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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𓂃 ❝ 말하지 못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사라져 간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 아무래도 지극히 문학 편향적인 독서 습관을 가진 만큼 비허구의 글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종종 생각해보곤 했다.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서도 개인적인 삶의 기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어떤 역사와도 같은 글들. 일기와는 분명히 다른 이런 글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을 『웃는 흉터 』에서 찾은 것 같다. 가끔은 사적이고, 또 가끔은 캄캄한 어떤 말과 생각들. 생각이 말이 되고 글이 되어 누군가에게 읽혔을 때,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가 태어난다. 우리에게는 사라지기에는 한없이 아까운 삶의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많이 존재하고 있으므로. 작가가 엮어낸 글은 그런 이야기들이다.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각 달을 맡은 시인이 매일 읽고 쓸 수 있는 글을 모은 시리즈다. 『웃는 흉터』는 그 중 산문과 시의 형식을 채택해 8월의 하루하루를 담아냈다. 8월의 싱그러움을 널리 알리듯 경쾌하게 시작된 8월 1일의 이야기는 작가의 발걸음에 맞춰 나란히 걷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특히 8월 3일부터 4일까지 펼쳐지는 이야기는 무엇이든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만한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작가와 함께 록 페스티벌에 가고, 시사회에 다녀온 사람이 나였나 싶을 정도로 친근한 거리감을 유지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여름이 그러하듯 변덕스러운 날씨는 금세 장마철로 접어드니까. ✎𓂃 ❝ 어쩌면 아이들의 키가 어른보다 작은 이유는, 어른이 자라며 보지 못하게 된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 마냥 경쾌할 줄만 알았던 이야기 위로 어릴 적 겪었던 폭력의 기억과 성인이 되어 마주한 질병의 아픔 같은 묵직함이 한 겹 덧씌워진다. 여기에 작가가 경험했던 특별한 시기의 이야기까지 여럿 더해지니 꽤나 희한한 구성이 되었다. 가장 신기하게 느껴졌던 건 아무래도 명상으로 얻게 되었다는 제 3의 눈에 관한 이야기였다. 글로 읽고, 한참을 골똘히 생각해도 쉽게 믿기지는 않는 이야기. 초자연적인 범주에 속하는 무언가를 실제로 느끼는 심정은 어떤 걸까. 점을 봤던 이야기나 손금에 관한 이야기도 좋았다. 그렇게 여러 상처가 지나간 자리 위에 마침내 웃는 모양의 흉터가 자리잡은 셈인데, 그 오돌토돌한 감촉이 나는 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은 편에 속하는 것 같다. 여러모로 범상치 않은 작가다. 한없이 가까워졌다가, 적당한 거리만큼 멀어지고, 마침내 다시 가까워지는 31편의 이야기. 작가의 말처럼 여름은 여유를 허락하는 시간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저마다 다른 색깔을 지닌 이야기들을 한데 개어놓으니 읽기 좋은 책 한 권이 되었다. 8월이 가기 전에 김보나 작가의 8월을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다음에 마주할 시의적절 시리즈가 어떤 작품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는 꼭 한 달의 시작에 맞춰 하루에 한 편씩 읽어야지. ✎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