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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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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가의 작품 연표를 따라, 그 좋은 작품들의 역자들을 따라, 친구의 친구들을 차례로 소개받기라도 하는 듯이 꼬리의 꼬리를 무는 독서 생활은 아무리 과해도 견딜 수 있는 황홀한 번잡함이다. 어쩌다 브루노 슐츠에 이른 걸까? 스타니스와프 이그나찌 비트키에비치라는 뱀처럼 긴 이름의 폴란드 아방가르드 작가의 소설로부터 정보라라는 역자를 알게 되었고, 그러는 사이 정보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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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가의 작품 연표를 따라, 그 좋은 작품들의 역자들을 따라, 친구의 친구들을 차례로 소개받기라도 하는 듯이 꼬리의 꼬리를 무는 독서 생활은 아무리 과해도 견딜 수 있는 황홀한 번잡함이다. 어쩌다 브루노 슐츠에 이른 걸까? 스타니스와프 이그나찌 비트키에비치라는 뱀처럼 긴 이름의 폴란드 아방가르드 작가의 소설로부터 정보라라는 역자를 알게 되었고, 그러는 사이 정보라라는 이름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시기가 있었고, 믿음직한 역자가 안내의 뜻으로 흔드는 손짓을 따라 덜컥 브루노 슐츠에게로 왔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의 매력이 내 심미안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 거기서 끝이었겠지. 마침 이 책의 첫 구절이 내 가슴의 짚단에 불을 질렀다. 그것으로 다다. 때때로 첫 구절만 꺼내 읽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내 가장 가까운 자리에 꽂혀 있어야만 했다. 한두 해 책을 읽어 온 것도 아니니 그 정도 촉은 있다. 여러분에게도 있는 그 촉이.

기념비 같은 그 첫 구절을 나의 맨살에 새기듯 다시 한 번 써본다.

7월에 나의 아버지는 물가로 떠나면서 나를 어머니와 형과 함께 여름날의 희고 눈부신 뙤약볕의 제물로 남겨 두었다. 빛 때문에 어지러워하며 우리는 휴가라는 거대한 책을 훑어보았다. 그 책의 책장들은 모두 햇빛에 번쩍였고 바닥에는 속이 거북해질 정도로 달콤한 금빛 배의 과육이 깔려 있었다.

-- [8월], <브루노 슐츠 작품집> p.9

m*******j 2022.12.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