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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볼딘 동물원》 여전히 널 기다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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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어떻게 하면 현재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인지 물었을 때 너는 말했지."이 순간 외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해봐. 원망도 후회도, 낙관도 비관도 없이 지금뿐인 거야. 네 마음이 진실로 원하는 것에 지금을 바쳐야 해."좋은 말이었지만 내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현재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지 않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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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떻게 하면 현재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인지 물었을 때 너는 말했지.

"이 순간 외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해봐. 원망도 후회도, 낙관도 비관도 없이 지금뿐인 거야. 네 마음이 진실로 원하는 것에 지금을 바쳐야 해."

좋은 말이었지만 내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현재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지 않을 수 있어? 어떻게 미래를 위해 살지 않을 수 있는 거야? 그런 건 내게 사치처럼 느껴질 뿐이야.              p.89


수진과 연서가 재회한 것은 곡 16년 만의 일이었다. 수진이 시간강사로 일하는 대학교의 테니스 강좌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서해안의 작은 도시에 위치한 기독교 계통 미션 스쿨인 멜볼딘 여자고등학교를 나왔고, 학교엔 기숙사가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엔 오랜 세월이 있었지만, 둘 다 결혼 후 이혼했고, 아이가 없다는 공통점으로 다시 가까워진다. 이제 시간과 돈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는 나이였기에, 여러 곳을 다니며 단짝처럼 붙어 지낸다. 16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두 사람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한가했고, 시간과 돈도 있었으며, 운전면허와 차도 있었으니 거리낄 것이 없었다. 곧 주말 여행이 그들의 일상이 된다. 


어느 날 연서는 "우리 편지를 쓰자"라고 대뜸 제안한다. 서로에게 편지를 써서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이는데, 부치지는 않는 거다. 그렇게 서로에게 결코 하지 않을 고백과 지난 날의 추억과 생각의 편린들이 쌓인다. 어린 시절의 기억, 유년기의 에피소드, 기숙사의 소등 시간, 중간고사와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 그들의 수많은 고백 중에는 말한 적 없지만 들은 적은 있는 이야기도 섞여 있었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재회만큼, 연서는 사라져버리고, 10년 뒤 그녀의 딸이 수진을 찾아올 때까지 시간이 흐른다. 연서의 딸 표은은 그들이 서로 부치지 않기로 약속하고 썼던 편지가 담긴 노트를 들고 수진을 찾아온다. 한 사람의 부재에서부터 비롯된 만남은 또 다른 서사의 시작이 되는데... 연서가 사라졌던 이유는 뭘까. 부치지 않은 편지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일까.




"연서를 사랑했느냐고 물었지? 그러고 싶었지만,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는 너무 인색한 사람이었어. 늘 받기만 할 뿐 돌려줄 수가 없어. 그건 저주에 가까운 일이야. 나의 부족함은 어떤 좋은 사람들을 유인해 사랑으로 착각할 만큼의 온정을 베풀게 해. 그리고 사랑과 온정은 때로 유의어거든. 그래서 난 전부 그만뒀어. 기대하는 것도, 기대하게 하는 것도."

"...... 하지만 그건 너무 슬픈 이야기예요."

"맞아. 슬픈 이야기야."                   p.259~260


이야기는 동물원에서 시작해서, 다시 동물원으로 향한다. 동물들이 다 떠난 폐업 중인 동물원과 마치 화성에 있는 것처럼 어딘가 황량한 체코의 작은 도시에 있는 별로 멋지지 않은 동물원. 동물이 없는 동물원도 동물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보내지 않을 편지는 어떻게 쓰는 걸까. 다시 만나기 위해서 헤어져야 하는 관계도 있을까. 우리가 없는 우리는 무엇으로 부를 수 있을까. 아름다운 표지에 이끌려 선택한 책이었는데, 담담하면서도 밀도있는 문장들이 참 좋았던 작품이다. 


이 작품 속 수진과 연서처럼 학창 시절 친구들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사회 생활을 하면서,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생기면서... 생활 반경이 달라지고, 관심사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지고, 사이가 희미해지는 것이다. 동창회를 주기적으로 나가거나, 강제성 있는 친구들 모임이 있지 않은 이상 그렇게 서로의 삶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돌아보면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눈가와 입가에 몇개인가의 주름을 얻고, 직장이 달라지고, 집이 바뀌고, 통장 잔고가 조금 불었다가 꺼지는 동안 우리는 나이를 먹어간다. 세상 모든 것들을 공유하고, 닮고 싶었고, 동경했던 친구와 연락 한 번 하지 않고 멀어지게 되더라도 하루는 반복되고, 삶은 계속된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으며 시종일관 학창 시절 친했던 친구들을, 지금은 멀어진 관계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시간을 거슬러 우리가 존재했던 장면 속으로 함께 걸어가 보자. 


r*******n 2026.09.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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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밤이고, 나는 네게 편지를 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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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밤이고, 나는 네게 편지를 쓰고 있어”사람을 만나면 인연, 친구, 가족 상관없이언제나 끝은 있고 이별을 하게 되는데저는 개인적으로 이별이라는 걸 항상 회피를하고 부정을 해왔습니다.소설에서는 이별 자체에 주목을 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을 서로의 비밀 편지를 통해서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이별은 마녕 슬프지 않다”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읽을 수 있었어요현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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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밤이고, 나는 네게 편지를 쓰고 있어”


사람을 만나면 인연, 친구, 가족 상관없이

언제나 끝은 있고 이별을 하게 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별이라는 걸 항상 회피를

하고 부정을 해왔습니다.


소설에서는 이별 자체에 주목을 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을 서로의 비밀 편지를 통해서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이별은 마녕 슬프지 않다”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읽을 수 있었어요


현호정 작가님은 “희미한 사랑의 빛이 아닌 

이별의 빛의 의지한다” 레터에 써져서 왔는데

처음에는 이 문장이 무얼 의미를 하는 걸까?

생각을 하면서 책을 다 읽고 다시 읽어보니깐 

“이별”이라는 “빛”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사진으로 따로 언급은 안 했지만

P.85 “ 하지만 너는 늘 미안했겠지, 남의 돈으로

산다는 건 그런 일이니까 ••• 이 남자가 갑자기

돈을 안 준다고 하면 어쩌나 가끔은 겁도 나고

그런데 그런 일에 대가를 지불하는 건 싫고 

그래서 꼭 빌어먹으며 사는 것 같고”


주인공은 공부를 더 하고 싶은데 경제 문제로 

남성을 만나서 결혼을 하는 조건으로 대학원을

더 다닐 수 있게 되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마음이 너무 아프면서 현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두 여성은 

어떠한 생각과 마인드로 결혼을 했는지

알 수 있거든요 


아직 이별은 무섭고 두렵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별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은행잎4기 #은행잎서제 #멜본딩동물원

#송섬 #시리즈n

YES마니아 : 플래티넘 s*********2 2026.09.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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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볼딘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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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믿음이 멸종한 세계에서 깊숙이도 숨겨둔 비밀들을 늘어놓고 숱한 오해, 고백, 약속을 반복하며 존재하던 우리를 떠올린다.계속해서 빙글빙글 변화하는 그 시간 속엔 타인처럼 느껴지는 나의 과거 또한 있었음을 직시하게 되는 이야기.인생은 또한 타이밍의 연속, 거짓말처럼 모든 게 맞아떨어졌을 때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들이 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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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믿음이 멸종한 세계에서 깊숙이도 숨겨둔 비밀들을 늘어놓고 숱한 오해, 고백, 약속을 반복하며 존재하던 우리를 떠올린다.


계속해서 빙글빙글 변화하는 그 시간 속엔 타인처럼 느껴지는 나의 과거 또한 있었음을 직시하게 되는 이야기.


인생은 또한 타이밍의 연속, 거짓말처럼 모든 게 맞아떨어졌을 때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들이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수진, 연서, 표은이 그러하다.

돈과 시간이 있는 타이밍에 ‘드디어 무언가 손에 넣은 것 같은 듯’한 서른여섯을 함께 보낸 수진과 연서.

병으로 세상을 떠난 연서가 남긴 편지가 매개체가 되어 10년 후 수진은 그녀의 딸 표은을 만나게 된다.


부치지 않기로 약속한 편지는 엄연히 수신인이 존재했다.

서로에게 들리지 않았던 공백의 이야기들이 담긴 편지들은 유실되지 않았고, 끝내 수진에게 닿았다.

표은은 연서를 오해했고, 그 편지들의 수신인조차 본인이 아니라는 생각에 분노한다.


“나는 아무도 사랑한 적 없어.”

수진은 마치 허무와 염세의 사이에 있는 인물처럼 느껴졌고, ’현재란 현실의 유의어’라고 말하던 수진의 시점을 따라온 나는 이 대답이 그녀를 잘 나타내주는 한 마디라 생각했다.


“엄마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렇지만 내내 열심히도 축적하던 분노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힘은 아무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것을 느낀 표은은 수진에게 ‘별거 아닌 순간도 당신이 얽히면 마치 장면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가만히 반추해본다. 그래, 수진은 때마다 다가오는 인연들에게 늘 진정으로 도움이 되고자 했다.

동물이 없는 동물원을 구태여 찾아가 그저 가만히 앉거나 누워 고요한 시간을 나누는 존재란 얼마나 소중할 텐가.


1부는 수진, 2부는 표은 시점으로 전개되어 연서의 언어로 쓰여진 이야기가 부재하다.

연서에게 나를 조심스레 빗대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존재했던 장면뿐임을 알고, 모든 걸 이해하려 들지 않는 무민 골짜기를 아는 사람과 함께한 타이밍을 가져보았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 장면만을 간직하며 영영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표지가 유독 아름다웠던 『멜볼딘 동물원』, 동물은 전혀 보이지 않고 그저 꽃이 만발한 그림의 이유가 궁금했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아마도 백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떠다니는 구름이 훤히 보이는 동물원이니 야외일 테지. 아마 영원히 질식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또 숱한 오해와 고백과 약속을 할 우리들. 결국 다시 만나기 위한 과정의 장면, 그것을 지니고 살아갈 것임을 알기에.


타인 같던 ‘나’를 뒤로하고 마지막 장부터 시작될 표은의 현재가 궁금해진다. 끝이 아닌 다른 시작임을 믿는 인물은 주인공이 되기 충분하니까.



#은행잎4기 #은행잎서재 #멜볼딘동물원 #송섬 #시리즈n

q*******7 2026.09.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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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볼딘 동물원 | 송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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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은행잎4기 📝우리가 나눈 많은 이야기들은 이제 시간에 삭아 내려 사라져버렸다. 유효기간이 지난 약속은 오래된 영수증처럼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하긴 언어는 애초에 의미를 갖지 않는다. 중요한 건 우리가 존재했던 장면뿐이다. 설령 내가 기억하는 모든 단어가 과거로 과거로 사라진다 해도 어떤 장면들은 생생하게 살아남아 나를 네가 있는 곳으로, 이를테면 그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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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은행잎4기 


📝우리가 나눈 많은 이야기들은 이제 시간에 삭아 내려 사라져버렸다. 유효기간이 지난 약속은 오래된 영수증처럼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하긴 언어는 애초에 의미를 갖지 않는다. 중요한 건 우리가 존재했던 장면뿐이다. 설령 내가 기억하는 모든 단어가 과거로 과거로 사라진다 해도 어떤 장면들은 생생하게 살아남아 나를 네가 있는 곳으로, 이를테면 그 동물원으로 하염없이 떠밀어 가리라. (p. 99)

〰️


동물들이 모두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그곳을 ‘동물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처럼, 무언가가 사라진 뒤에도 그것이 있던 자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연서가 사라진 빈자리에서 수진과 표은의 새로운 서사가 시작되는 것처럼. 각자의 슬픔을 가진 세 여성이 가까워지고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저마다의 상처를 통과해나가는 이야기. 인물의 감정을 섣불리 단정하지 않는 서술 덕분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감정을 따라가게 됐다.


가을이 시작되는 시기에 읽어서인지 소설의 분위기가 계절과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가을은 분명 무엇인가가 지나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소설의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 세밀한 묘사와 과장하지 않는 담담한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멜볼딘동물원 #송섬

a*****1 2026.09.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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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을 잃어가는 나무와 같은 사람의 이야기, <멜볼딘 동물원>
"잎을 잃어가는 나무와 같은 사람의 이야기, <멜볼딘 동물원>" 내용보기
이건 말이지, 하염없이 과거로 과거로 떠밀려 가는 여자에 대한 짧은 이야기야.68쪽, 멜볼딘 동물원. 가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쳤다. 누군가를 잃은 사람의 모습이 나무가 잎을 잃어가는 가을의 모습과 닮아보였다. 표은은 엄마가 남긴 편지를 건네주고 오는 길이었다. 엄마 연서는 그녀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암 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엄마가 남긴 흔적은 몇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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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말이지, 하염없이 과거로 과거로 떠밀려 가는 여자에 대한 짧은 이야기야.

68쪽, 멜볼딘 동물원.

 가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쳤다. 누군가를 잃은 사람의 모습이 나무가 잎을 잃어가는 가을의 모습과 닮아보였다. 표은은 엄마가 남긴 편지를 건네주고 오는 길이었다. 엄마 연서는 그녀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암 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엄마가 남긴 흔적은 몇 되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마저도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죽음에 가까워지는 시기에 편지를 쓴 대상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글을 남겼을 만큼 엄마는 그 사람을 사랑했던걸까. 또, 그 사람도 엄마를 사랑했을까 하는 의문이 표은에게 남았을 터다. 표은은 수진에게 편지를 건네었지만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심지어 엄마를 사랑했느냐는 물음엔 ‘사랑하지 않았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표은은 둘의 관계를 헤아릴 수 없었다. 사실 연서와 수진의 복잡한 관계는 그 둘만이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가난은, 그러나 뼈와 살에 스며드는 것이다. 그것은 피부 밑에 은밀히 자리 잡곤 치졸한 냄새를 풍기며 썩는다. 취향, 성격, 말투, 삶의 태도와 친구를 고르는 방식, 심지어 낯선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말에도 가난은 흔적을 묻힌다. 나의 모든 것이 이미 그것의 영역에 속해 있다. 

47쪽, 멜볼딘 동물원.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패와 착각에 대해서, 취향과 취미에 대해서,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개인적 호오에 대해서 밀린 고백들을 쏟아냈다. 함께 지새우곤 했던 그 많은 밤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시간은 가운데가 텅 비어 있어서 무엇이든 털어 넣어야 했다.  

87쪽, 멜볼딘 동물원.

 도시와는 동떨어진 지역의 멜볼딘 고등학교에서 수진과 연서는 기숙사 생활을 했다. 매일 생활을 함께 했을 뿐 아니라 '달빛에 표백된 것'과 같은 새하얀, 순수한 질문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을 하곤 했다. 가난했던 수진에 반해 연서는 상대적으로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러한 차이는 멜볼딘 고등학교에서 조금의 힘도 발휘하지 않았고 어떠한 경계도 없이 융화될 수 있었다. 수진에게 연서는 단순히 친밀한 사람 이상의 존재였다. 자신에게 밴 가난의 흔적을 지워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가난과는 거리가 먼 연서의 말씨와 화장품을 따라 사면서 그 흔적들을 조금씩 걷어내려 했다. 그럼에도 가난은 늘 잔존했다. 스스로 지울 수 없는 흉터 같은 것이었다. 수진의 눈빛이 늘 공허해 보이는 것은 그녀가 현재가 아닌 과거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했던 과거를 돌고 또 돌아 현재라는 시점은 그녀에게서 점점 멀어져만 갔다. 





이상한 일이지 않아? 무한히 가까워진 끝엔 하나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충분히 떨어져 있어야만 사랑할 틈을 낼 수 있었다는 게 말야. 모두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떠들고 있어. 나는 이제 사람들이 어디 사는지도 모르겠어. 어디로 편지를 보내야 할지…….

246쪽, 멜볼딘 동물원.

 수진은 표은이 지닌 결핍에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꼈다. 자신과는 또 다른 결의 애정 결핍이었지만 그는 표은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려 노력했다. 왜 그들은 그다지 좋은 경험을 하지 않았고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체코의 동물원으로 떠났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텅 빈 동물원에서 연서와 함께 누워있던 그 시간을 표은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표은의 결핍이 그 시간들로 인해 조금은 채워지기를 바라면서.











#멜볼딘동물원 #송섬









i********0 2026.09.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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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볼딘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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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볼딘 동물원🐢멜볼딘고등학교의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연서와 수진이는 16년 만에 재회합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게 부치지 않을 편지를 쓰고 어느날 연서는 자취를 감춥니다. 시간이 흐른 뒤, 그 편지를 가지고 연서의 딸 ‘표은’이 찾아오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엄마라는 존재의 부재와 결핍을 느끼며 자란 표은이는, 연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자신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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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볼딘 동물원


🐢멜볼딘고등학교의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연서와 수진이는 16년 만에 재회합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게 부치지 않을 편지를 쓰고 어느날 연서는 자취를 감춥니다. 

시간이 흐른 뒤, 그 편지를 가지고 연서의 딸 ‘표은’이 찾아오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엄마라는 존재의 부재와 결핍을 느끼며 자란 표은이는, 

연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자신으로부터 뺏어간 수진이에게 첫만남부터 까칠하게 굴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진이는 계속 표은이를 따뜻하게 대해줍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이렇게 계속 따뜻하게 대해주지? 싶었는데요.


이야기를 읽고 난 뒤, 가장 친한 친구가 떠올랐어요.

너무 사랑스러운 딸이 있는 친구예요.


어느 날 그 친구와 연락이 끊기고, 시간이 흘러 아이가 찾아온다고 상상을 해봤더니, 뭘 해도 밉지않을 것 같은 거예요.


그리고 연락이 닿지않았던 친구를 향한 애틋함을 그 아이를 통해 해소하려고 했을 것 같아요.


🐢어떤 관계는 끊어진듯 하지만 이어집니다.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유품을 핑계로 수진을 찾아 엄마의 흔적을 발견하고 싶었을 표은이처럼,


일방적으로 연락이 끊긴 연서가 야속하더라도,

전남편과 갔던 동물원을 표은과 함께 향한 수진이처럼요.


그리고 그 관계가, 또 새로운 관계로 이어지며 이야기는 끝이납니다.


🐢끊어진 인연이 생각나 여운이 남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관계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끝이나기에 

동시에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 권을 관통하는 주제가 관계이니만큼

살면서 관계의 아쉬움을 겪어 봤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


🐢아 레터에 편집자 영원님께서 이 책을 선택한 이유를 물으셨습니다~만, 


그냥 예쁘기도 하고,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 입니닷


📍출판사 은행나무의 서포터즈 은행잎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은행잎4기 #은행잎서재 #멜볼딘동물원 #송섬 #시리즈n

z***z 2026.09.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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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않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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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어느 순간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지막 인사를 나눈 날, 더는 연락하지 않게 된 날, 상대의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날. 이별에는 분명한 순간이 있는 듯하지만 함께한 시간이 삶에서 빠져나가는 시각까지 정할 수는 없다. 떠난 사람은 기억 속에서 몇 번이고 되돌아오고, 오래전의 관계는 이후에 맺는 관계에도 조금씩 스며든다. 헤어진 뒤에도 관계는 삶의 다른 곳으로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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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어느 순간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지막 인사를 나눈 날, 더는 연락하지 않게 된 날, 상대의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날. 이별에는 분명한 순간이 있는 듯하지만 함께한 시간이 삶에서 빠져나가는 시각까지 정할 수는 없다. 떠난 사람은 기억 속에서 몇 번이고 되돌아오고, 오래전의 관계는 이후에 맺는 관계에도 조금씩 스며든다. 헤어진 뒤에도 관계는 삶의 다른 곳으로 흘러가며 모습을 바꾼다.


『멜볼딘 동물원』의 수진과 연서는 멜볼딘여고에서 만나 가까워졌다가 헤어지고, 16년이 지나 우연히 재회한다. 그동안 각자 다른 삶을 살았지만 비슷한 농도의 불행을 지나온 두 사람은 오래 비워둔 시간을 메우듯 여러 곳을 함께 여행한다. 그러나 연서는 다시 수진의 곁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10년 뒤, 이번에는 연서의 딸 표은이 수진을 찾아온다. 한 사람의 부재가 두 사람에게 같은 의미일 수는 없다. 수진이 다시 만난 연서와 표은이 잃어버린 연서는 같은 시간 속에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되찾은 친구였던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떠나버린 엄마였다. 한 인간은 관계의 수만큼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고, 그중 어느 하나만으로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수진과 표은의 만남에는 연서를 기억한다는 공통점만큼이나 서로가 알지 못했던 연서를 마주해야 하는 낯섦이 있다. 상대의 기억을 통해 자신이 알던 사람의 바깥을 발견하는 일은 때로 그 사람을 다시 이해하는 과정이 된다.


이 소설이 이별을 다루는 방식도 그와 닮았다. 관계가 끝난 뒤 남는 것을 미련이나 추억이라는 이름으로만 정리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함께한 시간은 그 사람을 바라보던 방식, 그 곁에서 만들어진 자신의 모습, 이후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마음에도 남아 있다. 관계는 지속되거나 단절되는 두 가지 상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헤어진 뒤에는 헤어진 사람끼리의 시간이 있다. 더는 함께하지 않으면서도 한때 함께했다는 사실을 품고 살아가는 시간들.


그런 의미에서 수진과 연서가 서로에게 쓰기로 한 ‘부치지 않는 편지’는 이 작품의 관계를 닮아 있다. 편지는 본래 누군가에게 가기 위해 쓰이지만, 두 사람은 처음부터 보내지 않기로 약속한다. 모두 한 번쯤 부치지 않을, 혹은 부치지 못할 편지를 써본 적이 있지 않을까. 마음속으로든 편지지 위로든. 그 순간의 편지는 무엇을 위해 적히고 무엇을 위해 보내지지 않았던가.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 말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답장이 도착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상대의 반응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때 하지 못했던 말과 뒤늦게 알아버린 감정, 관계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기대했고 무엇을 잃었는지를 문장으로 확인한다. 마음속에 있을 때 감정은 현재의 자신과 뒤섞여 있지만, 문장이 되는 순간 그것은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대상이 된다. 쓰는 사람은 과거의 자신에게서 조금 떨어져 그때의 마음을 읽고, 이미 지나간 관계에 현재의 언어로 다시 의미를 부여한다. 기억할 수밖에 없는 과거와 새롭게 살아야 하는 현재 사이에서 글쓰기는 두 시간을 이어주는 행위가 되는 셈이다. 편지는 상대에게 도착하지 않더라도 쓰는 사람에게 먼저 도착한다. 지나간 관계를 되살릴 수는 없어도 그 관계를 지나온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다시 읽어볼 수 있다.


그래서 『멜볼딘 동물원』에서 이별은 이전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출발점으로만 쓰이지 않는다. 연서가 없는 자리에서 수진과 표은이 만나듯, 이미 끝난 관계는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후의 삶에 참여한다. 과거를 없애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받은 것까지 지닌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 새로운 사랑과 관계는 완전히 비어 있는 자리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통과한 채 서로에게 도착한다.


송섬은 이러한 관계의 시간을 장소에도 겹쳐놓는다. 멜볼딘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여러 여행지를 지나 동물원으로 향하고, 시간이 흐른 뒤 또 다른 관계가 다시 동물원을 찾아간다. 같은 종류의 장소를 찾아간다고 과거의 시간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그곳을 찾는 사람도, 함께 걷는 사람도 달라져 있다. 장소는 지나간 시간을 복원하는 대신 무엇이 사라졌고 무엇이 남았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그래서 폐장한 동물원이라는 공간은 이 소설의 이별과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동물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그곳에서 동물들이 살았던 시간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빈 우리는 부재의 모습인 동시에 한때 누군가 그곳에 있었다는 흔적이 된다. 관계 역시 헤어졌다는 사실만으로 함께했던 시간이 삶에서 빠져나가지는 않는다. 다만 이전과 같은 형태로 존재할 수 없게 되었을 뿐이다.


어떤 관계는 다시 이어지고, 어떤 관계는 한쪽의 기억에서만 계속된다. 또 어떤 관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건너가 새로운 만남의 일부가 된다. 『멜볼딘 동물원』은 그 변화들을 바라보며 이별 이후에도 사람 사이에는 시간이 계속 흐른다는 사실을 그린다. 지나간 관계를 지우지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지도 않은 채 자신의 삶 안에 둘 자리를 찾아가는 시간이다. 어쩌면 부치지 않는 편지도 그래서 필요한 것일 테다. 상대에게 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했던 자신을 데리고 다음 삶으로 가기 위해서. 이별은 두 사람이 더 이상 함께하지 않는 순간에 시작되지만, 관계의 의미까지 그날 함께 끝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와 헤어진 뒤에도 우리는 그 관계에서 받은 것들을 지닌 채 또 다른 사람에게로 간다. 그렇게 한 사람의 삶에는 떠난 사람과 아직 곁에 있는 사람,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의 시간이 조금씩 겹쳐진다.


✏️도서출판 은행나무로부터 은행잎 4기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s******6 2026.09.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멜볼딘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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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친구였던 연서와 수진이 10여년만에 다시 만나면서 책은 시작되었다.두 사람은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동물원을 찾아가지만, 연서는 또다시 사라져버린다.10년 후 연서의 딸 표은이 수진을 찾아오면서 두 사람이 남긴 시간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사람사이의 관계가 꼭 현재의 모습으로만 남아있는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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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친구였던 연서와 수진이 10여년만에 다시 만나면서 책은 시작되었다.

두 사람은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동물원을 찾아가지만, 연서는 또다시 사라져버린다.

10년 후 연서의 딸 표은이 수진을 찾아오면서 두 사람이 남긴 시간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사람사이의 관계가 꼭 현재의 모습으로만 남아있는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연락이 끊기고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사람과 보낸 시간이 없어지는건 아니다. 

그렇다고 다시 만난다고해서 예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도 없다. 

수진과 연서가 다시 만났을 때도 둘 사이에는 10여년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 동안 각자 다른 삶을 살아왔다.


특히 연서가 사라진 뒤 표은이 등장하면서 같은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진에게 연서는 친구였지만 표은에게는 엄마였다. 

수진이 알고 있던 연서의 모습과 표은이 알고 있는 연서의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한 사람을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전부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동물원이 등장하는 방식도 계속 생각하게 됐다. 

동물이 사라진 동물원은 여전히 동물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질문을 관계에 대입해보면, 사람이 떠난 뒤에도 그 관계를 관계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누군가가 내 삶에서 사라진 뒤에도 함께했던 시간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계가 끝나는 순간보다 그 이후가 더 오래 남는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는 끝이라고 생각했던 관계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의미로 기억될 수 있고, 그 사람을 통해 알게 된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연락을 오래 하지 않은 몇몇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고, 다시 만나고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다시 만나지 않더라도 그때의 시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은행잎 4기 활동으로, 은행나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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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6 2026.09.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