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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51년 동안 라디오에 도착한 편지 60통, 한가위에 읽는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서평
"사람이 밥 처먹는다고 사람인 줄 알어? 밥값을 해야 사람이지." 책 속 어느 할머니가 사고뭉치 손주한테 던진 호통인데요, 월급 받고 사는 아재 입장에서는 괜히 뜨끔하더라고요. 나는 회사에서 밥값은 하고 있나 싶은 날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요. 오늘이 추석 연휴 첫날이라 다들 전 부치느라 바쁘실 텐데, 저는 전 대신 편지 이야기를 부쳐 봅니다.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도착한 편지들을 모은 책이에요. 1979년부터 해마다 봄이면 열린다는 글 잔치 '신춘편지쇼'의 당선작 가운데,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삶을 붙들어 준 순간을 담은 편지 60편을 골라 다섯 장으로 나눴다고 합니다. 1975년에 시작한 방송이 올해로 51년째라니, 그동안 방송국에 쌓였을 편지 더미를 떠올리기만 해도 아득해져요. 펼쳐 보면 사연마다 붙은 편지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줄이 그어진 종이 위에 제목이 크게 적혀 있고, 맨 아래에는 보낸 사람이 붙인 별칭과 이름, 보낸 해가 있어요. '담배 가게 호랑이 할머니 손주', '행복은 내가 선택하는 것', '첫 소풍' 같은 식으로요. 편지지 색도 연초록이었다가 분홍이었다가 살구빛으로 바뀌어서, 사연 하나 넘어갈 때마다 새 봉투를 뜯는 기분이 들더군요. 본문 중간중간 좋은 말은 표지 제목을 감싼 것과 같은 보랏빛 곡선 안에 따로 크게 실려 있는데, 누가 밑줄을 대신 그어 준 것 같아서 좋았어요. 차례만 훑어봐도 재미가 있습니다. "혹시 난닝구 입고 댕기나?", "네찌 주라", "천금가튼 내 세끼 바라". 맞춤법도 사투리도 손대지 않고 그대로 살려 둔 것 같은 제목들이라, 누군가의 손글씨를 그대로 옮겨 놓은 느낌이 나요.
프롤로그부터가 한 통의 편지예요. 어른이 되고부터 "사는 게 대체 뭔가", "지금 닥친 이 고비는 어떻게 넘어가나" 같은 물음표를 수시로 만나게 됐다는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그 물음표가 남의 얘기 같지 않더라고요. 답이 없는 게 아니라 '정해진 답이 없다', '답이 무한히 많다'고 고쳐 말하는 대목에서는 어깨가 조금 풀리는 것 같았고요. 마지막에는 여성시대 드림이라는 서명까지 붙어 있어요. 그 앞쪽에 이런 문장도 있었습니다. "그냥 그저 에세이 읽듯, 소설 보듯 페이지를 넘기셔도 좋습니다.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이야기들이니까요." 읽어 보니 빈말이 아니었어요. 처음에 나온 호랑이 할머니 이야기로 돌아가 볼게요. 편지를 쓴 사람은 대리기사인데, 지난겨울 태운 손님이 고향 얘기를 하다가 담배 가게 호랑이 할머니를 아느냐고 묻는 데서 사연이 시작돼요. 근 30여 년 만에 듣는 그 호칭을 화자가 반가워하는 장면부터 벌써 마음이 들썩이더라고요. 할머니는 작은 쪽방에서 담배를 파셨는데, 고등학생이 담배를 사러 오면 "머리에 새똥도 안 떨어진 놈이 어디서 댐배질이여?" 하면서 빗자루부터 드셨다고 해요. 담배 파는 분이 담배 사러 온 학생을 쫓아내는 가게라니, 읽으면서 웃음이 났습니다.
사춘기에 방황하던 손주한테는 앞의 그 밥값 호통이 떨어지는데, 스무 살에 지금의 아내를 데려갔을 때는 또 결이 달라요. 아내의 손을 잡고 "저놈이 하는 짓은 깡패여도 본심은 착한 놈이다"라며 손주 편을 들어 주시고, 손주한테는 이렇게 당부하시거든요. "니놈이 귀하게 여겨야 남도 귀하게 여겨주는 거여. 이쁜 거 만났으니 귀하게 여기고 아껴주어야 혀." 호통과 당부가 한 입에서 나오는 분이라 그런지, 이런 어른 한 분 곁에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지를 쓴 분이 오십 반백의 나이에도 할머니 가르침을 되새기며 산다는데, 저랑 나이대가 비슷해서 그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3장의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데, 그러니까 우리 딸이 좀 봐줘)였어요. 30대 중반에 우울증으로 상담을 받게 된 딸이,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 보라는 말에 아무것도 꺼내지 못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 기억 한가운데에는 엄마 '경옥 씨'가 있고요. 딸이 기억하는 엄마의 말은 '안 돼', '하지 마', '입 다물어', '보기 싫어' 같은 것들이었다고 해요. 그러다 아빠가 경옥 씨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외할머니 병간호를 하면서 한 시간 넘는 길을 걸어 학교에 다녔고, 동생들 도시락과 온갖 집안일까지 떠안고 자랐다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아빠가 한마디를 보태죠. "잘 몰라서 그래.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잖아.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데, 그러니까 우리 딸이 좀 봐줘."
부모라는 자리도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것. 이 나이쯤 되니 처음 맡아 본 자리에서 서툴렀던 기억이 저한테도 적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이 말이 남의 집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았습니다. 사연 속에는 경옥 씨의 다른 얼굴도 조금씩 드러나요. 첫 직장에서 상사가 볼펜으로 딸의 머리를 때린 적이 있는데, 전화로 사정을 들은 엄마가 딸이 정신이 번쩍 들 만큼 거친 말로 그 상사를 욕해 줬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해 본 사람이라면 그 전화 한 통이 얼마나 든든했을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 편지가 어디에 닿는지는 직접 읽어 보시면 좋겠어요. 보낸 사람의 별칭이 '행복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라는 게 다 읽고 나니 다시 눈에 들어오더군요. 5장의 (인생이 소풍 같다)에는 이런 장면이 나와요. 대장암 수술 뒤로 외출이 어려워진 아버지를 모시고 봄 소풍을 간 날, 여섯 살 딸아이가 할아버지 손이 차갑다며 손을 잡으려 하지 않아요. 할아버지 표정이 어두워졌는데, 그 머리 위로 벚꽃잎 한 장이 떨어지자 아이가 소리칩니다. "와, 할아버지 머리 위에 꽃이 폈어!" 아버지는 병에 걸리기 전에는 "'인생이 소풍 같다'는 놈은 대체 어떤 호사를 누리고 갔냐"고 빈정거렸는데, 지금은 건강했던 지난 시절이 모두 소풍 같다고 하신대요. 손녀가 할아버지는 소풍을 엄청 많이 다녔겠다고 하자, 돌아온 대답은 이거였어요. "할아버지 소풍은 이제부터야." 반백의 머리에 벚꽃잎을 얹은 할아버지 모습이 그려져서, 이 장면은 오래 눈앞에 떠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연들도 결이 다 달라요. 두 번 실패하고 무너진 딸에게 엄마가 건넨 "실패는 있을 수 있어도, 실패한 인생은 없어"라는 말도 있고, 국숫집에서 처음 본 할머니가 사투리로 건넨 "살면 살아지고, 살아지면 잘 살았다 싶은 날 있제"라는 말도 있어요. 제목만 봐도 사연이 대강 짐작되는데, 막상 읽으면 짐작보다 훨씬 깊더라고요. 저는 수영을 배우는 엄마가 딸한테 던진 말에서 웃음이 터졌어요. "다 늙은 엄마도 이 나이에 배워서 수영하는데 너라고 못할 게 뭐 있겠어! 내가 너 나이면 날아다녔다!" 뭐든 늦었다고 생각하기 쉬운 나이라서 그런지, 청춘이 꼭 젊은 나이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편지 속 문장에 밑줄을 긋고 싶어졌습니다. 양희은 님 추천사에 "40대 끝자락부터 지금까지 나를 사람답게 키워준 터전은 (여성시대) 편지들이었다"는 문장이 있어요. 40대 끝자락이면 딱 제 나이라 괜히 더 믿음이 갑니다.
솔직히 걸렸던 건 읽는 속도였어요. 한 편 한 편은 길지 않은데, 편지 한 통에 한 사람의 몇십 년이 들어 있다 보니 연달아 넘기기가 쉽지 않더군요. 한 통 읽고 숨 고르고, 또 한 통 읽고 숨 고르게 되는 책이라 몰아서 읽는 재미를 기대하면 조금 다를 수 있어요. 대신 아무 데나 펼쳐도 거기서 바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니, 곁에 두고 오래 꺼내 읽기에는 이만한 책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고급스러운 양장 커버에 두께는 보통 에세이만 해서 손에 쥐기 딱 좋아요. 표지에는 꽃이 가득한 정원 벤치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뒷모습이 색연필 느낌으로 그려져 있는데, 제목이랑 참 잘 어울립니다. 들고 있으면 명절 선물세트처럼 든든한데, 햄 대신 사람 냄새가 꽉 차 있더라고요. 추석에 부모님 댁 가실 때 과일 상자 옆에 한 권 끼워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것 같지만, 결국 서로의 말로 살아갑니다."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고, 내일이면 한가위 보름달이 뜨겠네요.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전화 걸어서 "밥은 먹었니?" 한마디 건네 보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 덕분에 좋은 말을 한 보따리 두둑하게 챙겨 받은 기분이라, 명절을 앞두고 마음이 든든해요. 다들 배도 마음도 넉넉한 한가위 보내세요. 평범한 사람들이 51년 동안 보내온 편지 속에서,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운 한마디들을 모은 따뜻한 책이에요. #우리는서로의말로살아간다 #여성시대 #MBC라디오여성시대 #신춘편지쇼 #김영사 #김영사신간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위로가되는책 #인생의한마디 #양희은추천 #정지아추천 #추석선물책 #가을에읽기좋은책 #중년의독서 #직장인책추천 #서평단 #책리뷰 #북스타그램 #BOOKULO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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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된 리뷰입니다 ㅡ 김영사 /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 ::: <여성시대>가 전하는 잊지 못할 인생의 한마디 "라디오 잘 들으시나요?" 한창 학업에 열중해야 할 고등학생 시절 조용히 나혼자 즐길 수 있는 것은 라디오밖에 없더라구요 아침에 영어방송부터 저녁시간에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까지~ 혼자 막막해서 편지사연도 보내고 위로도 받다가 그렇게 대학에 들어가고 라디오라는 친구를 잊었었는데 졸업후 고향을 떠나 직장을 타지로 잡으면서 피붙이 하나 없는 외로운 생활의 시작 그 고단한 생활에 활력과 위로를 건네준 것이 라디오였어요 이때는 공부관련 프로그램이 아니라 가볍게 울고 웃을 수 있는 꽁트 위주 그리고 사연위주의 방송들이였는데요 지금은 직장생활을 접다보니 라디오를 들을 시간이 없어서 잊고 지낸거 있죠. 사람사는 향기가 가득했던 그 소소한 삶의 행복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MBC 라디오 <여성시대>의 "신춘편지쇼"의 수상작 60편을 묶은 에세이예요 1979년 프로그램이 생긴때부터 2026년 현재까지~ 40년의 세월이 녹아 있는 편지글이니만큼 과거와 현재를 드나들며 공감대를 쌓을 수 있는데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한템포 쉬어서 가야 할 때 혼자서 씩씩하게 혹은 함께 가야 할 때 순간순간의 삶의 지혜들이 담긴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 시간.. 아주 오랜만에 남의 속 마음을 읽으니 사람 사는거 다 거기서 거기구나 싶은 마음도 들고 사람으로 상처받은 마음이라도 역시 치유되는건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간만에 묘한 마음가지며 아껴서 사연 하나하나 읽고 있어요
내마음같지 않게 자꾸만 엇나가는 사춘기의 자녀를 보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이와 같이 밤걷기를 해보기도 하고 혼자서 이것저것 외부활동도 해보고 직장을 접고 아이와 같이 공부를 하면서 결국은 "엄마는 엄마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했다" 라는 저 한문장에 사춘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저 역시도 마음을 다시 평온하게 유지하며 나에게 집중을 해봅니다
평생 부모품에 살줄 알고 패악을 부리다가 부모품을 떠나서 해방감을 느꼈다가 결국은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한없이 내어주었던 마음의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는데요. 아무 생각없이 발길을 돌린 생선 장수 아버지를 둔 사연자의 이야기 글도 모르는 아비의 안부를 품고 있는 동그랗고 세모진 도형들이 내부모의 안부같이 느껴지더라구요 다른사람의 사연을 읽으며 현재 내가 가진 고민들을 그들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는지 혼자 읽으며 또 필사도 하며 생각하는 시간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지 않는 분들이라도 공감하며 읽을 내용들이 많은만큼 행복, 감사, 기쁨, 불안, 우울 등등 하루에도 열두번을 널 뛰는 마음에 잠시나마 쉼을 허용하고자 한다면 청취자의 사연을 담은 인생한마디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를 추천합니다 #에세이집 #일기글 #편지글 #여성시대청취자사연 #우리는서로의말로살아간다 #여성시대 #김영사 #북유럽 #리딩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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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것 같지만 결국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
김영사에서 출간한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소개되었던 수많은 편지 가운데 오래도록 기억될 60편의 사연을 골라 엮은 책이다. 거창한 성공담이나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과 이웃, 부부와 자녀 사이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평범한 삶의 풍경이다. 그런데 그 평범함 속에 웃음과 눈물, 상처와 위로, 그리고 다시 살아갈 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동병상련의 감정은 때로 낯선 사람의 위로보다 더 깊이 마음에 닿는다. 누군가의 고단한 이야기를 읽으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 지나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같은 일상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배워내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는 달라진다. 결국 사연 속 경험을 자신의 삶을 위한 자양분으로 바꾸는 것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책 속에는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이야기뿐 아니라 긴박한 삶 속에서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사연도 있다. 그러나 그 웃음과 눈물의 바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힘겨운 순간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는 것이다. “살면 살아지고 살아지면 잘 살았다 싶은날 있제.” 국수집 할머니의 이 말은 삶보다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던 한 사람의 마음을 돌려세운다. 특별한 위로나 거창한 충고가 아니지만, 진심이 담긴 평범한 말 한마디가 꺼져가던 마음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말에는 사람을 살리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장명조(모모)의 『모모의 새날』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요양원이라는 공간에서 마주하는 고독과 고립, 때로는 거친 언행과 폭력적인 현실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글쓴이는 병원에서 보낸 6개월을 좌절의 시간이 아니라 재기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스스로 선택하고 삶의 의미를 다시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책에 실린 사연 상당수는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중장년들의 이야기다. 지금보다 생활이 어려웠던 시절,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했다는 아쉬움을 가슴에 묻은 채 억척스럽게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이다. 때로는 가난과 서러움이 복받치고, 때로는 가족 간의 갈등으로 마음이 무너졌지만 결국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삶을 이어왔다. 세월이 흐른 뒤 돌아보니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은 대단한 성공이나 특별한 행운만이 아니었다. 어려울 때 건넨 한마디의 위로, 함께 울고 웃어준 가족과 이웃,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던 마음이 삶을 버티게 한 힘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사람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불안과 위협이 일상이 되어가는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거창한 해답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바로 그 평범하지만 소중한 진실을 일깨워준다. 사람은 혼자서 삶을 완성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말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책장을 덮으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건넸던 말과 들었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내가 힘든 시절을 지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름 없이 건네받은 따뜻한 한마디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나도 누군가에게 삶을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하는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다시 일어설 힘을 줄 수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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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칠십을 넘어서면 세상만사를 바라보는 눈길이 점차 순해지기 마련이다. 격정의 시대를 지나오며 치열하게 다투었던 명분이나 성패의 기억도 세월의 이끼 밑으로 덮이고, 결국 마지막까지 가슴에 남아 온기를 전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았던 다정한 말 한마디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에 전달된 애청자들의 글을 모아 엮은 책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바로 그 평범하지만 위대한 삶의 진실을 나직한 목소리로 전해주는 작품이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그곳에는 화려한 문식이나 잘 가다듬어진 미문이 아닌, 저마다의 삶터에서 땀 흘리며 건져 올린 생생한 언어들이 가득했다. 가난한 시절 가족을 위해 묵묵히 희생했던 부모님의 안타까운 고백, 자식을 키우며 밤잠을 설치던 어미의 애타는 마음, 고된 노동 속에서도 서로의 어깨를 토닥여주던 이웃의 온기가 행간마다 짙게 베어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타인의 사연을 청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춘과 장년을 거쳐 노년에 도달한 내 자신의 지나온 삶을 가만히 조명해보게 만든다.
특히 가슴을 울린 대목은 일상의 거친 파도 속에서도 타인을 향해 다정한 말을 건네는 인내의 순간들이었다. 살다 보면 삶의 무게가 무거워 남에게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고 싶을 때가 왜 없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수록된 이들은 말을 아끼고, 상처 대신 위로를 건네며, 견디기 힘든 고단함을 따뜻한 한마디로 녹여낸다. 70년 넘는 세월을 살아오며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은, 사람을 살리는 것은 거창한 담론이나 타당한 논리가 아니라 바로 이런 작고 소박한 말의 온도라는 점이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는 유난히 격동적이었고, 생존을 위해 각박해질 수밖에 없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 책 속 청취자들의 사연을 읽으며 깨닫는다. 그 힘겨운 터널을 지나올 수 있었던 힘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누군가 던져준 “밥은 먹었느냐”, “고생 많았다”, “괜찮다”라는 다정한 한마디 덕분이었음을 말이다.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책의 제목은 결코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인간은 정말로 서로가 나누는 말의 온기를 양분 삼아 하루를 견디고 일상을 살아내는 존재인 것이다.
남은 생 동안 내가 타인에게 남길 언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돌아보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지혜를 빙자해 잔소리가 늘어가거나 판단하려 들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진정한 어른의 언어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그것은 그저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며, 따뜻한 온도를 담아 건네는 다정한 말일 터이다.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삶의 후반부를 걸어가는 이들에게는 과거에 받은 따뜻한 말을 추억하게 하고, 다가올 날들 동안 타인에게 어떤 말을 건네며 살아가야 할지 깊은 울림을 준다.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며, 삶에 지친 모든 세대에게 권하고 싶은 온기 가득한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