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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하루 산책 걸렀다고 삐쳐 손 내밀어도 발 주지 않고 돌아앉는 길상이는 열네살 잘 봐 나 이제부터 나무에게 악수하는 법 가르쳐주고 나무와 악수할 거어 토라진 척 길상이 집 곁에 있는 어린 단풍나무를 향해 돌아서는데 가르치다니! 단풍나무는 세상 모두와 악수를 나누고 싶어 이리 온몸에 손을 달고 바람과 달빛과 어둠과 격정의 빗방울과 꽃향기와 바싹 마른 손으로 젖은 손 눈보라와 이미 이미 악수를 나누고 있었으니 길상아, 네 순한 눈빛이 내게 악수하는 법을 가르쳐주었구나
함민복 시인은 우리 시대를 화살표의 시대라고 한다. 71편의 신작 시 중 ‘화살표를 위하여’ 연작시가 10편이고, 연작시가 아니더라도 화살표의 시대로 보고 있는 시각과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다. 시인에게 “이 세계는 화살표의 숲 /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지 않은 곳 있을까 / 화살표가 또다른 화살표로 배턴을 넘기는 / 이 세계는 방향의 숲”이다. “시간마저 돈으로 환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 화살표는 / 시간의 낭비를 단축할 수 있는 / 시간을 사냥할 수 있는 화살 / 속도를 섬기는 신앙”(「방향의 숲-화살표를 위하여 1」)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지만 시인은 “세계를 위해 올곧은 방향 하나 걸어놓고 싶”은 마음으로 “세계평화를 가장 해치지 않는 곳을 목적지로 지향할 / 세계평화를 조금이라도 진전시킬 수 있는 곳을 가리킬 / 내친김에 극단으로 욕심을 부려 / 세계평화 실현을 명중시켜줄 / 화살표 부착 지점을 찾아보고 싶어”(「삶과 죽음은 모래시계, 끝나지 않는 키스 – 화살표를 위하여 2」)한다.
시인은 화살표가 집결한 곳에 발길을 멈춘다. “그것은 옳지 않은 화살표라고 / 더 중요한 화살표가 있다고 / 화살표들이 모여든” 광장에서 “행진, 촘촘한 화살표들이 / 하나의 화살표가 되어 / 옳다는 방향을 향하여 / 꿈틀꿈틀 흘러”가는 것을 지켜본다. “아직 광화(光化)는 멀고 / 서로 빛이라 외치는 / 화살표들만 가득”한 광장에서 “화살표는 문(門)”이 되어 “치열한 문이 열”(「광화문 광장에서 – 화살표를 위하여 6」)릴 수도 있겠다고 여긴다. “으뜸의 화살표 / 심연의 화살표 / 방향 선택의 잘못이 감지될 때 / 즉시 일어나 불편한 마음 켜는 / 화살촉 없는 화살표”(「양심 – 화살표를 위하여 10」)가 있다고도 한다. 이렇듯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을 반성하며” “우리들의 평화고 신을 닮은 방향”을 고민하는 시인은 스스로 화살표가 되어 “병든 나뭇잎 더 세심히 흔들어주는 바람의 노래와 / 어두운 곳에 짙게 내리는 달빛의 말”을 노래하며(「방향에 대하여」) “세상 모두와 악수를 나누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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