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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이라는 이름은 이제 단순히 한명의 이름을 지칭하는 것을 넘어서서 하나의 장르이자 용어처럼 불리고 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혹은 있어야 할) 이름이고, 영화를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혹은 들어봤어야 할) 이름일 것이다.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히치콕의 빼어난 작품들은 지금 보아도 여전히 감탄하게 만들고 있고, 그의 최고 걸작들은 누구도 쫓을 수 없는 짜임새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는 히치콕의 작품들을 분석하고 인용하는 경우들을 볼 수 있는데, 수많은 평론가와 학자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영화적 혹은 철학적 또는 정신분석적 의견을 내세우고 있고, 그의 작품은 그렇게 다양하게 인용되고 또한 왜곡되고 있다. 프랑소와 트뤼포나 로빈 우드와 같이 평론가로서 혹은 감독으로서 그의 작품을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고, 슬라보예 지젝과 같이 철학과 정신분석적으로 그의 작품을 인용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분석하고 인용한 히치콕이고 그의 작품들이지만 생각해보면 정작 우리가 히치콕의 삶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패트릭 맥길리건의 ‘히치콕 - 서스펜스의 거장’은 이런 히치콕 개인의 삶이 어떤 삶이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수많은 영화들을 창조하였는지, 그리고 그의 우울한 말년과 최후까지 최대한 많은 자료들을 토대로 그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히치콕의 팬들로서는 이것보다 더 상세히 그의 삶을 담아낸 전기를 만날 수 없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패트릭 맥길리건은 수많은 인터뷰와 자료들을 토대로 그의 삶을 재구성하고 있다. 지나칠 정도의 두께를 자랑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본문만 1,300페이지 정도의 내용이다) 읽을 마음이 잘 생기지는 않겠지만 한번 읽기 시작한다면 쉽게 책을 덮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있다. 히치콕의 팬으로서 그의 많은 작품들을 보며 갖게 되었던 작품에 대한 의문들과 특별하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혹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었고, 그가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보았던 부분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책을 읽게 되면서 더 만족스러운 기분을(혹은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좌절감을) 갖게 되었다. 그의 개인적 삶 또한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고, 그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영화를 작업하게 되는지와 영화계의 다양한 모습들도 알 수 있게 되어서 또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무성 영화 시절부터 컬러 영화들까지 그의 삶은 말 그대로 영화를 위한 삶이었고, 그의 성장과정을 통해서 영화가 어떻게 성장하게 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약간은 아쉽게도 정작 그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에 대한 분석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책들을 접해야 할 것 같다. 이 작품에서의 주된 내용은 말 그대로 히치콕의 ‘삶’이니까. 두꺼운 부피와 높은 가격에 조금은 접하기 어려운 책으로 느껴지겠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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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집어들면 4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놀라지만, 곧 더욱 엄청난 분량에 놀라게 됩니다. 지금 찾아보니 무려 1375페이지나 되는군요. 이 책은 히치콕의 전생애가 어떻게 지나갔는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히치콕이 어떻게 생각했나 어떻게 행동했나 보다는, 히치콕이 어떤 기록들을 남겼고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지에 대한, 즉 소셜 라이프에 대한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영화 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한다기 보단 '그 유명한 뭐뭐 영화는 이런 사람들과 이렇게 만들어졌다'는 식입니다. 즉 이 책은 히치콕 입문서는 아니죠. 히치콕 영화를 최소한 5편에서 10편 정도는 보고 나서야 볼만할 것 같습니다. 그런게 있었다고만 알았던 전설의 '히치콕 영국시절'을 다루는 초반부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배우들과 들어보지도 못한 영화들, 그나마 제목만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영화들이 줄줄 나옵니다. 물론 제 개인적으로 무성영화 시대를 잘 모르기 때문이긴 하겠지만, '프리츠 랑'의 영화에 나온 배우를 기용하는 정도이니 이건 뭐 영화의 탄생과 함께 했던 시기와 이어져 있는 겁니다. 친숙하게 생각했던 히치콕이 얼마나 오래전 사람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더군요. 원래 영화라는게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는 법인데, 이 책에서는 영화마다 어떤 작가, 어떤 편집 기사, 어떤 촬영 감독과 함께 했다, 뭐 이런 이야기가 줄줄이 나오니 좀 지겨운 것도 없지만 영화 산업이란 것이 좁은 인력풀 안에서 얼마나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지를 엿볼 수 있어서 재밌습니다. 히치콕 블론드라고 불리는 여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그닥 비중을 많이 두고 있지는 않네요. 오히려 작가나 제작자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이를테면 데이빗 O 셀즈닉이 히치콕을 스카웃 하려 했을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제작 중이라 그닥 신경을 쓰지 못 했다던가. 한 개인의 삶이라는게 압축해놓으면 몇줄로 끝날 수 있겠지만, 이렇게 길게 늘어뜨려 놓고 보면 하나로 볼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 하기 마련인데, 영화만을 위한 삶을 살았던 히치콕인 만큼 정말 일관된 삶을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