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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많이 한 일은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일이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 하고 싶은 말을 바로 하는 것, 혼자서 무언가를 해내는 것. 나에게는 너무 평범해서 한 번도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들이다. 그런데 주환이의 글을 읽다 보면 그 평범한 일들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주환이는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고, 마음과 달리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별것 아닌 일이 주환이에게는 오랜 시간 연습해야 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주환이의 그런 불편함과 어려움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그런데 계속 읽다 보니 주환이는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말을 배우며 느꼈던 마음, 영화를 보기 위해 했던 노력,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 학교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 그리고 자유에 대한 간절함.
우리는 보통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질수록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사람을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주환이에게 자유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는 것만을 뜻하지 않았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유를 원한다고 담담히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남의 도움에 기대기 위해서가 아니라 혼자 힘으로 해내기 위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도움을 받는 것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는 것은 반대되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환이는 우리를 일깨어주고 있다.
나는 누군가가 대답하지 않으면 모르는 줄 알았고, 행동하지 않으면 하기 싫은 줄 알았다. 표현하지 않으면 별다른 생각이 없는 줄 알았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판단한 것이다. 주환이의 글은 그것이 얼마나 쉬운 오해인지 알려준다. 하지만 주환이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그런 자신의 상황과 불편함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길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그때 자신이 무엇을 느꼈는지를 쓴다. 때로는 속상했고, 때로는 기뻤고, 때로는 자유로워지고 싶었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지만 화창하게 말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 장애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냥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잘하고 싶은 것이 있고,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할 때가 있고, 그래도 다시 해보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많이 내 방식으로 짐작하며 살았을까. 말을 잘하는 사람이 생각도 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표현이 서툰 사람에게는 별다른 생각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누군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그 행동 뒤에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얼마나 자주 잊고 살았을까.
책을 다 읽고 나서 제목을 다시 보았다. 빛은 눈으로 보고 소리는 귀로 듣는다. 그러니 빛과 소리를 만진다는 말은 사실 참 이상하다. 하지만 주환이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봐오던 방식으로만 세상을 보지 말고 다른 감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라고. 빛을 눈으로만 보지 말고 만져보기도 하라고..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보고, 귀에 들리는 말로 사람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고, 들리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주환이를 알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한 사람을 안다고 말하는 일이 전보다 조금 어려워졌다. 그 사람이 보여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그 안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16살의 소년이 50을 바라보는 나에게 준 깊은 가르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