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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박상길 저자의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LLM 수업>을 읽었다. 은퇴 후 서재에서 글을 읽고 쓰며 유유자적 지내던 나에게 AI나 LLM(거대언어모델) 같은 최신 기술 용어는 솔직히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던 영역이었다. 텔레비전이나 뉴스에서는 연일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꾼다고 소란을 떨었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이고 내 삶과 어떤 접점을 갖는지 명확히 짚어주는 이는 없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70대의 나이에 이르러 세상과 담을 쌓고 소외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은근한 불안감이 엄습하곤 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눈높이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어렵고 복잡한 수학 공식이나 난해한 프로그래밍 코드를 나열하는 대신, 비전공자나 연배가 있는 독자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인공지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인간의 언어를 학습하고, 문맥을 파악하며,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어내는지 원리를 알기 쉽게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단어를 숫자로 변환하여 의미적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이나, 다음에 올 가장 적절한 단어를 확률적으로 예측해 나가는 인공지능의 작업 과정은 마치 사람이 오랫동안 글을 읽고 문맥을 파악해 글을 이어 쓰는 과정과도 닮아 있었다.
책을 읽으며 느낀 가장 큰 깨달음은 LLM이 단순히 정답을 뚝딱 내놓는 ‘만능 요술봉’이 아니라는 점이다. 거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그럴듯한 답을 찾아내는 정교한 ‘언어 추론 도구’에 가깝다. 그렇기에 사용자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 즉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출력되는 결과물의 깊이와 질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질문의 맥락을 정확히 짚어주고, 명확한 역할과 제약 조건, 그리고 원하는 형식을 제시할 때 인공지능은 비로소 기대 이상의 뛰어난 보조자가 되어준다.
평생 수많은 책을 접하고 삶의 궤적을 쌓아온 70대에게 이러한 특성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세대가 빠른 기기 조작이나 테크닉에 강할지 몰라도, 인생의 깊이에서 나오는 정확한 어휘 선택, 풍부한 맥락 전달, 그리고 사유의 깊이는 연륜이 쌓인 이들이 지닌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화려한 코딩 기술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정교하게 질문을 던지는 ‘기본적인 사고력과 문해력’이라는 사실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물론 기술이 가진 한계와 그림자에 대한 경각심도 놓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그럴듯한 거짓말을 사실처럼 말하는 환각 현상이나,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편향성 문제는 기술을 대할 때 우리가 왜 비판적 사고를 유지해야 하는지 일깨워준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를 무조건 신봉하기보다는, 그것을 검증하고 사유를 보완하는 주체는 끝내 ‘인간의 판단력’이어야 함을 재확인하게 된다.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LLM 수업>은 단순한 기술 해설서를 넘어, 디지털 격차 앞에서 주춤거리던 이들에게 당당히 기술의 시대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안내서다. 나이와 전공을 막론하고, 새로운 시대의 언어를 이해하고 인공지능을 지혜로운 삶의 동반자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글을 읽고 사유하는 즐거움을 아는 이라면, LLM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통해 자신의 지평을 한층 더 넓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