을까? 소년이 멈춰 섰다. 굴렁쇠를 오른쪽 어깨 위로 올린 채 관중석을 향해 왼손을 흔들었다. 박수갈채가 잠실벌을 가득 채웠다. 소년은 다시 굴렁쇠를 굴리며 성화가 타오르는 방향으로 사라졌다. 그것은 하나의 선이었다. 이 장면은 서울올림픽 개회식의 백미로 꼽힌다. 화려함도 웅장함도 기발함도 없어 보이는 굴렁쇠 굴리는 한 소년의 평범한 이 모습이 왜 그토록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 걸까? 당시 나는 개회식 제작단장으로 총연출을 맡고 있었다. 모두가 감격스러워하는 열기의 현장 속에서 내 가슴은 새가슴처럼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p.31~p.32)


1937년 생, 구순에 가까운 원로 연출가 표재순의 자전 에세이 <갸, 직업이 뭐이가>의 서두는 이렇게 이 시대의 선명한 기억 속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으로 시작된다. 음악극, 뮤지컬, 오페라, 마당놀이 등 장르를 불문하고 자신의 열정을 불태웠던 무대 연출가였고, 서울올림픽, 한일 월드컵 등 국가적 행사를 진두지휘했던 거장이었으며, 평균 시청률 50%를 상회했던 '모래시계'를 탄생시킨 명제작자였고, 세종문화회관 초대 이사장 등을 역임한 문화행정가이기도 했던 표재순 연출가는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에게 추억의 몇몇 장면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가 메가폰을 잡았던 현장들을 생생하게 회고하고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그는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기억을 관통하는 추억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독자는 글에서 느끼는 감동이 아니라 자신이 불러낸 추억의 몇몇 장면을 통해 가슴 먹먹한 감동을 맛보게 된다.


"출범 5년 차였던 신생 방송사 SBS는 '모래시계'의 대박에 힘입어 KBS, MBC를 따라잡으며 전국 방송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신영균 회장과 나 그리고 송지나 작가와 김종학 PD는 이 드라마를 정치 드라마나 시국에 편승한 그런 드라마로 만들려 했던 게 아니었다. 젊은 남녀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드라마였다. 한 명은 깡패고, 한 명은 검사고, 이 두 친구가 좋아했던 여인이 등장하다 보니 시대 상황이 배경으로 나온 것인데, 의도치 않게 시국 드라마가 되어 버렸다. 비극과 혼돈이 공존하던 질풍노도 시기, 똑같은 시대적 상황이엇으나 한 번은 조직을 떠나야 했던 쓰라린 기억으로 한 번은 조직을 반석 위에 올려놓는 환희의 기억으로 남게 되었으니 참으로 아이로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p.266)


'제1막 무대는 항상 예측불허다', 제2막 좋은 만남이 좋은 연출을 낳는다', 제3막 드라마는 시대를 담는 그릇이다', '제4막 배우는 가도 무대는 남는다', 제5막 왕십리에서 DMZ까지, 모든 것이 무대였다'의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450쪽이 넘는 두툼한 책이지만, 평생 기발한 아이디어와 참신한 구성을 기획하면서 살아온 까닭인지 책의 구성 역시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손에서 쉽게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의 힘이 작동하고 있는 듯 느껴졌다. 명절 전후에 짬이 날 때마다 간간이 읽었음에도 너무도 빨리 읽은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나는 작가의 책을 읽었던 게 아니라 작가와 함께 내 추억의 몇몇을 들춰보았는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내 인생에는 낭비가 참 많았던 것 같다. 'Wasted Life', 낭비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연극이면 연극, 뮤지컬이면 뮤지컬, 드라마면 드라마, 행사 이벤트면 행사 이벤트, 이렇게 외골수처럼 쭉 한길을 가야 하는데, 나는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다 하면서 갈지자로 걸어왔다.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다 놓친 것이 많은 바보 같은 삶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갸, 직업이 뭐이가?" 장민호 선생이 나를 두고 이렇게 물은 건 그런 까닭에서였을 것이다."  (p.449 '에필로그' 중에서)


누구에게나 100% 만족한 삶이란 있을 수 없다. 지나고 보면 아쉬움과 후회가 남게 마련이다. 그러나 후회만 말하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고, 성공만 말하기에는 인생은 한없이 덧없다. 그러므로 나는 구순의 연출가가 들려주는 그의 성공과 실패에 집중하기보다 그가 참여했던 여러 드라마나 행사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어리거나 젊었던 당시의 내가 겪었던 추억들을 회상했다. 말하자면 나는 책을 읽었던 게 아니라 나에게 얽힌 추억을 읽었던 셈이다.


일본 나고야 아시안게임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텔레비전을 통해 전달되는 중계영상을 보면서 매 순간 일희일비하는 듯 보이지만, 미래의 관점에서 지금을 본다면 그 영상 하나하나가 우리 기억의 색인표가 되어 보고픈 추억을 소환할 때 실마리로 작동할 것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날 저녁, 금메달을 목에 건 대한민국 국가대표 중 한 선수의 환한 표정이 우리들 각자가 겪었던 서로 다른 추억을 먼 훗날 마치 어제 일인 양 또다시 불러낼지도 모른다. 하나의 이벤트는, 시대를 이끌었던 하나의 예술은 우리들 각자의 추억을 소환하는 하나의 색인이 되는 것이다. 표재순 연출가의 자전적 에세이가 그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s*****l 2026.09.30.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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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 직업이 뭐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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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을 정한다는 건,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과정일지도요아이랑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게 돼요.“너는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그럴 때마다 아이의 대답은 조금씩 달라져요. 어떤 날은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가, 또 어떤 날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요즘은 꼭 하나의 직업을 정해야 한다기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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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을 정한다는 건,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과정일지도요


아이랑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게 돼요.


“너는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


그럴 때마다 아이의 대답은 조금씩 달라져요. 어떤 날은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가, 또 어떤 날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요즘은 꼭 하나의 직업을 정해야 한다기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지를 알아가는 게 먼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이번에 읽어본 《갸, 직업이 뭐이가》는 그런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만든 책이에요.


이 책의 주인공은 평생 무대를 만들어온 문화예술 기획자 표재순 선생님이에요.


연극 연출가로 시작해 TV 드라마 PD가 되고, 음악극과 뮤지컬, 오페라, 마당놀이와 악극까지 다양한 무대를 만들었고요.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과 2002 한일월드컵 전야제 같은 국가적인 행사까지 연출했다고 해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건 처음부터 거창한 ‘꿈의 직업’을 정해놓고 달려간 인생이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어린 시절에는 기차 기관사가 되고 싶기도 하고, 대장간을 차리고 싶기도 했대요. 학교에 가는 길에 유리병 만드는 모습이나 대장간에서 쇠를 두드리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지각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는 이 부분이 참 재미있었어요. 😆





‘아, 이분은 어릴 때부터 뭔가를 직접 보고 궁금해하고 들여다보는 걸 좋아했구나.’


그런 호기심이 결국 연극과 방송, 공연이라는 자신만의 무대로 이어진 것 같았어요.


아이와 이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직업은 처음부터 하나를 딱 정해놓는 게 아니라 관심사가 쌓이고 경험이 이어지면서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도 나눠봤어요.


특히 책 속에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배우들과 작품 이야기가 정말 많이 등장해요.


이순재, 신구, 김혜자, 최불암, 유인촌, 이덕화 등 여러 배우들과 함께했던 이야기가 나오고, 《모래시계》를 비롯한 드라마 제작 이야기와 ‘대원군’, ‘제1공화국’, ‘조선왕조 오백 년’ 같은 작품에 얽힌 뒷이야기도 만날 수 있어요.



 


저는 이런 이야기가 꽤 재미있더라고요.


그냥 “훌륭한 연출가였습니다”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배우를 발견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해결하면서 한 편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느껴졌거든요.


무대 뒤에서는 정말 별일이 다 벌어져요. 😂

굴렁쇠 소년 이야기부터 성화 주자를 바꾸는 극비작전, 도망간 오케스트라, 허허벌판에 때마침 내린 눈까지 제목만 봐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싶어지는 에피소드가 가득해요.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한 사람이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살아온 기록을 읽는 재미였어요.


요즘은 아이에게도 직업의 종류를 알려주는 책이 많잖아요. 의사, 과학자, 요리사, 디자이너처럼 직업의 이름을 알려주는 책도 좋지만, 저는 이런 책도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업’이라는 이름보다 그 일을 하면서 어떤 경험을 하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실패와 선택을 거쳐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니까요.


책을 덮고 나니 제목의 질문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직업이 뭐야?”보다 “너는 어떤 일을 할 때 살아 있는 것 같아?”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한번 해보고 싶어졌어요.


 

저 역시 엄마가 되고 나서 제 삶의 방향이 많이 달라졌는데, 이 책을 읽으며 지나온 시간을 잠깐 돌아보게 됐어요. 꼭 대단한 직업이나 커다란 성공이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했던 것, 재미있었던 것, 계속 궁금했던 것들이 결국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무대를 평생 사랑했던 표재순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인생은 정답을 찾아가는 것보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어떤 무대를 만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너는 어떤 무대가 재미있을 것 같아?” 하고 이야기해보는 시간도 꽤 즐거웠고요. 😊


직업을 아직 정하지 못한 아이에게도, 이미 꿈이 있는 아이에게도, 그리고 아이의 진로를 고민하는 부모에게도 생각거리를 하나씩 던져주는 책이었어요.


무엇보다 한 사람의 70년 인생을 따라가다 보니 책 한 권을 읽었다기보다 한 시대의 무대 뒤편을 살짝 구경하고 나온 기분이 들었어요. 🎭


《갸, 직업이 뭐이가》는 직업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인생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갸직업이뭐이가 #소담출판사 #표재순 #직업이야기 #진로책 #진로독서 #초등진로 #초등독서 #어린이진로 #직업탐색 #꿈찾기 #진로교육 #독서후기 #책육아 #엄마표독서 #아이와책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기록 #문화예술



x********6 2026.10.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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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옛이야기 듣듯 빠져들었던 표재순의 인생 이야기
"옆에서 옛이야기 듣듯 빠져들었던 표재순의 인생 이야기"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갸, 직업이 뭐이가?》는 마치 이야기를 맛깔나게 잘하는 사람 옆에 앉아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책이었습니다.“내가 젊었을 때 말야…”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TV에서 한 번쯤 봤던 배우와 방송인들이고, 배경은 연극 무대와 방송국, 공연장, 88서울올림픽 같은 굵직한 현장들이라 더욱 흥
"옆에서 옛이야기 듣듯 빠져들었던 표재순의 인생 이야기"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갸, 직업이 뭐이가?》는 마치 이야기를 맛깔나게 잘하는 사람 옆에 앉아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책이었습니다.

“내가 젊었을 때 말야…”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TV에서 한 번쯤 봤던 배우와 방송인들이고, 배경은 연극 무대와 방송국, 공연장, 88서울올림픽 같은 굵직한 현장들이라 더욱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유명한 사람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재미도 있었지만, 우리가 화면으로만 보았던 방송과 공연의 뒤편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를 엿보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던 이야기였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돌발상황과 긴박했던 순간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굴렁쇠 소년의 장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읽을 때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습니다.

평화의 상징으로 흰 비둘기를 날려보낸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저 역시 어릴 적 비둘기가 성화에 타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책에서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었다는 내용을 읽고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책에는 표재순 선생님과 함께했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배우 정혜선 님을 비롯해 오랜 시간 곁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이 남긴 글을 읽다 보면, 표재순이라는 분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아왔고 얼마나 많은 것을 일궈냈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처음에는 방송과 연예계의 숨은 이야기를 듣는 재미로 읽기 시작했지만, 책을 덮을 때쯤에는 한 사람이 한 시대를 얼마나 뜨겁게 살아왔는지까지 마음에 남았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웃기도 하고, 때로는 놀라기도 하며, 한 사람의 삶이 쌓여온 시간 앞에서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던 책입니다.

표재순 선생님이 직접 들려주는 재미와 감동이 함께 있는 이야기, 《갸, 직업이 뭐이가?》를 꼭 한번 만나보시길 추천합니다.



YES마니아 : 로얄 e****0 2026.09.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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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 직업이 뭐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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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갸, 직업이 뭐이가?》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했던 연출가 표재순의 삶을 돌아보는 회고록이다. 고(故) 장민호 배우가 표재순 연출가를 두고 “갸 직업은 무엇이냐”고 물었던 말이 책의 제목이 되었는것 같다. 실제로 표재순은 한 가지 장르에 머물지 않고 연극과 방송 드라마, 뮤지컬, 오페라, 대형 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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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갸, 직업이 뭐이가?》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했던 연출가 표재순의 삶을 돌아보는 회고록이다. 고(故) 장민호 배우가 표재순 연출가를 두고 “갸 직업은 무엇이냐”고 물었던 말이 책의 제목이 되었는것 같다. 실제로 표재순은 한 가지 장르에 머물지 않고 연극과 방송 드라마, 뮤지컬, 오페라, 대형 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무대를 연출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본래 직업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배우로 시작해 연출가의 길을 걸었던 그의 인생은 결국 자신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 온 시간이었다. 연극이 필요한 곳에도, 방송과 드라마가 필요한 곳에도, 뮤지컬과 오페라가 펼쳐지는 곳에도,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대형 행사 무대에도 그는 있었다. 무대가 있는 곳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역시 1988년 서울올림픽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굴렁쇠 소년’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개막식에서 비둘기를 등장시키기 위해 어떤 고민과 준비가 있었는지를 읽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세계적인 행사였던 만큼 완벽하게 준비된 무대였을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와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그런 상황들을 하나씩 해결하며 행사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보면 표재순에게 연출이란 단순히 무대의 장면을 구성하는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연출이라는 일은 혼자서 자신의 능력만으로 완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무대 위에는 배우가 있고, 무대 뒤에는 스태프가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나의 장면이 완성된다. 결국 좋은 연출가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능력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인맥의 기록이 아니라, 표재순이라는 연출가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무대를 만들어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처럼 느껴진다. 그가 기억하는 사람들은 곧 그가 살아온 무대의 흔적이고, 그들과 함께 만들어낸 장면들은 그의 삶을 증명하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결국 표재순의 직업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읽고 나면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의 직업은 ‘연출가’였다. 다만 한 가지 장르만을 고집하는 연출가가 아니라, 시대와 무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형식을 경험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 연출가였다. 한 우물만 깊게 파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우물을 경험하면서 얻은 사람과 이야기, 그리고 경험을 하나의 무대로 만들어낸 사람이었다.



그가 만들어낸 장면들은 단순히 눈앞에서 사라지는 공연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때로는 시대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달했으며, 때로는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방식이 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무대라는 공간에 담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을 해온 셈이다.



그래서 《갸, 직업이 뭐이가?》는 단순한 연출가의 회고록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자신의 직업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자신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를 들려주는 한 인생 선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과 함께 만들어낸 무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삶의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직업으로 삼았느냐보다 그 직업을 통해 어떤 장면을 만들어냈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표재순의 70여 년 인생은 수많은 무대를 거쳐왔고, 그 무대마다 사람과 시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장면들은 그의 삶을 기억하게 하는 흔적이 되었고, 결국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무대가 되었다.



어쩌면 “갸, 직업이 뭐이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정확한 대답은 단순히 ‘연출가’라는 세 글자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삶 자체를 하나의 무대로 만들고, 그 무대 위에 수많은 사람과 시대의 이야기를 올려놓았던 사람이었으니까.


d**********7 2026.09.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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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갸, 직업이 뭐이가?
"[서평]갸, 직업이 뭐이가?" 내용보기
이 제목이 대배우이신 장민호 선생이 연극, 드라마, 뮤지컬, 오페라도 모자라 악극과 마당놀이에 행사 이벤트 기획, 연출까지 해내는 표재순 선생을 두고 던진 질문이라고 한다.이럴 때 신이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달란트를 한 사람에게만 주셨다고?아마도 장민호 선생은 이북이 고향이었던 것 같다. 딱 우리 아버지의 사투리였다.그 분의 연기모습이 떠올랐다
"[서평]갸, 직업이 뭐이가?" 내용보기

이 제목이 대배우이신 장민호 선생이 연극, 드라마, 뮤지컬, 오페라도 모자라 악극과 마당놀이에 행사 이벤트 기획, 연출까지 해내는 표재순 선생을 두고 던진 질문이라고 한다.

이럴 때 신이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달란트를 한 사람에게만 주셨다고?

아마도 장민호 선생은 이북이 고향이었던 것 같다. 딱 우리 아버지의 사투리였다.

그 분의 연기모습이 떠올랐다. 단정한 선비같은 인상이었는데 무대에 서면 천상 배우였던 분이다.

이 분을 기억하는 것만 봐도 내 나이가 짐작이 되지 않을까.



'표재순'이란 이름은 내가 즐겨보던 수많은 드라마의 타이틀에서 봤기 때문에 너무 익숙하다.

성씨도 특이하니 잊을 수가 없다. 부자는 아니었는데 꽤 일찍 우리집에 TV가 있었다.

당시 최고의 인기작 '여로'가 시작되면 동네사람들이 우리집으로 몰려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니 내가 아주 일찍 드라마에는 통달한 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수사반장'이니 '전원일기'같은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교동마님'이나 '새아씨'도 본 사람이다. 이미자가 불렀던 주제곡도 부를 수 있다.



이런 어마무시한 인기몰이의 드라마를 제작했다는 것 외에도 대한민국 거의 모든 축제나 행사를 기획하고 연출한 분이었다니..그래서 그렇게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탄생된 것이었구나.

그 뒤에 작가로만 기억했던 이어령선생도 있었다니 너무 그리운 이름을 또 이렇게 만났다.

이순재, 오현경의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코끝이 시큰해진다. 그리고 부고 보도가 뜨면 마음이 덜컥한다. 너무 늙어버린 스타들의 이름이 올라왔을까봐. 그래서 검색을 하고 나이를 확인하고 제발 오래오래 우리곁에 머물러 계시기를 기도하곤 한다.

왜 그런 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이렇게 허전하고 그리운 것일까.

음향효과의 대가이신 김벌래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TV가 대중적이지 않던 시절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의 수많은 명작들을 듣곤 했었다.



김혜자 선생도 오래오래 뵈었으면 싶은 분이다. '눈이 부시게'를 보면서 이게 혹시 마지막 작품이 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일었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라는 드라마속 대사를 수상소감으로 말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도대체 이런 글은 누가 쓸 수 있을까. 글 한 줄이 대사 한줄이 누군가에게는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힘내서 살고 싶어지게 하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대사가 아닌가.

역시 표재순 선생도 이 장면이 꽤 마음에 드셨던 것이다.



나는 보광동에서 태어나 근처를 죽 돌며 자랐고 지금은 금호동에 살고 있다. 왕십리가 꽤 가까운 동네이다.

과거 미나리밭이나 배추밭이 많았다고 들었다. 이 분이 왕십리 출신이시구나. 

그런데 왕십리만의 독특한 사투리가 있었다니, 문득 '서울 뚝배기'라는 드라마에서 주현이 쓰던 대사가 떠올랐다. '그랬걸랑요' 땅의 지기가 분명 대단한 모양이다. 유명한 예인들이 많이 태어나고 사신 곳이라니.



자꾸 이 책을 쓰다듬게 된다. 당신의 지나온 이야기들을 쓴 것뿐만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건너온 시간을 내게 선물하신 것 같았다. 이제는 아련한 스타들을 만나고 숨겨졌던 일화들을 들으니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 기분이다. 아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얼마나 더 많이 들을 수 있으려나.

구순이시니 건강은 하시려나. 120세 시대가 되었다니 다시 힘내셔서 작품하나 올려주셨으면 좋겠다.

이 책에는 내가 잠시 머물렀던 공간과 같이 했던 분들과도 만날 수 있었다.

마당세실의 이영윤대표-무척 엄격했던 분이다-와 인자하시면서도 천상 예술인이었던 김지일 선생님.

한 분은 이미 먼나라로 떠난 것으로 알고 있고 한 분의 소식은 알 수가 없다. 

꼭 한 번 만나뵙고 싶었는데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 시대를 이끌어오신 수많은 예능인들과 기획한 분들...대한민국 K컬처의 원조님들!  수고많이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h********5 2026.09.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