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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뭐랄까... 혁명가 로자의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글들이다. 그의 편지 모음으로, 사랑이야기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주로 이루어졌다. 정말 말 그대로 '인간 로자 룩셈부르크'는 이랬다~ 라는 이미지만 잔뜩 던져준다.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다. 애인에게 친구에게 쓰는 글에는 분명 그의 치열한 삶과 투쟁의 흔적이 듬뿍 배여있지만, 그의 일생과 사상, 투쟁에 대해 상세히 외우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맥락없이 다가올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매력이 있는 구석도 있다. 젊은이가 혁명가의 삶을 거치면서 어떻게 단련되고 성숙하는가, 그 정서적인 변화는 어떠한가를 잘 보여준다. 특히 말년의 수감시절에 남겨진 그의 편지글에는 생명철학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인식이나 정서가 만연하여, '피투성이 로자'가 어찌 이럴 수가? 라는 감탄마저 들더라. "앞으로 투쟁도 작업도 많겠지만 결코 기죽지 않을 거야. 가장 절망스러워 보이는 순간에도 역사는 뭘 해야 할지 가장 정확히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운명론을 펴는 건 아냐. 오히려 그 반대지. 인간은 최대한 자극을 받아야 하고 우리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해 의식을 갖고 투쟁하는 거라고 생각해..." 웬지 80년대 운동권이 등장하는 드라마의 대사와 같다. 그리고 지금도 이러한 신념을 유지하며 사는 이들도 많을 꺼고. ... 조금 부끄럽다. |
| 전에 G. 루카치의 저서 중 『역사와 계급의식』에서 로자 룩셈부르크에 대해 읽은 기억이 있다. 루카치가 설명하기로는 로자가 순수 마르크스주의자라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책에서는 로자에 대해 충분한 양을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후에 꼭 로자에 대해서 공부하리란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처음 로자가 여성이라는 데 감격했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여성으로서 프로레타리아를 대표하는 투사가 되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난 자유로운 영혼 로자 룩셈부르크 라는 책을 주저없이 구입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난 로자 룩셈부르크를 알고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은 나에게 『역사와 계급의식』에서보다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 도대체 책을 다 읽고도 난 로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고 말할 수 없을 듯 싶다. 이 책은 로자 룩셈부르크 라는 한 인물이 주변 인물들에게 쓴 편지를 나열해 놓았을 뿐이다. 그것도 매우 사적인 일들로 내용이 가득한... 일종의 연애편지라고 표현해야 할까? 로자가 잘못되었단 것이 아니다. 아마 로자가 다시 살아난다면 이 책을 펴낸 사람들을 고소할지 모르겠다. 심지어 이 책은 로자가 했던 연설문조차 찾아 볼 수 없다. 로자의 이론들을 소개하기위해서 지면을 할애하지 않았다. 다만, 로자의 사생활만 다루어져 있을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철의 여인 로자의 인간적인 면을 찾아냈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배우고, 후세에 남겨야 할 로자 룩셈부르크는 그녀의 개인감정이나 사생활이 아니라 역사상 그녀가 어떤 역할을 해냈는지 하는 부분일 것이다. 즉 우리가 기억해야하는 로자 룩셈부르크는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인네의 모습이 아닌 바로 그들이 부르고 있는 "철의 여인 로자", "피투성이 로자"를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로자 룩셈부르크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매력이다. 이 책에 나오는 로자는 옛날이나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인에 불과하다. 이제 난 이 책에서 만났던 로자와는 다른 로자 룩셈부르크를 찾아 떠나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