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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엔 해답이 없었다』|해답이 없는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까
"『지구엔 해답이 없었다』|해답이 없는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까"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지구엔 해답이 없었다』는 ‘지구엔 해답이 없었다’라는 하나의 문장에서 출발한 다섯 편의 SF 이야기를 담은 앤솔러지다. 존 프럼, 김준녕, 서윤빈, 배지우, 유진상 작가가 각각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문장을 풀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좀비 아포칼립스부터 자기 섭취라는 극단적인 욕망, 시력을 잃은 세계, 다른 행성으로 이주한
"『지구엔 해답이 없었다』|해답이 없는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까"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지구엔 해답이 없었다』는 ‘지구엔 해답이 없었다’라는 하나의 문장에서 출발한 다섯 편의 SF 이야기를 담은 앤솔러지다. 존 프럼, 김준녕, 서윤빈, 배지우, 유진상 작가가 각각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문장을 풀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좀비 아포칼립스부터 자기 섭취라는 극단적인 욕망, 시력을 잃은 세계, 다른 행성으로 이주한 인류, 죽음을 되돌리는 기술까지 소재의 폭도 상당히 넓다. 그래서 한 작품을 읽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때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묘하게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문제를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작품인 존 프럼의 「지구엔 해답이 없었다. 하지만 달에는 있다」는 익숙한 좀비물의 설정을 조금 비틀어 놓았다. 감염된 사람들은 의식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봐야 한다. 몸과 의식이 분리된 상황이 주는 공포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인류를 구할 단서가 지구가 아닌 달에 남아 있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모든 해답을 새로운 기술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준녕의 「소설적 낭만주의자의 요리와 여섯 번째 스트라이크아웃」은 다섯 작품 가운데 가장 기괴하면서도 인간의 욕망을 강하게 건드린다. ‘미식의 끝은 자기 섭취’라는 발상에서 시작해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황당하게 느껴지지만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단순한 괴담으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무언가를 더 알고 싶고, 더 깊이 경험하고 싶다는 욕망이 과해졌을 때 어떤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서윤빈의 「도시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에서는 시력을 잃은 인류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다른 감각과 규칙에 의지해 살아간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이 다시 시력을 되찾으면서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볼 수 있다’는 것이 반드시 더 나은 삶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오히려 새로운 차별과 지배가 시작될 수도 있다. 세상이 달라져도 누군가는 자신의 자리에서 시스템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도 오래 남았다.

배지우의 「데자뷔」는 지구를 떠난 인류의 이야기다. 기후와 바이러스, 환경의 변화로 망가진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으로 이동하지만, 인간이 새로운 장소에 간다고 해서 과거의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인간이 바뀌지 않는다면 다른 행성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질문을 던진다. 지구를 떠나는 것보다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유진상의 「전환기관」은 죽음을 되돌릴 수 있는 기술을 소재로 한다. 피해자를 되살리는 대신 가해자가 죽는 장치가 등장하면서 범죄를 둘러싼 사회의 모습도 달라진다. 처음에는 꽤 이상적인 기술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생명과 죽음, 정의와 복수에 대한 질문이 복잡하게 얽힌다. 인간이 죽음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과연 더 좋은 세상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다섯 작품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파국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의 재미는 단순히 ‘세상이 망했다’는 설정에 있지 않다. 오히려 세상이 무너진 뒤에도 인간의 욕망과 선택, 관계와 책임은 계속된다는 데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기술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로 떠나도 인간의 행동이 그대로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읽을수록 ‘해답이 무엇인가’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더 가까워진다.

SF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다섯 작가가 하나의 문장을 얼마나 다르게 확장할 수 있는지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디스토피아나 아포칼립스 소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잘 맞는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이어가게 하는 책이었다.

해답이 없는 다섯 개의 세계를 읽었는데, 이상하게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질문이 더 선명해졌다.

s***3 2026.10.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