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고 16,200원』
백재민 님의 『잔고 16,200원』은 치열한 각자도생의 사회 속에서, ‘나의 가난과 불안은 온전히 내 탓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에요. 스물여덟, 지방 소수정당의 청년위원장이자 세 번의 대학 중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가 던지는 정직하고 뜨거운 질문들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어떤 이의 생활고는 그 사람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다!’ 통장 잔고가 단 16,200원뿐이던 날, 저자는 길에서 폐지를 줍는 할머니에게 5,500원짜리 음료수를 선뜻 건네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죠. ‘이 어려움은 내 의지가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사회적 구조의 문제인가?’ 이 책은 단순히 개인의 가난을 탄식하는 회고록이 아니에요. 저자는 세 가지 핵심 문제를 차근차근 짚어내죠.
노력이라는 환상 출발선의 차이를 가려버리는 ‘노력’이라는 언어의 허구성
사명감의 열정페이 사명감이라는 명목으로 열악한 처우를 당연시하는 현실
노년의 비극 한때 한국의 산업화를 일군 세대가 왜 노년에 폐지 리어카를 끌어야 하는가?
더 나아가 저자는 안토니오 그람시, 김단야, 여운형처럼 역사 속에서 실패하고 패배했던 사람들의 삶을 돌아봐요. 비록 비극으로 끝난 역사일지라도, 그 실패의 기록은 다음 사람에게 소중한 표본(선례)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특히 일제강점기 김단야가 처형당했던 1938년, 스웨덴에서는 노사 간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살트셰바덴 협약’이 맺어졌음을 함께 대조해요. 이를 통해 ‘평등이 곧 생산성이 될 수 있다’는 사회민주주의적 가능성을 논해요. 동시에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 내부에서 로베르트 미헬스가 말한 ‘과두제의 철칙’처럼 스스로도 관료화되어 가고 있었음을 숨김없이 자백하며, 진보정치가 왜 대중과 멀어졌고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를 냉철하게 되짚어요.
요즘 우리 사회는 ‘네가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 ‘다 자기가 못해서 가난한 거지’라는 차가운 시선이 지배적이에요. 계급이나 구조적 불평등을 말하면 무능한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고요. 출발선이 한참 뒤처진 청년들은 결승선에 도달하기도 전에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섣부르게 ‘내가 세상을 바꿀 정답을 알고 있다’고 자만하지 않아요. 세 번의 중퇴와 소수정당 청년위원장의 삶을 통과하며 느낀 한계를 정직하게 털어놓죠. 그리고 백 년 전 역사의 패배자들을 불러내며, 거창한 정치적 구호 대신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정치는 어디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라는 담담하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건네요. 회고록의 탈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지금 우리 사회가 꼭 읽어야 할 가장 뜨거운 사회적 제언서였어요.
정치가 거창한 권력 싸움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버텨내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믿는 모든 분께 추천해요. 『잔고 16,200원』은 통장 잔고 16,200원의 절망 속에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은 청년이 백 년 전 역사와 대화하며 건네는, 나지막하지만 가장 뜨거운 위로이자 질문이에요.
😍 파지트 @pazit.book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
|
(출판사 도서제공O) 최근 읽은 정치/사회 책 중 가장 무거운 책이었다. 저자는 이른바 간판이 없는 사람이다. 지방의 작은 정당에서 청년위원장을 지냈고, 통장 잔고가 바닥나 그 자리를 내려놓았다. 우리 사회는 흔히 이런 사람들에게 말할 자격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의 의의가 더 크게 느껴졌다. 작가는 초반부부터 정치성향을 분명히 밝히는데, (진보, 그중에서도 더 왼쪽으로 느껴진다) 나는 스스로를 중도-진보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제대로된 사회민주주의의 시선을 책 한 권 분량으로 따라가 본 건 처음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루쉰과 이광수를 나란히 놓은 대목이다. 둘 다 자기 사회의 병을 날카롭게 진단했지만 처방은 정반대였다. 이광수는 일본이라는 명확한 롤모델을 내밀며 스스로를 개조하라고 했고 루쉰은 답을 주지 않은 채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오늘날 서점을 채운 자기계발서가 <민족개조론>과 닮아 있다고 말하는데 그 근거가 공감이 갔다. 세상의 모순은 어쩔 수 없으니 너 자신을 바꾸라고 다그친다는 점에서다. 3부에서는 능력주의와 성과 사회를 정면으로 다룬다. 힘들다고 하면서도 쉬지 못하는 청년들, 타인의 성취를 확인하며 아침을 시작하는 우리, 스스로를 전시하며 서로를 감시하는 SNS. 아무도 내 성과를 평가하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과 똑같이 살고 있을까. 저자가 던진 이 질문 앞에서 선뜻 답하기가 어려웠다. 노인 빈곤을 다룬 대목도 기억에 남는다. 한 세대의 절반 가까이가 가난하다면 그것을 집단의 게으름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질문을 출발점으로 기회의 평등과 조건의 평등이 어떻게 다른지를 풀어냈다. 기울어진 운동장 위의 공정이 정말 공정한지 독자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모든 대목에 고개를 끄덕인 것은 아니다. 재벌과 상류층, 한국 현대사를 설명하는 일부 대목은 꽤 단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게 된 건 저자가 책 속에서 정직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 역시 아Q처럼 살고 있다고 말아고, 몸담았던 조직에서 스스로가 미헬스가 말한 관료였다고도 적었다. 누군가에게 동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시야 밖에 있던 생각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루쉰이 그랬듯, 이 책도 처방보다 질문을 남기는 것 같다.
|
|
어떤내용이지? 내 통장 잔고는 이것보다 많아서 다행인건가? 궁금증을 자아해는 책이었어요. 잔고 16,200원에서 건넨 5,500원짜리 음료 한 잔? 아, 누군가를 돕고도 마음이 복잡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특히 「노력이라는 말-출발선이 다른 경주」가 마음에 남았어요. 가난을 한 사람의 잘못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를 일상과 역사로 풀어내는 점이 좋았어요. 자기 잘못까지 꺼내는 솔직함도 인상적이고요. 열심히 살아도 자꾸 내 탓을 하게 되는 날이 많았는데 그럴 때 펼쳐볼 만한 책이었어요.
#잔고16200원 #백재민 #파지트 #책추천 #도서리뷰 #서평 #사회비평 #불평등 #청년의삶 #함께읽는책 #서평단 |
|
문득 손에 쥔 스마트폰 화면이나 얇아진 지갑 속에서 '잔고 16,200원'이라는 숫자를 마주한다면, 우리는 어떤 심정이 될까. 그것은 단순한 숫자의 부족을 넘어 삶의 막막함이자, 다가올 내일에 대한 거대한 불안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백재민의 저서 《잔고 16,200원》은 바로 그 가슴 서늘한 통장 잔고의 기억에서부터 출발한다. 진보정당 청년위원장을 지냈고, 고졸에 세 번의 중퇴, 막일판을 전전하며 삶의 바닥을 경험했던 한 청년 활동가의 정치 탐구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진솔한 인생 고백이자 우리 시대 청년 정치의 자화상처럼 다가온다. 책장을 넘기며 가장 먼저 마음을 두드린 것은 저자의 가감 없는 고백들이었다. "고졸, 세 번의 중퇴, 막일판, 그리고 그림자." 화려한 스펙이나 기득권의 언어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이 거칠고 솔직한 이력들은 오히려 진정성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 독자의 마음을 파고든다. 저자는 거창한 정치 이론을 앞세우기보다, 자신이 직접 겪어낸 삶의 무게와 노동의 현장에서 부딪힌 부조리를 이야기의 바탕에 둔다. 16,200원이라는 잔고가 상징하는 것은 단순히 가난 그 이상이다. 그것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 속에서 청년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무력감이자, 최소한의 안전망조차 허락되지 않는 차가운 현실의 단면이다. "진보는 어디서 다시 시작하는가"라는 저자의 질문은 비단 저자 개인의 고민에 그치지 않는다. 이 땅에서 사회민주주의와 진보적 가치를 외쳐온 이들이 오랫동안 마주해 온 침묵이자 커다란 벽이기도 하다. 저자는 백 년 전의 선례들을 소환하며, 과거의 역사 속에서 오늘날 우리가 나아갈 길을 더듬어 찾는다.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뜨거운 조언이자 거울이라는 사실을 책은 새삼 깨닫게 한다. 수필처럼 차분하면서도 묵직하게 이어지는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정치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과 마주하게 된다. 정치는 교과서 속 이념의 경합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버텨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밥그릇이자 숨통이어야 한다. 막일판의 거친 먼지 속에서, 그리고 통장에 찍힌 처연한 잔고 앞에서 저자가 느꼈을 절망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낮은 곳을 향하는 따뜻한 시선으로 확장된다. 책을 덮고 난 뒤, 나의 일상과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수많은 청년들에게 각자의 '잔고 16,200원'을 안겨준 채 각자도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재민이라는 한 활동가가 포기하지 않고 던지는 질문과 기록들은 차가운 현실 속에서 작은 온기를 품게 만든다. 완벽하지 않은 삶의 흔적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상처를 디딤돌 삼아 더 나은 공동체를 꿈꾸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진짜 정치의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 통장 잔고의 숫자가 우리의 가치나 삶의 전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잔고를 마주한 이후에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내일을 향해 걸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책은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거창한 위로 대신, 묵묵히 곁을 내어주며 함께 길을 찾아보자 건네는 다정한 손길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