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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 뉘엿뉘엿 어두워지는 때 있죠. 노을빛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사람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갈 때. 여기선 그 시간을 북새라고 그래요. 나 시집왔을 때 어머님이 알려준 말인데 그때는 옛날 말이 그렇게 듣기 싫더니 요즘엔 정겨워서 좋아요. 북새에 강변 하늘을 바라보면요, 누가 저렇게 세상을 아름답게 칠해놨을까 싶어요.”(69페이지) 우리가 걷는 모든 시간이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급성으로 찾아온 질병이 아니라면, 우리는 모두 노년의 시간을 거치며 죽음과 가까워진다.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그 사이에 무슨 일을 만나는 게 아니면 시간의 흐름에 맡겨 놓은 것처럼 죽음의 문을 향해 걷고 있는 거다. 오랜 기간 아버지의 투병이 아니었다면, 매달 출석 체크하듯 병원을 찾는 엄마의 상태가 아니었다면, 나는 노년을 겪는 사람이나 죽음과 가까운 상황에 관해 잘 몰랐을 거다. 지금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들이 경험했거나 지금도 경험하는 그 순간을 그래도 조금을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서늘하다. 별로 좋은 경험은 아니었기에 말이다. 몸이 아프고 마음은 쓸쓸해지고, 자식들은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들고,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세상과 이별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어떻게 유쾌하기만 할 텐가. 딱히 할 일이 없어서 TV만이 유일한 친구가 되는 일, 그게 노년의 시간이라면 나도 그 시간을 만나고 싶지는 않을 듯하다. 그리고 내가 아는 많은 어르신이 그렇게 지내고 있다. 나의 노년도 그런 모습일까? 아마도 작가는 내가 알듯 말듯 한 노년의 모습을 누구보다 많이 봐온 사람으로, 그들을 보는 시선이 다를 수도 있겠다. 태어나서 줄곧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라면서 가장 이해하고 싶은 대상이었다는 것은, 작가의 전작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느끼기는 했다. 그런 느낌을 이런 방식으로 시도할 것을 알지 못했을 뿐.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노년을 지내는 어르신들을 만났다. 그 시기를 사는 모습이 다들 비슷할 거로 여겼는데, 비슷하면서도 달라서 읽으면서 많이 놀랐다. 일흔여섯의 정열 어르신은 래퍼 연습생이 된 것으로 마치 한을 풀어낸 것처럼 좋아했다. 순자 어르신은 중년에 시작해서 예순여섯 살에 검도 6단의 고수가 되었다. 영화와 책으로 일상을 꽉 채우는 승기 어르신은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다. 홍자와 옥순 어르신은 같이 노인 돌봄 일하면서 마치 여고생 단짝이 된 것 같았다. 트로트 아이돌의 활발한 활동을 지켜보면서 삶의 활력을 찾은 선자 어르신의 바람이 계속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작가가 만난 많은 노년의 삶이 내가 아는 모습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었다. 아니, ‘모습’이 아니라 그 ‘마음’을 듣는 게 낯설었다고 해야겠다. 아마 누구나 갖는 일상을 바라보는 마음이었을 텐데, 노인이라고 그 마음이 다를 거라는 선입견을 품고 있었나 보다. 생각보다 유쾌하게, 축 처지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즐거웠다. 우리 대부분, 각자의 일상을 그렇게 살아가고자 애쓰고 있지 않나?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받아들이며 지내기도 하지만,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오래된 바람 하나 이뤄가면서 만족하는 삶. 시대가 그래서,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우선이어서, 바쁘게 살다 보니 잠시 잊힌 꿈이 너무 오래 잊히기도 했다. MBTI ‘슈퍼 I’인 내가 그들의 일상을 보는 마음이 좀 떨리기도 했다. 노래를 쫓아 아이돌을 따라다닐 수 있지도 않았고, 운동하겠다고 체육관을 찾아가는 것도 선뜻 떠올릴 수 없는 일이다. 랩은커녕 문화센터 노래 교실에 가볼 생각도 못 하는 심장을 가졌고, 좋아하는 책도 무슨 하루 루틴처럼 읽어내지 못하는 게으름은 덤으로 갖고 있으니, 나는 그들이 보여준 일상의 방식과 다른 방향의 루틴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닮고 싶은 마음이 있다. 노년의 시간을 긍정적으로, 안 되는 것만 생각할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떠올리는 시간이 많아야겠다는 거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힘들겠다는 지레짐작으로 포기하는 일보다,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으로, 비록 그게 무모한 시도라고 할지라도 해봤으니 됐다는 시원한 기분을 느껴보는 것. 엄마가 한 달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가는 내과 병원이 있다. 나도 항상 같이 가서 선생님을 만나곤 하는데, 환자 대부분이 노인들이라서 선생님이 괜히 우스갯소리로 대화를 시작할 때도 많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다른 아픈 데는 없는지 물으면서 다른 이상이 없으면 평소와 같은 약을 처방해주신다. 그러면서 인사를 하신다. “어머님, 다음 달에 꼭 오세요. 또 만나요.” 그러자 엄마가 흥칫뿡 하면서 대답하신다. 병원에 오는 게 뭐가 좋다고, 또 만나자고 하냐고. 그러니까 또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매달 꾸준히 오는 어르신들이 있는데, 다음 달 안 오고 또 그다음 달 안 오고 그래서 알아보면, 돌아가셨다고. 어떤 면에서 어르신들이 꾸준히 다니는 병원에 매달 정해진 약속처럼 방문하는 일은, 그 어르신의 생사를 확인하는 또 다른 방식이기도 하다. 작가가 ‘독거노인 안부 묻기’ 봉사활동을 하면서 부딪힌 그 순간, 어떤 어르신 이름에 두 줄이 그어진 채로 사망하셨다는 표시에 당혹스러운, 더는 이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아니라 일주일 사이에 세상과 이별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마음이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일인 거다. 그래서 이 마음을 더 알고 싶어진다. 작가가 권하는 ‘독거노인 안부 묻기’ 봉사활동 참여에서 보고 알고 느끼게 되는 게 더 많아질 거라는 건 확실하다. 내가 향해 가는 그 시간, 지금 그 시간을 살아가는 이에게 관심 두며 마음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말이다. “작가님은 아직 모를 거예요. 아무도 나를 궁금해하지 않고,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 하루가 어떤 건지. 그분들에겐 어쩌면 작가님과 나누는 통화가 하루의 유일한 대화일지도 몰라요. 오늘 아침엔 무얼 먹었고, 지금은 무얼 하는지, 오늘 하루 기분은 어떤지, 그런 사소한 이야기들을 누구와 나눌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무슨 말이든 즐겁게 나눠주세요.” (198페이지) 어쩔 수 없는 순간이 늘어나는 게 노년의 시간이다. 중년을 살아가는 나도 많이 느끼는데, 나보다 더 나이 든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이 겪는 어쩔 수 없는 순간은 더 많겠지. 엄마가 소화가 불편해서 내과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해도 이상할 게 없었는데, 결과는 나이가 들어서 위장도 늙었다는 말이었다. 눈이 침침해서 찾은 안과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는 말에 절망이 앞서곤 했다. 엄마 때문이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부터 나보다 연장자들과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전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의 행동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이유를 알 것 같다. 내가 노년을 향해 가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나의 노년을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버스 안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집안에서도 자기 주변을 정리하지 않고 모든 걸 늘어놓은 채로 살아가도 이상하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 나도 그런 모습으로 늙어가지 않을까 싶은 어색함도 있지만, 지금 가장 가까이서 보는 엄마의 현재를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을 듯하다. 이미 작가의 전작을 읽어서 그런지, 작가가 노년을 주제로 이분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게 낯설지는 않다. 오히려 전작보다 더 피부로 와닿는 노년의 시간을 이야기해주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내가 노년의 시간에 더 가까워지고 있어서 그런 걸까. 어쨌든 확실한 건, 우리가 그 시간을 만나지 않고 생의 끝에 닿을 수는 없다는 거다. 그러니 누군가가 앞서 걸었던 그 시간, 곧 우리가 걸어갈 그 시간을 모른 채로 살아가지는 말자는 것. 시간이 허락된다면 작가의 전작부터 계속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지금 이 책이 왜 우리에게 다가왔는지 설명이 될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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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인 충만감이랄까. 내 안에 무언가가 쌓이기 시작하니까, 이제는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위축되거나 주눅 드는 일이 없어요. 오히려 그 사람이 궁금해지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들어보고 싶어지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저를 보고 그래요. “내가 알던 네가 아닌 것 같다”라고. 그런 말을 들으면 내심 기분이 좋죠. 나도 지금의 내가 더 나은 사람 같거든요.
그렇게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도 바뀌었다. 그러니 어쩌면 선생님의 마음속 열두 살 소년이 그리던 “다른 세상은, 결국 “다른 나”로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이 아니었을까. (p.46)
비록 당일치기지만, 오랜만에 아이 없이 나 혼자 나선 여행길에 김달님 작가님의 『뜻밖의 우정』을 들고 나섰다. 책이라는 매개로 인해 우연히 친구가 된 언니를 만나는 데 이보다 적합한 책이 또 있을까 생각했던 것.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으면서도 동생을 만나겠다고 정성 가득한 선물을 바리바리 싸 온 언니의 마음처럼, 『뜻밖의 우정』에는 김달님 작가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친구들의 뜨거운 우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나보다 더 젊은 김달님 작가님에게서 노인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주제일 것이다. 그녀의 성장 과정 때문인지, 특유의 깊은 문장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뜻밖의 우정』에서 느끼는 섬세한 이야기들도 어색함이라곤 전혀 찾을 수 없이 『나의 두 사람』의 연장선처럼 당연하고,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 역시 그 문장들에 흠뻑 취해있었다. 그녀는 오직 순전한 호기심에서 노인들의 '사는 일'을 찾았다고 말했다. 나의 부모님이 노인이 되어야 겨우 관심을 가지는 중인 나에게 낯선 주제가 아닐까 잠시 생각했으나,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오셨나요?”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이 책은 나의 부모님 이야기가 되었고,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우리는 모두 언젠가 노인이 된다.”는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뜻밖의 우정』에서는 꽤 많은 노인을 만날 수 있다. 랩을 하는 노인, 끝없이 학습하는 노인, 글을 쓰는 노인, 뮤지컬 배우가 되신 노인, 선생님'이었던' 노인, 지하철을 타고, 책을 읽고, 음식을 하고, 자신의 돌보는 노인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나는 그들에게서 “노인”이라는 단어가 아닌 그저 “人”만을 느끼게 되더라. 그렇게 그들의 나이가 아닌, 그들의 삶을 바라보며 문득 작가님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그들의 지나온 시간”이 아닌, 여전히 부지런히 걷고, 촘촘히 살아내고 있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들 사이에서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 일이 없었다는 그녀의 말이 쉬이 들리지 않았던 것은, 노인들이 치열한 삶에서 물러나 앉았기 때문이 아니라 한발 뒤에서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진 이들이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거의 대다수 타인에게서는 늘 무엇인가를 배우고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노인이 된 나에게는 어떤 자리가 필요할까. (p.238)”하고. 마흔을 넘어서고도 아직 멀 일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지금쯤 내가 그것을 생각해봄이 당연하단 것을 문득 깨닫는다. 지금 내가 그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가, 앞으로 내가 살아가게 될 세상임을 느낀다. 그래서 『뜻밖의 우정』을 읽는 내내 마음이 뜨거웠고, 깨달았고, 배웠다.
김달님 작가는 자신이 노년의 이야기를 담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으나, 나는 『뜻밖의 우정』을 읽으며 노년을 넘어 사람 자체를 다시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가슴 깊이 노년이 되어갈 나의 여생을 더 제대로, 더 사람답게 살아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녀가 촘촘히 기록한 누군가의 삶에서 나를 보며, 나의 오늘이 얼마나 귀하고 얼마나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시간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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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김달님 작가의 『뜻밖의 우정』은 삶의 보편적인 질문과 함께 독자의 노년을 생각하게 만드는 에세이였어요. 작가는 노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감성을 담아 멋진 필력으로 담아내었죠. 독자인 저는 노년이라는 시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인식하면서 조금씩 책을 읽어 내려갔어요. 우리가 언젠가 마주할 미래, 그리고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오늘을 느끼며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나이 듦에 대한 막연한 생각, 불안감을 넘어서 삶이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졌어요. 어떤 노년을 보낼 것인가 하는 건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이를 먹어도 주변의 삶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책의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답니다. 자꾸만 속에서 울컥하는 무언가가 올라와서 한 번에 읽기 힘든 책이었어요. <뜻밖의 우정>은 김달님 작가가 발로 뛰어다니며 만난 수많은 노년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에요. 젊은 시절의 열정을 놓지 않고 이어가는 할머니, 열심히 영화를 보는 할아버지 등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려는 분들의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돌봄 서비스로 만나 서로를 의지하는 뜻밖의 인연과 공동체의 모습까지 가슴을 촉촉하게 적셨죠. 각기 다른 사연과 희로애락이 페이지마다 스며들어 있어서 쉽게 넘길 수 없었어요. 작가는 노인들을 취재 대상으로 본 게 아니라, 그들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며 존중했다는 게 단어 하나하나에서 오롯이 느껴졌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타인의 삶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겪을 미래,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가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속에는 소박하지만 빛나는 인상, 지나온 삶의 회한과 아름다운 기억, 그리고 앞으로의 조용한 기대가 모두 담겨 있었어요. 책을 마지막까지 읽은 후에는 누구나 자신만의 서시가 있다는걸,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앞으로 이 스토리는 계속 이어질 거라는 것도요. 아마 <뜻밖의 우정>은 읽는 독자의 연령대에 따라서 각기 다른 인상을 줄 거 같아요. 특히 저처럼 장년층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남의 일로만 느껴지지 않을 테죠. 저 역시 이 책을 읽기가 정말 힘들었는데요, 머지않아 닥쳐올 나의 미래 그리고 여든 살의 저희 엄마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면서 묘한 불안감과 희망이 교차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 한 편에서 그늘이 지기 시작했어요. 책 속에 담긴 외로움과, 고통, 고단함이 나의 미래라면, 만일 나에게 저렇게 외로운 노년이 찾아온다면, 그냥 지금 나름대로 평화로울 때 모든 걸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마저 스치더라고요. 지금까지 힘들었던 인생인데, 더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게 정말 내가 바라는 삶인가 하는 생각에 우울해지고 말았죠. 그래서 중간에 책을 덮고 며칠 동안 가까이 가지 않았어요. 고통과 상실 속에서도 잃지 않는 인간의 품격, 젊은 시절의 꿈을 잊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용기, 그리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우정을 보면서 나는, 미리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지켜나가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품은 내면의 힘을 모두 알 수는 없었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의 '나이 듦'을 애써 외면하지 않는 태도였다. 차츰 나는 알게 되었다. 노년에 가장 필요한 마음은 그 변화에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적응해 나가려는 자세라는 것을. -p.76 지금까지 쓰리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 자신의 인생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으로 채워나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뜻밖의 우정>이라는 에세이를 읽으며 내 삶의 의지를 새로이 다지게 되다니... 마치 선물을 받은 것만 같아요. <뜻밖의 우정>은 노년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는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에세이인 거 같아요. 지금까지 지나온 삶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듯, 또 지금의 내가 미래의 노년을 만들어 간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나 봐요.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문장으로 노년의 스토리를 전하는 김달님 작가 덕에, 앞으로의 인생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으로 채울 용기를 얻었어요. 이제는 미래의 나에게 따뜻한 손길을 뻗으며 보듬어주기로 했답니다. 삶의 다양한 면모와 생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앞으로 나는 어떤 노년을 만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하고 싶다면, <뜻밖의 우정>을 통해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정말 따스하고 좋은 에세이니까요. 살아 있는 한, 나 역시 내가 만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나이 들어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 "그때 그 이야기가 바로 지금을 말하고 있었구나"하고 실감하는 날도 찾아올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p. 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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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적은 리뷰입니다. 문득 나는 깨달았다. 유독 노인들에게 시선이 머무는 마음, 그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앞에서 속절없이 약해지고 환해지는 마음은 오랜 시간 동안 길러진, 나의 고유한 감수성이었다. p.10 그녀의 이전 작품에도 자주 등장했던 이야기, 자신의 삶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한 존재인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들과 함께 보낸 시절 때문인지 노년 세대를 친숙하게 느끼고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는데요. 그런 그녀에 편집장이 짧게 건넨 한마디,,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시면 어때요? 가 시작이었던 에세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노인 이야기란 무엇일까?”에서 막혀버렸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바꿔본 질문이 바로 “왜 노인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가?”였다고 하더라고요. 왜일까요? 아직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호기심, 삶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그들의 경이로움, 그들이 살아온 삶과 살아가고 있는 삶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결국 나의 노년은 어떠할까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하는데요. 국민연금이나 무료 지하철 이용 같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의 중심이 아닌,, 불안하고 우울한 노년의 현실이 아닌,,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직접 만나서 듣고 경험하고 느끼면서 인간적인 우정을 쌓은 이야기들을 담았다고 하네요. 기꺼이 곁을 내어주고 마음을 주고받은.. 조금은 낯설 수도 있지만 분명 따스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답니다. 사나운 사주라는 이야기와 젊은 시절 고난을 이겨내고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마흔에 검도를 시작한 권순자 선생님. 모두의 생각과 다르게 30년을 꾸준히 수련해서 마침내 국내 여성 최고령 검도 6단을 획득하셨다는데요. 합격 결정을 받고 보호구를 벗는 순간 모든 이들이 발견한 노년의 그녀가 받은 충만감은 문장으로 만난 저에게도 감동이더라고요. 노인 일자리 사업 짝꿍으로 만나 옥순과 홍자님은 혼자 지내는 데 어려운 어르신을 찾아 돌보는 일을 하셨다는데요. 같으면서도 달랐던 그녀들은 서로를 언니 동생이라 부르면서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노인이 노인을 더 잘 알기에.. 하지만 일이 아닌 마음으로 만나는 분들에게 아낌없이 주고받았다고 하는데요. 이게 사람 사는 재미라며 깔깔거리는 그들의 늦은 우정이 부럽더라고요. 일흔여섯의 정열님은 가수 장민호에게 푹 빠져계신다고 하네요. 팬카페에 공지된 스케줄을 따라 전국을 돌면서 그를 응원했다고 하시는데요. 매일 한 움큼의 우울증 약에 의지했던 그녀였는데, 공연 후에 인사를 나누던 장민호의 한마디.. 그리고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이제 더 이상 약이 필요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참 많은 노인분들의 감동적인, 마음이 아픈, 조금은 놀라운, 한없이 존경스러운, 너무나도 따스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노인에 대한 편견을 사라지게 만들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해주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다르게 만들어주었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네요. 닮고 싶은 노인, 닿고 싶은 노년의 이야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마치 씨앗을 심듯, 다양한 노년의 모습을 마음속에 하나씩 담아두는 일. 그게 내가 나이 듦을 덜 두려워하는 방법이었다. p.225 나이 듦을 반가워하는 사람은 분명 없을 겁니다. 사회 활동에서 밀려나고, 경제적인 문제도 생길 테고, 신체적으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점점 좁아지는 관계 속에서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는.. 모든 것이 위축되는 시간일 테니까요. 하지만, 변화를 받아들이고 또 다른 시간으로 준비한다면 어떨까요?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이들처럼 말이죠. 김달님 작가의 생각처럼 그들의 삶과 그들의 마음과 그들의 오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조금 안심을 하게 해주네요. 나의 노년에 대해.. 우리의 나이 듦에 대해서 말이죠.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웰빙에 이어, 웰다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실 텐데요. 웰빙과 웰다잉의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나이 듦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젊은 시절과는 분명히 다를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 순간을 맞이할 때까지 계속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겠지만, 이번 에세이를 통해 나만의 답을 만들기 시작할 수 있을 듯하네요. 첫 문장의 단어 하나는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답을 시작하기 위해 한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선선해지는 가을날에 에세이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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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곁에서 성장한 한 사람이, 떠나보낸 두 존재의 빈자리를 안고 시작한 본격적인 노년 탐구의 여정. 김달님 작가의 에세이 『뜻밖의 우정: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작가는 오랫동안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어로 활동했지만 이번에는 궁금해하는 마음만을 들고 노인들을 마주했습니다. 누군가는 "들려줄 이야기가 없다"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들의 삶은 소소한 순간마다 놀라운 반짝임을 품고 있었습니다. 총 3부로 구성한 『뜻밖의 우정』은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는 노년이라는 시간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1부에서 개인의 사연과 특유의 개성을 기록하고, 2부에서 노인의 삶을 단순히 타인의 것이 아니라 다가올 나 자신의 모습으로 비추어냅니다. 마지막 3부는 세대와 시간을 뛰어넘는 공감과 우정을 가능하게 하는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누구에게나 삶은 유한하고,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되지만, 실제 일상에서 노년은 저만치 떨어져 있는 남의 이야기로 취급되곤 합니다. 김달님 작가는 그 거리를 좁히려 합니다. 예순일곱 살에 검도 6단을 취득한 순자 씨, 여든에도 랩을 연습하는 정열 씨의 이야기는 기존의 노인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묘한 전율을 남깁니다. 여기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는 내 나이에 맞는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스스로를 나이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말이죠. 일흔이 넘어 만난 홍자 씨와 옥순 씨의 이야기는 우정이 어떻게 나이를 넘어서는지를 보여줍니다. 겨우 밥솥이 똑같다는 이유로 한바탕 소리 내서 웃는 것처럼, 노년에도 웃음과 연대가 여전히 생성될 수 있다는 희망을 들려줍니다. 삶을 기록한다는 건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이런 미세한 순간에 귀 기울이는 일임을 깨닫게 됩니다. 게다가 노인의 삶을 기록하는 일이 곧 나의 미래를 비추는 일이 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든의 윤자 씨는 “작가님….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 질문은 세대를 가로질러 울림을 남깁니다. 누구도 완벽한 정답을 내놓을 수 없는 질문, 그러나 서로에게 건네는 것만으로 의미가 되는 질문입니다. 작가는 나이 듦을 억울한 일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노인들의 지혜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삶의 끝을 준비하는 성숙한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곧 나의 예행연습이 됩니다. 작가는 노년의 삶을 단순히 관찰하는 것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서로를 바라보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작가가 말하는 진정한 우정은 그저 동년배끼리의 친밀함이 아닌, 세대와 경험의 차이를 뛰어넘는 더욱 보편적인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나이가 들면 지금 내가 이걸 하지 않으면 이제는 영원히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는 한 노인의 고백이 울림을 줍니다. 청춘의 무모함과 노년의 과감함이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습니다.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사실은 새로운 용기의 원천이 됩니다. 무엇보다 작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의 가치를 일깨워 줍니다. 너무 사소해서,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비로소 꺼낼 수 있는 이야기들. 노년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해당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SNS에 올리는 사소한 기록조차도 사실은 살아가고 있는 나를 증명하려는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년을 부담으로 여기거나,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뜻밖의 우정』은 노년 세대를 특별히 영웅화하거나, 반대로 무력하게만 그리지 않습니다. 대신 각자의 얼굴을 가진 개별적 존재로 존중하며 그 구체적인 삶 속에서 우정을 발견합니다. 노년의 삶이 결코 쇠퇴나 포기가 아닌, 오히려 더욱 순수하고 진정한 자기다움의 완성 과정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노년이라는 지평을 통해 삶 전체를 바라보게 하는 『뜻밖의 우정』. 단순히 노인에 관한 책이 아니라, 노인이 될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뜻밖의우정 #김달님 #수오서재 #노년 #에세이 #노인 #우정 #인디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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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노년이란 죽음에 가까워지는 시간이 아니라 끝까지 나로 살기 위한 시간이다! 김달님 작가의 책만 하더라도 벌써 세 번째다. 꼭 읽겠다는 마음보다 자연스럽게 내게로 왔다는 쪽에 가까웠다고 해야 하나. 때문에 한 사람의 글을 쭉 읽는다는 건 마치 그와 인연을 맺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한 시절을 따뜻하게 채워주었던 다정한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가 그러했고, ‘연결’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던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가 그러했듯, 이번에도 김달님 작가는 특유의 진솔하고 살내음 나는 이야기로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자신의 삶을 끝까지 돌보며 살아낸 시간들, 끝까지 ‘나’라는 사람으로 살아갈 시간들
『뜻밖의 우정』은 노년의 삶 그 안에서 길어 올린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담은 에세이다. 태어나 줄곧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란 그녀였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가장 영향을 준 그들의 삶을, 가장 이해하고 싶은 존재에 대한 사랑으로 써내려간 글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서 뭐할 거냐” 손사래 치면서도, 결국 자신의 삶 구석구석을 들려주다 기꺼이 마음을 내주고 끝내 인간적인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어버린 이들의 이야기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떠올릴 수도, 혹은 자신의 노년을 상상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득 나는 깨달았다. 유독 노인들에게 시선이 머무는 마음, 그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앞에서 속절없이 약해지고 환해지는 마음은 오랜 시간 동안 길러진, 나의 고유한 감수성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누군가의 타고난 운동 신경처럼, 음감이나 미감처럼, 내 안에서 예민하게 발달한 감각 중 하나일지도 몰랐다. / 10p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오셨나요?” 그리고 그 질문은 조용히 다음으로 이어졌다. 요즘 당신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끝이 나나요. 그사이 어떤 기쁨과 슬픔, 놀라움과 두려움이 함께하나요. 당신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여전히 곁에 있나요. 어떤 일을 소중하게 여기고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그런 당신이 끝내 이해하게 된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 질문들은 결국, 나의 노년을 상상할 때 가장 궁금해지는 물음이기도 했다. / 12p
문득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남다른 영어 사랑 때문에 소개된 76세의 강영희 할머니의 사연이 떠오른다. 온 집안을 자신이 쓴 영어로 빼곡하게 도배해가며 늦은 나이에도 영어 공부에 대한 대단한 열의를 보였기에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왠지 그쯤 되면 “내가 이제와 뭘 더 해서 뭐해.” 하고 많은 걸 놓아버리게 될 것 같은데, 영어에 진심을 다해 전력투구하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전력투구라니, 어쩐지 청춘에게만 어울릴 것 같은 이 말이 나이와는 무색하다는 걸 나는 시간이 흘러 이 책에서 또 한 번 느꼈다.
예순일곱의 나이에 ‘국내 여성 최고령 검도 6단’을 취득한 권순자 할머님. 지난 30년 동안 아무리 고되어도 하루도 빠짐없이 도장에 갈 수 있었던 건 ‘스스로에게 죽지 말고 살자는 다짐이고 수련’이었다던 그 말이 나의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할머니 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 오디션에 참가한 강정열 할머님에게서는, 일흔이 넘어도 여전히 나도 모르는 내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에 대하여, 자기 자신을 기쁘게 해주면서 살아가는 법에 대하여 배우게 된다.
또, 은퇴 후 어린아이처럼 다시 세상을 배움으로써 더 깊어졌던 우경 선생님과 늙을수록 마음 쏟을 일이 필요하다며 보고 싶은 영화와 책을 읽는 일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던 이승기 선생님의 사연에서는 내가 꼭 그렇게 살고 싶은 미래를 엿본다. 무엇보다 “너도 좋은 이야기 속에서 살아라. 그런 다음 좋은 이야기를 쓰거라.”던 이승기 선생님의 말씀만큼은 내 것처럼 마음에 새기려 한다.
나는 홍자와 옥순의 이야기가, 서로의 노년에 새로운 존재를 획득하는 이야기라서 좋았다. 어쩔 수 없이 내게 소중하고 익숙한 것들을 차례대로 잃어가는 노년이 아니라, 그때에도 나를 깔깔 웃게 만드는 우정과 기쁨이 새로이 태어나기도 한다는 걸 알려주어서 좋았다. 멀리서 나를 보며 인사하는 친구를 보며 반가워하기. 여전히 귀엽다고 생각하며 하얗게 세기 시작한 머리를 쓰다듬기. 틈틈이 눈을 맞추며 둘만 아는 어떤 작당을 함께 모의하기. / 72p
아무쪼록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무대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 그건 내가 최애를 상각하며 가장 자주 꾸는 꿈이기도 했다. 그래야 나도 계속 응원할 수 있을 테니까. 마음껏 좋아할 수 있을 테니까. 내게는 너무 소중한, 최애를 향한 같은 마음을 가진 나이. 서른 여덟도 일흔여섯도 여든도 모두 사랑하기 좋은 나이다. / 150p
“이제는 내가 늙어서 집중력이 예전 같지가 않거든. 그래서 그날은 오직 강연을 위해서 전력투구해야 해. 시간 내서 와준 사람들에게 누를 끼칠 수 없지.” “전력투구요?” “그럼. 전력투구해야지.” / 163p
하지만 이보다 피부처럼 가깝게 다가왔던 것은, 죽기 전까지 사람들에게 나쁜 냄새를 풍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배우자를 먼저 보낸 뒤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하는 근심이었으며, 요양원과 병원을 전전하는 사이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일은 부디 없기를 바라는 바람이었다. 이 책의 소제목처럼,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될 테니까. 그래서일까, 여든셋의 정애자 할머님이 하신 말씀이 내내 생각난다. 조금씩 지금의 내 나이에 ‘적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끝까지 나로 살기 위해 어떻게 늙어가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적응하는 중이라고. 그러니 우리는 자신의 삶을 끝까지 돌보며 살아낸 그들의 시간만큼이나, 끝까지 ‘나’라는 사람으로 살아갈 시간들을 함께 존중하며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선명해진다. 동네를 걸을 때 혼자 있는 노인의 모습을 눈여겨보기. 자주 마주친 얼굴을 기억하기. 그렇게 ‘아는 노인’을 하나둘 늘려가기.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처럼, 한 노인을 지키는 데 필요한 여러 눈길 중 하나가 되기. / 189p
아직은 살아볼 만한 세상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떠올라 마음 한켠에 서늘한 바람이 일었다. 지금은 정 할머니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지만, 오래지 않아 희미해져 잊힐 것이다. 그다음엔 이름도, 우리가 나눈 대화들도 가물가물해지겠지. 그래도 어쩐지 그 말만은, 좋은 사람들이 있어 여전히 이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는 말은, 내 마음 어딘가에 남아서 웅크리고 구겨진 한구석을 퍼주었으면 한다. 아직은, 이라는 말을 지지대 삼아 끝내 세상의 좋음을 믿고 살아온 한 사람의 말을 나도 믿으며 살아보고 싶다. / 244p
“이것 좀 대신 해줄 수 있어요?” 요즘엔 어딜 가나 부모님 세대의 어르신으로부터 이런 부탁을 종종 받곤 한다. 휴대폰을 내밀면서 인증이나 앱 삭제를 부탁하거나, 키오스크 앞에서 뭘 눌러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이들에게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안부를 물으며,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친절해질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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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달님 작가를 ‘노년커뮤니케이터‘라 부르고싶다. 책에는 늘 평범함 속 비범함이 깃든 노년의 삶이 있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 나이듦이란 비로소 담담히 삶을 대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과정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우리 모두의 노년도 그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함께 읽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