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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Dubious B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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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도 한참 더 된 일이다.   김영삼 정권은 군부정권 잔존 세력과의 모종의 딜을 통해서 생겨난 정권이어서인지문민정부라고는 하지만 반정부 세력에 대한 탄압이 이전 정권에 못지 않았다.그러던 와중에 급기야 시위자들 중 사망자가 발생했다.   학생운동 측은 사망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자 부검을 원했지만경찰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시신 탈취하려고 했고
"In Dubious Battle" 내용보기

지금으로부터 10년도 한참 더 된 일이다.

 

김영삼 정권은 군부정권 잔존 세력과의 모종의 딜을 통해서 생겨난 정권이어서인지
문민정부라고는 하지만 반정부 세력에 대한 탄압이 이전 정권에 못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급기야 시위자들 중 사망자가 발생했다.

 

학생운동 측은 사망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자 부검을 원했지만
경찰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시신 탈취하려고 했고
유가족은 하루 빨리 장례식을 치르고 싶어 했다.

 

이와 관련하여 학생운동 측은 반정부 가두시위를 벌였고,
시위를 마친 뒤 각 대학별로 향후 대책을 논의했으나 의견이 분분했다.
집행부 중 몇 명이 의견을 얻을까 하여
시위에 참여하고 있던 최고 노땅(?)인 남편에게 자문을 구했다.

 

"물론 내 대답이 걔네들이 원했던 답이 아니라는 건 알아. 분명 실망을 했을 거야. 하지만 나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

"그래. 잘 했어. 솔직히 오빠가 선동가 스타일은 아니지.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해."

 

결국 그 사건은 유가족 뜻대로 조기에 장례식을 치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많이 생각났던 장면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
어느 진영에 있느냐에 따라, 그리고 같은 진영에 있더라도 개인, 조직, 주의에 따라 서로 견해가 갈라질 것이다.

 

『의심스러운 싸움』은 1930년대 미국이 배경이다.
저임금에 불만을 품고 파업을 하는 농업 노동자들과 그들을 도와주는 공산당원들,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일은 하지만 공산당원들의 주의는 지지하지 않고 회의를 품고 있는 의사, 그리고 농장주들.
크게 이렇게 네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물론 농업 노동자들은 또 다시 리더들과 파업에 적극 동조하는 사람들, 분위기에 편승한 사람들, 프리 라이더들, 언제든 변심할 사람들, 부화뇌동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부류가 있다.

 

이야기의 얼개는 너무 간단하다.
파업을 하는 자와 그들을 도우려는 자, 그리고 그에 맞서는 자들 간의 갈등과 대립.
각자의 목적과 추구하는 바는 서로 다르다.

 

그런 와중에 파업을 도우러 왔던 사람 중 하나가 총에 맞아 죽는다. 사람들이 많은 기차역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이를 목격한다.
공산당원들은 이를 기회로 노동자들의 분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장례식을 통해서.

 

이 장면에서 10년도 더 된 그 일이 생각난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그 생각을 곱씹었다.

 

이 작품은 좌파와 우파 모두에게 맹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아마 내가 20대 초반에 이 책을 읽었다면 나 역시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그때는 피가 뜨거우니깐.

 

작품은 매우 스피디하게 읽힌다. 시간이 된다면 하루 날 잡아서 한 호흡으로 읽기에 좋은 작품이다. 그만큼 몰입도가 상당하다. 흡입력도 좋고.
재밌는 것은 책은 매우 빨리 읽히는 데 '또 하나의 나'는 아주 천천히 작품의 주위를 서성이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독자마다 좋은 책의 요건으로 꼽는 건 다르겠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책을 읽은 후에 작가가 제시한 주제에 대해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그 생각을 심화하고 확대하도록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의 요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좌파와 우파간의 싸움을 보노라면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대의를 위한다면서도 정작 사소한 싸움에서 이기는 데 급급해
대의의 대상자랄까, 수혜자들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그러니 '의심스러운 싸움'이 될 수밖에.

 

어떤 싸움이 가지는 정당성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고민해보게 하는 책이다.

 

 

Points


1. '무엇을 쓸 것인가'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작품의 주제는 매우 생각해볼 만하다. 작가의 진지한 질문에 독자는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

2. '어떻게 쓸 것인가'의 측면에서 봤을 때도 이 작품은 퍽 인상적이다. 사과 농장의 묘사라던가 기차역의 묘사, 그리고 글의 맨 첫 부분의 하숙집 묘사 등.
그리고 사람들의 대사나 심리 묘사가 뛰어나고, 인물들은 매우 전형적이나 그것이 식상하지 않고 주제를 잘 부각시킨다.

3. 글의 후반부에서 의사가 사라진다. 과연 의사는 농장주들에 의해 잡혀간 것일까, 아니면 회의를 품고 스스로 떠난 것인가?
작가는 독자에게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판단하겠는가?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4.『태백산맥』 이후로 후반부로 갈수록 이렇게 마음이 무거워진 작품은 처음이다. 작품의 결말을 예측할 수 있기에.



c*****g 2009.10.15. 신고 공감 3 댓글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