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이들의 인생계획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결혼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대부분의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지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는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하기도 한다. 그것은 결혼이 우리에게 안정과 행복을 줄 것이라는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회계약론적 입장에서 봤을 때 '성적 계약'이라는 이름의 노예계약이라면? 캐롤 페이트만은 이 책에서 근대 사회의 성립을 가져온 '사회계약'이라는 (허구적 성격이 강한) 이데올로기 자체가 남성적임을 지적하고 그것이 '성적 계약'의 측면을 간과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계약'은 동등한 개체로서의 인간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인데 그 와중에서 '인간'이 아닌 '여성'이 계약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아이러닉한 사실을 당대를 풍미한 사회계약론자들이 어떻게 해결하고자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들을 논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성매매 문제와 결혼이라는 계약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해주고 있다. 분명히 이 책이 주고 있는 메시지는 강력하고 또한 충격적이다. 그것이 출판된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는 사실에 또한번 놀랄 뿐이다. 하지만, 캐롤 페이트만은 이렇게 멋진 이론을 여성학, 정치학 분야에 제공했을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그만큼 좋은 대접을 받기 어려울 것 같다. 바로 번역의 문제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깔끔한 표지 디자인에서 주는 좋은 느낌을 난삽한 번역이 모두 망쳐놓고 있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정신일도 하사불성의 자세로 정신을 최대한 집중하여 주어와 서술어를 찾아가면서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 내내 그럴 수 없는 나와 같은 범인의 경우는 책을 읽는 도중 종종 구름위를 날아다니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심지어!) 번역자가 이 분야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이 옅다는 이야기도 되겠고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치학과 여성학을 믹스한 분야의 전문가가 없다는 소리도 되기에 입맛이 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