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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면 작품 앞에서 괜히 오래 서 있어야 할 것 같고, 뭔가 아는 사람처럼 봐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있다.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는 그런 마음을 조금 가볍게 내려놓게 해주는 책이었다. 미술을 어렵게 설명하기보다 “일단 재미있게 보는 것”에서 시작하게 해준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작품을 볼 때 정답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태도였다. 화가의 생애나 미술사적 의미를 알아야만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에서부터 감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 유명한 작품들도 그저 ‘교과서 속 명화’로 바라보는 대신, 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당시 사람들은 이 장면을 어떻게 봤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책을 읽다 보면 미술관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작품들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색과 구도만 보던 그림에서 화가가 숨겨놓은 이야기나 시대의 분위기를 발견하게 되고, 익숙했던 명화에서도 “아, 그래서 이렇게 그렸구나” 싶은 순간이 생긴다.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이 꽤 크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미술을 잘 알아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이다. 미술관은 시험을 보는 곳이 아니라는 것.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는 오래 머물고, 별로 끌리지 않는 작품은 그냥 지나가도 괜찮다는 듯한 책의 분위기가 편안했다.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를 읽고 나니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볼 때 조금 더 뻔뻔해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부분이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어쩌면 미술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렇게 내 눈으로 먼저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