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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들에게 건네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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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이, 나는 가난했다.충분히 가난하고 불행했고, 또 그렇게까지 가난하거나 불행하지는 않았다.그 사이에서 답답하고 불안했던 것 같다.느린 속도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한없이 거꾸로 걸어 올라가는 기분이랄까. 막막했나. 우울했나. 콕 집어 표현하기 어렵다.언어가 없으면 감정도 사라진다.정재이, 나는 나쁜 년이다.그러게. 나 나쁜 년이네. 그럼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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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이, 나는 가난했다.

충분히 가난하고 불행했고, 또 그렇게까지 가난하거나 불행하지는 않았다.

그 사이에서 답답하고 불안했던 것 같다.

느린 속도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한없이 거꾸로 걸어 올라가는 기분

이랄까. 막막했나. 우울했나. 콕 집어 표현하기 어렵다.

언어가 없으면 감정도 사라진다.

정재이, 나는 나쁜 년이다.

그러게. 나 나쁜 년이네. 그럼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잘살아보겠다고, 돈을 벌어보겠다고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열심히 벌어서

내 원래 가족들을 다 책임져야 했을까? 아, 나는 정말 나쁜 년이다.

조남주 작가가 써 내려간 가난과 부는 ‘달동네’에서 ‘한강 뷰 아파트’로 삶의

궤적을 옮겨간 한 여자를 통해 가난·계급·욕망이라는 키워드를 다룬다.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지만 자꾸만 말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작가는 말했다.

주인공 재이는 자신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우범지대에 사는 모범생이다.”

“상식과 교양이 없는 명문대생이다.”

“성적이 뛰어나지 않은 장학생이다.”

“스펙이 뒤떨어지는 대기업 사원이다.”

그러므로 나는 사회에서 만난 동료들과 사고나 행동 체계가 달랐고, 동시에

내 가족은 내가 쓰는 어휘를 이해하지 못했다.

때로는 소외감을 느끼고 때로는 죄책감을 느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결과적으로 평생 주변을 속이고 살아온 셈이다, 그렇게 그려나간다.

재이는 서울의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났다.

사고를 당해 술만 마시는 아버지, 교육에는 관심 없는 부모 밑에서 방치되듯

자란다.

다행히 중학교 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나 한 은행이 운영하는 장학재단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고 재단 후원을 통해 대학까지 진학한다.

졸업 후 자신이 1기로 참여했던 장학재단의 모기업인 은행에 원서를 써

합격했고 이곳에서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돕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 사업을

담당한다. 자전적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이를 기반으로 강연도 한다.

점점 높은 층으로 이사했다.

유년기를 보낸 단층 주택, 가출해 한참을 살았던 학교 앞 고시원 2층,

진정한 의미의 독립이라 할 수 있었던 다세대주택의 4층.

신혼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구축 아파트 5층이었고, 첫 번째 자가는 11층,

다음은 12층.

그리고 지금은 단단한 직업에 주식과 코인으로 대박을 낸 남편의 자산까지

합쳐 한강 뷰 아파트 43층에 입성한다.

달과 가까운 곳에 산다. 가끔 슈퍼 문이라도 뜨는 날이면 커다란 보름달이

말 그대로 눈앞에 있는 것 같다. 허공에, 밤하늘에, 둥실 떠올라 있는 기분.

준수가 다가와 말했다.

“계속 높아지고 있어. 신분 상승 중이야, 우리.”

누가 봐도 성공했는데 그는 안이 텅 비었다고 느낀다. 외롭고 두려운 불면의

새벽이면 조용히 마루에 나가 투명 창 바깥의 반투명 창을 열었다.

달이 서서히 떠올라 머리 뒤로 사라지도록 창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간 오로지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기에 대학과 회사에서 만난 이들이

평범하게 누리는 문화생활은 꿈도 꾸지 못했다. 가난한 시절 몸에 밴 습관은

사회에서 만난 이들과의 교류를 어색하게 만든다.

그런데 더 이상 가난하지 않기에, 가난하지 않기 위해 대학 시절 가족을

버리고 나왔기에, 이제 가난을 입에 올리는 것에도 죄책감은 든다.

부와 빈, 양쪽 세계 모두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이 된 나는 사회에서

오는 피로를 관계의 단절, 즉 ‘손절’이라는 행위로 해결한다.

다만 아쉽다고나 할까?

단순한 줄거리의 소설임에도, 작가의 특징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것은 소설의

기술 방식, 즉 재이 등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 자료와

기사들을 주석처럼 달아 소설을 일종의 사회학 보고서처럼 보이게 했다.

이 같은 방법은 이번에도 두드러진다.《82년생 김지영》에서 보여준 것처럼.

소심하고 내성적이었지만 어디서나 빠르게 적응했다는 자신의 이야기에선,

나에겐 적응이란 곧 내팽개침이었다면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클레르 마랭도《제자리에 있다는 것》에서 ‘자리’라는 개념을 통해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고 들려준다. 즉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저항하고 자신의

힘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다른 자리를 요청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지워버리거나 사라지는 것이 최후의 방편”이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회과학 서적의 주요 개념이 이야기 중간중간 등장한다.

이 같은 기술 방법은 재이라는 등장인물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관찰

가능한 인간 유형이라는 현실을 우리가 깨닫도록 하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232쪽의 소설에서 이와 같은 참고 자료의 인용이 자주 있다 보니

어쩌면 학술지를 읽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그러니 아쉬워서 그 시절, 사람들은 순수했고 이웃 사이에는 따뜻한 정이

넘쳤다는 말을, 재이처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42~43쪽의 몇 구절을 다시 읽는다. ‘부당과 불의가 소나기처럼 내게

쏟아질 때마다 왜 하필 나인지 계속 생각하고 억울해하고 또 비슷한 일이

일어날까 매번 두려워하면서 살 순 없었다.

너무 자주 소나기를 만나는 아이들의 생존법.

안 젖었다고 생각하기,

안 맞았다고 생각하기,

안 보이고 안 느껴진다고 생각하기.’

YES마니아 : 플래티넘 j*****5 2026.09.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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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제 고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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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닮아있는 주제라 소름 돋으며 읽습니다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명절 선물로 보내려 주문드갑이다꼭 읽어보세요빠져드는 사실적 묘사와자본주의 시대적 헤게모니가 다 들어있은 느낌입니다김남주 작가님 책은 처음이라 문체를 몰라 걱정했는데잘 읽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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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닮아있는 주제라 소름 돋으며 읽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명절 선물로 보내려 주문드갑이다

꼭 읽어보세요

빠져드는 사실적 묘사와자본주의 시대적 헤게모니가 다 들어있은 느낌입니다

김남주 작가님 책은 처음이라 문체를 몰라 걱정했는데잘 읽혀요

d******4 2026.09.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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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님 책이라서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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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님 책이라서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구매했습니다. 소설속 화자가 계층이동을 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일과 감정을 매개로 전달하고픈 사실? 현실..이나 어떤 현상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인용구절이 많고 소설보단 사회학 인문서적을 읽는 느낌을 더 받았습니다. 재미보단 유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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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님 책이라서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구매했습니다. 소설속 화자가 계층이동을 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일과 감정을 매개로 전달하고픈 사실? 현실..이나 어떤 현상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인용구절이 많고 소설보단 사회학 인문서적을 읽는 느낌을 더 받았습니다. 재미보단 유익했어요.

YES마니아 : 로얄 p*******e 2026.09.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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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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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가 쓴 <재이>는 마치 한 편의 인문학 논문과 소설이 결합된 것 같다.주인공인 쌍둥이 자매와 그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이 살아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펼쳐진다.주석이 달린 소설 속의 인용구들은 난해한 듯도 하지만 소설의 흐름을 견인하고 있다.모두가 꿈 꾸는 신분상승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하게 만드는지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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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가 쓴 <재이>는 마치 한 편의 인문학 논문과 소설이 결합된 것 같다.

주인공인 쌍둥이 자매와 그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이 살아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주석이 달린 소설 속의 인용구들은 난해한 듯도 하지만 소설의 흐름을 견인하고 있다.

모두가 꿈 꾸는 신분상승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하게 만드는지도 볼 수 있다.

YES마니아 : 골드 a**1 2026.09.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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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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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을 향해 가는 재이의 모습에 나의 모습에 투영되는 것만 같았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너무나 커 나를 더욱더 피폐하게 만든 과거와 지금의 나. 우리 사회는 계급이 없는 평등 사회라 외치지만 엄연한 계급이 있고 평등하지 않다는 걸 얘기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란 걸. 재이는 이런 사회 속 우리네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해주고 있어서 공감이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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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을 향해 가는 재이의 모습에 나의 모습에 투영되는 것만 같았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너무나 커 나를 더욱더 피폐하게 만든 과거와 지금의 나. 우리 사회는 계급이 없는 평등 사회라 외치지만 엄연한 계급이 있고 평등하지 않다는 걸 얘기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란 걸. 재이는 이런 사회 속 우리네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해주고 있어서 공감이 가면서도 왠지 서글프기도 했다. 또 재이의 쌍둥이가 읽는 내내 재이의 분열된 자아 같기도 아님 재이의 또 다른 인생을 보여주는 평형 세계 같기도 해 정말 재이의 쌍둥이가 맞는 걸까 하는 의심을 작품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되었다. 닫힌 결말이 아닌 독자에게 질문을 남기는 듯한 결말도 맘에 들었다. 

YES마니아 : 골드 a***6 2026.09.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