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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이라는 이름의 재일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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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내용과 의미를 말해준다. 해방 이래 줄곧 유효한 간첩(빨갱이) 이데올로기 대립이 절정이었던 독재 시대(유신인지 삼청교육대인지), 이십대 청년들이 부푼 꿈을 안고 조국에 왔다 이유도 증거도 없이 억지로 당한 모진 시절의 증언이다. 유학이나 여행을 위해 조국을 방문한 이들이 영문도 없이 끌려가 지하에서 당한 협박과 고문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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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내용과 의미를 말해준다. 해방 이래 줄곧 유효한 간첩(빨갱이) 이데올로기 대립이 절정이었던 독재 시대(유신인지 삼청교육대인지), 이십대 청년들이 부푼 꿈을 안고 조국에 왔다 이유도 증거도 없이 억지로 당한 모진 시절의 증언이다. 유학이나 여행을 위해 조국을 방문한 이들이 영문도 없이 끌려가 지하에서 당한 협박과 고문 그리고 '간첩' 실토. 그들은 증거 없이 정황에 의해 징역을 살거나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었고, 오늘날 산 자들 죽은 자들 대부분이 힘들고 어려운 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잃어버린 세월이 완벽히 보상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동포라는 이름의 명분은 얼마나 환상의 희생양이었을까. 그들(가해자들) 입장에서는 완벽한 희생양이 필요했고 뒷말이 없으면 제일 좋았고 재일동포처럼 홀로 이 땅에 있으며 존재를 증명해줄 이가 적다면 더욱 안성맞춤의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국가(계급)이 죄 없는 죄인을 양성한 과정을 생생히 증언하는 몇몇 분들의 육성을 들을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분들의 혼 역시 담겼다.

 

 커다란 틀에서 보면 역시 과거사 청산 문제와 맞닿아 있는 책이다. 앞서 말한 식민 시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타국과 자국의 문제라면,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은 우리 내부의 문제다. 특정 정권이 정권 유지와 목적 달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자국민을 극악무도하게 억압한 사건. 전자보다 후자가 바로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과거사. 그런데 과거에 벌어진 국가적 문제를 모두 '과거사'로 일컫는 건 바람직할까. 누군가는 '과거사'라는 이름 아래 가족과 일생과 삶을 잃고 그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간다. '과거사'가 과거사든 아니든 이왕이면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진솔하게 이해하고 사과하고 보상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국가적 책임이 필요하다. 여전히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특정 정권의 잘못을 세금을 이용한 방식으로 충당하는 건 불만스럽지만.

 

 유학 간다고 결심했을 때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은 인식했다. 너무 쉽게 생각한 점은 있지만 터무니없는 운명을 짊어지게 된 것은 아니었다. 모국에 있는 동 세대의 젊은이가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던 현실에서 내가 허송세월을 보냈다거나 괜히 모국에 가서 인생을 망쳤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모국 유학을 간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김원중

 

 나라면 어땠을까. 터전이 일본인 만큼 일상을 영위하면서 조국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을 고통 앞에 담담히 그때 그곳에 있었던 것과 그일을 당했던 사실을 원망하지 않으며, 조국의 흐름이 그랬고 동지들이 당하고 당할 수 있었던 일이므로 나 역시 일련의 흐름에 존재했던 것 뿐이라고 말하는 분의 목소리에 뒷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쨍했다. 피할 수 있었던 일을 당했는데 후회나 원망보다 그저 조국의 어떤 역사적 흐름에 있었던 것 뿐이라고 말하는 용기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어떤 세월을 견딘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나 싶어. 어떤 시대의 어떤 용기는 참으로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느낀다. 간혹 윗 세대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전쟁도 독재도 억압도 겪지 않아 나약하다 할 때 욱하곤 했던 어떤 마음이 어쩌면 정말 뭘 몰라서 생긴 허세였나 싶기도 하다. 시대를 원망만 하는 마음 말고 정말 이 시대를 바로 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씨앗이 되는 길은 멀고 험하다. 어렵고 심란하다.

s*****d 2015.09.29.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