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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K-POP이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키고 있다. 그중에 눈에 띄는 제목의 노래가 하나 있는데 바로 르세라핌이라는 그룹의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라는 노래이다. 누군가 이 제목을 두고 '뭐, 저렇게 괴상한 제목을 지었느냐'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 이 제목은 굉장히 높은 수준의 문학적, 인문학적 배경이 가미된 제목이다. 특히 샤를 페로의 잔혹동화 [푸른 수염]을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영어 속담 중에 Curiosity killed the cat.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식으로 풀자면' 호기심 때문에 고양이가 죽었다.'가 될 것이다. 지나친 호기심은 위험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 [푸른 수염] 그리고, 르세라핌의 노래 제목은 비슷한 내용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푸른 수염]을 이해하려면, 저자인 샤를 페로에 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다. 샤를 페로는 1628년 출생한 프랑스의 동화 작가로 동화라는 장르의 창시자로도 알려져 있다. 샤를 페로는 1697년 민간에서 구전되어 오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단편 모음집 [옛이야기]를 출간하는데, 이것을 동화의 시초로 보고 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미녀>, <빨간 두건>과 같은 동화가 샤를 페로가 구전 설화를 정리하여 출판한 것들이다. 이 밖에 창작 동화도 많이 썼는데, 역시 유명한 <장화 신은 고양이>와 같은 작품이 있다. 그리고 이 작품 [푸른 수염] 역시 샤를 페로의 창작 동화이다. 사실 [푸른 수염]의 내용은 동화라고 하기에는 다소 흉측하고 잔인한 내용이라, 의아할 수 있지만 사실 초기의 동화는 이렇게 잔인하고 무서운 이야기가 꽤 많았다. 동화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을 무섭게 해서 말을 잘 듣게 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은 이야기 자체가 그리 길지 않은 동화이지만, 줄거리를 요약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마지막이 아슬아슬하게 해피 엔딩(?) 이기는 하지만 '푸른 수염의 아내'는 호기심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여기서 르세라핌의 노래 제목인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가 연결된다. [푸른 수염] 이야기 속의 푸른 수염은 변태적 성향의 살인마나 악당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되고, 푸른 수염의 아내는 호기심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되는 상징이 된다.
그리고 제목 속 다른 캐릭터인 이브와 프시케도 마찬가지이다. 성경 속 최초의 남자인 아담과 그의 부인인 최초의 여자 이브 이야기에서 이브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 하나님이 금지한 금단의 열매, 선악과를 따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된다. 프시케도 마찬가지인데,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이 프시케 신화의 변형이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두 이야기는 유사성이 있다. 프시케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마음과 영혼의 신'으로서, 사랑의 신 에로스(큐피드)의 아내이다. 그러니까 사랑과 미의 여신이자 큐피드의 어머니인 아프로디테가 시어머니가 된다. 프시케는 아프로디테의 질투를 받아, 아프로디테가 아들 큐피드에게 사랑의 화살로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럽고 비천한 자와 사랑에 빠지게 하라는 벌을 주게 된다. 잠든 프시케에게 몰래 들어갔던 큐피드는 프시케에 미모에 빠져 실수로 화살을 떨어뜨려 자신을 찌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프시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프시케 신화는 긴 이야기지만 '호기심'이라는 부분에서 요약해 보면, 이렇다. 에로스(큐피드)는 정체를 숨기고 프시케와의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언니들의 꾐에 넘어간 프시케가 잠든 사이 남편의 정체를 확인하려다가 천상의 외모 절세미남인 에로스라는 사실을 알고 넋을 놓고 보다가 등잔불의 기름을 한 방울 어깨에 떨어뜨려 에로스를 깨우고 만다. 사실 프시케는 남편의 정체가 소문대로 괴물이라면 죽이려고 등불과 단검을 들고 있었고, 실망한 에로스는 싸늘하게 돌아서 떠나 버리고 만다. 인간이 신의 얼굴을 보면 안 된다는 금기를 깨버린 것이기도 하고, 의심하는 마음으로 에로스의 부탁을 저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라는 노래 제목이 완성된다. 얼마나 문학적이고 인문학적인 멋진 제목인가? 사실 개인적으로 노래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이 세 여인의 공통점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호기심으로 금기를 깬 이야기다. 아마도 세상이 정한 금기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역설적인 내용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어쨌든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정말 멋진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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