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케팅 책은 보통 둘로 나뉜다. 감으로 승부하자는 책과 도구 사용법을 나열하는 책. 이 책은 둘 다 아니다. 메타 최초의 CDO이자 포브스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CMO인 알렉스 슐츠가, 기술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마케팅의 원칙을 자기 경험으로 증명한다. "마케팅은 팔기 위해 존재한다"는 다소 무섭게 들리는 문장에서 시작해, 북극성 지표 설정부터 퍼널, 전환, 타기팅, 채널 선택, 측정까지 디지털 마케팅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짚어준다. 가장 와닿은 개념은 증분 성과였다. 마케팅을 하지 않았어도 일어났을 성과가 아니라, 마케팅을 했기 때문에 새로 생긴 성과만이 진짜 성과라는 관점이다. 감이 아니라 데이터와 실험으로 무엇이 효과인지 확인하되, 측정이 목적이 되어 창의성을 죽이면 안 된다는 균형 감각도 인상적이었다. 메타 예산 감축기에 숫자를 위한 숫자를 만들다 실패했다는 고백은 대기업의 사례가 아니라 우리 조직에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더 생생했다. 마케터나 창업자가 아니어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온라인에서 클릭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측정되는지 알면, 소비자로서 내 클릭이 어떻게 데이터가 되는지도 비로소 보인다. 채널 파트와 AI 파트는 실무자에게는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되어줄 것이고, 한국판 감수로 최창석 마케팅 총괄이 붙어 한국 사례가 함께 실린 점도 좋았다. 마케팅을 예술이자 과학으로 다루는 저자의 태도 덕분에 500쪽 가까운 분량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