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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작가가 쓴 "잘 된" 작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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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친구로부터 카톡을 받았다.“성민선의 소설은 시적 요소가 다분하다. 표제작 <약속장소>를 읽으며 어, 뭐지? 하며 동영상 같은 이미지에 빨려 들어가 다 읽고는 아, 한 편의 장시를 읽었구나 싶다.” 지인의 소개글 덕택에 <약속장소>를 구입했다.잘 된 장편이라면 단숨에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일반 독자에게 단편집은 살짝 낯설다. 며칠에 걸쳐 9개의 단편을 읽었다. 그리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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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친구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성민선의 소설은 시적 요소가 다분하다. 표제작 <약속장소>를 읽으며 어, 뭐지? 하며 동영상 같은 이미지에 빨려 들어가 다 읽고는 아, 한 편의 장시를 읽었구나 싶다.”

지인의 소개글 덕택에 <약속장소>를 구입했다.

잘 된 장편이라면 단숨에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일반 독자에게 단편집은 살짝 낯설다. 며칠에 걸쳐 9개의 단편을 읽었다. 그리고는 생각해본다. 무명작가가 쓴 잘된 작품의 억울함에 대하여.


이병순의 <죽림 한풍을 찾아서>, 정철훈 <인간의 악보>, 임영태 <비가 와도 이미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등등의 장편소설을 떠올려 본다.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감히 1년에 한 권 나오기 힘들 정도의 명작임에도, 책 좀 읽는다는 이들조차 위 작가들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이 작가들은 위와 같은 명작을 쓰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밤들을 하얗게 지새웠을까, 이들의 탄생에는 몇 년이 걸렸을까. 오로지 유명작가이며 동시에 잘 된 일부 운 좋은 작품들만이 독자에게 기억된다. 물론 이 역시 한 시절일 뿐이다.


<약속장소>에 실린 작품들은 2008년부터 2026년까지 발표된 작품들이다. 작가의 내밀한 사정을 알지 못하지만 이 책에는 18년간 발표된 작품들 9편이 실려있다. 작가에 대하여 조금 더 알아보니, 이 작가는 4번 당선했던 사람이다.


2008년 한국소설 <마지막 식사>

2010년 5.18 문학상 <알터에고>

2011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집>

2011년 문학사상 <블루마운틴>


한 번도 당선하기 힘든 걸 4번 해냈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읽기뿐 아니라 쓰기에도 관심 있는 독자라면 위 네 작품을 통해, 이렇게 쓸 수 있다면 당선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듯하다. 감히 추천하건데 위 네 작품은 읽기를 즐기는 독자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작가의, 최소 18년의 글쓰기 이력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위 네 작품의 당선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불가능하겠다. 이렇게, 이 정도로 써야 하는 거구나.


이외의, 아마도 문예지 청탁으로 실린 작품들, <약속장소> <펄> <굴다리> <화과자> <지반침하우려구역>은 소위 ‘당선작’과는 다른 결을 띄고 있다. 당선작에 걸맞는, 혹여 완결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다르게 말하면 굳이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쓴 글 같은데, 그래서인지 오히려, 등장인물의 혹은 작가의 어떤 귀기가 느껴진다. 소위 잘된 작품들에서 가끔 보이는, 읽는 독자들을 몸서리치게 하는 문장들, 작가가 어떤 영감으로, 혹은 귀신을 만나고 쓴, 자연이 혹은 인생이 내밀하게 감추고 있었던 비밀을 엿보게 하는 문장들이 적지 않다.


성민선의 다른 작품들, 특히 장편소설을 보고 싶다.

최소 18년의 이력이라면, 있을 것도 같은데, 아직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제목은 <알터에고> 혹은 <블루마운틴> 등이 나았을 뻔했다.

조만간 이 책을 읽을 독자라면 <약속장소>보다는 위 네 개의 당선작품을 먼저 읽는 것이 좋겠다. 

이 작품들이 독자에게 더 쉽게 다가올 것 같다.

YES마니아 : 로얄 h*****e 2026.09.2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