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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것을 잃는다. 사람, 시간, 어떤 시절의 감정, 그리고 때로는 한때의 자기 자신까지도. 이선진의 『잃기일지』는 그런 상실이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 남아 현재의 나를 이루는 일부가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주인공 진진주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떨어져 바라보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숨기는 데 익숙했던 진주는 그렇게 자신과 거리를 두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조카 석기를 만나면서 외면하고 있던 과거와 조금씩 마주하게 된다. 소설은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곳곳에 농담과 언어유희를 끼워 넣는다. 진주가 애써 피해 온 것들을 아이의 말이 아무렇지 않게 건드리기 때문이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구성 속에서 진주가 왜 자신을 ‘나’라고 부르지 못했는지도 조금씩 드러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무언가를 잃었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잃어버린 것은 꼭 사람이나 물건만이 아니다. 어느 순간의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갈 수도 있다. 『잃기일지』는 그때의 나를 억지로 되찾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외면했던 기억을 다시 바라보고, 그 안에 있던 나를 현재의 삶으로 데려온다. 결국 이 소설은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이야기라기보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나를 다시 바라보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잃었다’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나 시간을 잃기도 하지만, 그때의 나를 함께 잃어버리기도 한다. 진진주가 과거의 자신을 남처럼 부르며 살아온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때의 나를 없었던 사람처럼 두지 않는 것. 『잃기일지』는 그 과정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읽고 나면 나 역시 오래전의 나를 한 번쯤 돌아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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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4기 #은행잎서재 #잃기일지 #이선진 #시리즈n 지나간 시간 속 나를 찾아갈 때, 잃어버린 ‘나’를 다시 완성한다. ”나는 아프다.” 대신 “진진주는 아프다.” 늘 진진주가 하는 말이다. 진진주는 유년 시절 어머니의 죽음 후 선택적 함묵증을 겪는다. 침묵은 그녀와 함께하는 친구였고, 자신을 지켜주는 존재다. 고요한 그녀의 세계를 깨뜨린 것은 바로 조카 ‘석기’였다. 석기 역시 ‘내가 먹고 싶어요.’ 대신 ‘쟤가 먹고 싶대요.’라고 말한다. 늘 엉뚱한 질문을 하고, 때로는 ‘실종’을 자처하기도 한다. 이런 천진난만한 석기의 모습에서 진진주는 자신의 유년 시절을 떠올린다. 그렇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간다. 진진주는 어린 시절 ‘펄’과 늘 함께했다. 늘 조용했던 그녀가 유일하게 말을 건넨 존재였다. 낯선 나라의 어학원, 어딘가 섞이지 못하고 늘 맴돌던 둘은 서로의 유일한 친구가 된다. 교환 사전을 쓰며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나눠 갖는다. 하나둘씩 의미를 붙이며 그들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가고자 했다. 그럼에도 낯선 공간과 이질적인 존재로 살아갔던 시절은 진진주에게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남았다. 세상을 등지고자 자신을 분리하고, 꽁꽁 싸매면서 살아갔다. 그런 그녀에게 석기의 존재는 어릴 적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였다. 석기를 보면서 감춰놨던, 외롭고 쓸쓸한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어릴 적 자신을 마주하며 진진주는 점점 ‘나’의 자리를 찾아간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순간의 본인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진진주는 ‘나’라는 사전을 완성했다. 지나간 시간 속 자신을 다시 불러보며 지난 나와 마주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우리의 사전을 하나둘씩 채우며 진정한 나를 찾아갈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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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4기 #은행잎서재 #이선진 #잃기일지 #시리즈n *서평도서제공: 은행나무 언제부터였을까. 아니, 언제일지 중요할 리가 없다. 똑, 떼내어 샅샅이 살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연. 싹 뜯어내 납작 펴박아놓고 보니 견딜만한 듯도 싶었다. 그렇게 '나'를 뛰쳐나가 '진진주'가 된 이 사람의 마음을 구하시오. 구해주시오… 진진주는 진진주를 바라본다. 진진주는 진진주를 생각한다. '내'가 없으니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없다. 진진주의 세계는 진진주의 사전 발치를 배회한다. 진진주는 가진 적없으니 잃을 것도 없다. 그렇게 '나'는 진진주의 이 빤빤한 세계를 가볍게 찌그러트리는 존재가 있으니, 다섯살 조카 되시겠다. p.21 진진주는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무한궤도에 갇혀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적을 알아야 나를 알 수 있다는 말을 현 상황에 적용해보자면, 진진주가 속속들이 알아야 할 적은 무한궤도였다. 그건 진진주의 적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진주가 스스로의 아군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p.39 이렇듯 세상이 저 맘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마다 진진주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내가 아니라 진진주다. 내가 아니라 진진주다, 나는! 그리하여 이 글의 어떤 문장도 '나는'으로 시작될 수 없는 거였다. 세상은 언제나 요지경, 내 맘대로 돌아가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쉽지 단 한 번도 내 맘대로 뒤집어지지 않았으니까. 진진주씨의 애매하게 구차한 세계를 감싸는 방벽은 애매하게 단단한 방벽이고, 이는 애매한 사전 어드메를 유령처럼 맴돌고 있다. 진진주는 아프다. '내'가 아니라 시간이 아프고, 빗금치고 지워진 자리 아래 파묻어둔 말을 이따금 떠올린다. 진진주는 무너지지 않는다. 만취 상태로 진상을 좀, 많이, 부리긴 하지만. 진진주는 애매하게 해냈으므로. 뭐든간에. 모르긴 몰라도. 아무튼. 이야기는 내도록 소란하다. 구질구질하고 뒤죽박죽-한다. 그 익살 너머에 어떤 얼굴이 있을까. 고개를 쪽 빼고 들여다보았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얼굴을 보았다. 너 뭐야, 말끝이 발끝에 가 붙은 물음에 나, 나, 나, 하고 더듬는 듯, 춤추는 듯 흔들리는 답이 돌아왔다. 바라보았다, 빤히, 알 수 없는 얼굴로. 그제서야 깨달았다. 얼굴인 줄 알았던 '면'이 '말'이었음을. 몇 겹이고 중첩되어 울려오는, 낯설지 않은. p.109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은 곧 내가 생각하는 것이자 내가 느끼는 것이자 내가 읽는 것이자 내가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것들의 총합이거나 총합보다 훨씬 더 큰 무엇이었다. 다만 나는 나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읽고,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 건지 좀처럼 알지 못했다. p.122 내가 내 이름을 입에 담던 그 순간, 나는 오래전 나도 모르는 사이 출발한 어떤 단어가 비로소 내게 도착했음을 깨달았다. 이윽고 공복처럼 텅 비어 있음에도 아스라이 반짝이는 허공의 귀퉁이에 이렇게 썼다. I am what I love. '진진주'가 그 혼란스럽고 정신사나운 시간 바깥으로 걸어나올 때까지 누가 기다려주었느냐 묻고 싶었다. 낯선 균열 앞에 설 수 있게, 누가 당신 곁에 소음이 아닌 이름으로 머물렀느냐고. 부르고, 열고, 땀에 젖은 얼굴로 마주하라. 이는 밖으로 나오라고, 나가지 말고 나와, 나와 함께-이자는 요청이다. 기꺼이 혼란-하고 흔들리자는 초대다. 진진주의 사전에는 사랑이 없었다. 사랑이 있기 전까지는. 사랑을 잃기 전까지는. 잃은 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잃음'의 흔적 '나'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게 하므로. 균열하고, 흔들리고, 나날이 구질구질한 나날에, 삼킨 말들의 사전에, 새카만 덧칠에 되비치는 얼굴에, '진진주'를 나서는 '나'에게 말하고 싶다. 진진주 아닌 '내'가 찾아낼 말을. We are what we lose. p.196 "얼른 밖으로 나와." 먼저 문밖 복도로 나선 펄이 나를 부르는 소리. 아니, 어쩌면 펄이 아니라, 시간이 나를 부르는 소리. … 그렇다면 그때 나는 어느 쪽으로 나가야 했을까? 시간 밖으로 나가야 했을까? 내 밖으로 나가야 했을까? 아님 내 안의 시간 밖으로 나가야 했을까? p.222 이윽고 우리를 향해 걸어오던 두 사람이 순간적으로 우리와 나란해졌을 때, 이제껏 내 사전에 없던 눈 한 송이가 비로소 내 침묵 위에 내려앉았을 때, 이석기가 춥고 휑한 제 손목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괜찮으니까 천천히 해요. 아직 시간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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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제공- 은행잎 4기 두 번째 책!🥰 은행나무출판사의 시리즈 '시리즈n' 그중 가장 신간인 「잃기일지」를 읽어보았어요👍 '시리즈n'의 책은 신간이 나오는 주기도 빠르고, 색다른 소재나 책 소개에서부터 끌리는 문구가 많아 자주 읽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은행잎 4기 활동 책으로 받게 되어 정말 반갑고 기쁘고 설렜어요☺️ ❄️ 「잃기일지」는 이선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유실된 계절을 지나 ‘나’라는 주어로 귀환하는 이야기예요. 언어의 형식과 균열을 서사의 뼈대로 삼는다는 점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 어린 시절 경험한 어머니의 죽음 이후, 선택적 함묵증을 겪으며 '말'을 잃어버린 진주. 진주는 말 대신 '침묵'을 자신의 모국어로 체득한다. • 진주는 1인칭 주어 '나'를 사용하지 않고 이름 '진진주'를 앞세우는 어른이 되었다. 그는 조카 '이석기'를 돌보며 외면해왔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 진주는 과거 속에서 홀로 어떠한 시간과 감정을 겪어냈을까?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는 어떻게 연결될까? ❄️ 무엇을 ‘잃는’ 일지일까?🤔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들었던 궁금증이었어요. 그리고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죠! 책을 다 읽은 후 제가 생각한 답은 ‘말’입니다🗣️ 이 소설은 말을 잃은 사람의 일지예요. 그래서 현재의 어른 진주 이야기가 나올 때는 말과 행동이 비교적 생동감 있게 표현되지만,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는 대부분 혼자만의 생각과 느낀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어 조금은 처연한 분위기로 진행돼요💭 ❄️‘자신과의 인력을 무화시킨다.’는 표현이 나와서 정말 신기했는데요...! 이런 문장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새롭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문장은 소설 속 많은 부분에서도 통하는 문장이랍니다🌟 현재의 진주는 ‘진진주’와 ‘나’를 분리해서 보고 있고, ‘지금-여기’의 진주와 ‘그때-거기’의 진주도 분리해서 보고 있죠. 아니 어쩌면 ‘지금-여기’의 '나'를 아예 보고 있지 않은 것일지도요. 심연의 ‘나’를 들여다보지 않고,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의 총체인 ‘나’ 온전한 나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나를 지키는 방법인지, 아니면 회피인지... 책을 읽으며 고민에 빠지기도 했답니다😓 ❄️ 사실 이 책은 읽는 데 조금 오래 걸렸어요. 현재 시간대에 있는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파트의 비중이 크고, 과거 이야기 속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도 있거든요. 제목이 ‘일지’인 만큼 주인공의 감정 흐름에 완전히 동화되지 못하면 ‘이게 무슨 말이지?’ 싶을 때가 종종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가님께서 은유적인 표현을 많이 쓰시는 편인 것 같아요! 모든 사건과 감정이 명확하게 드러나기보다는 천천히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게끔 하신다고 느꼈어요. 초반에는 제가 이해한 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몇 번씩 다시 읽게 되곤 했는데, 흐름을 이해하고 나니 그때부터는 술술 읽혔던 것 같네요ㅎㅎ🤗 🍡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 잃어버렸던 나를 비로소 제대로 바라보고 진정한 '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나의 과거도 마주해보는 시간이 되길. #은행잎4기 #은행잎서재 #잃기일지 #이선진 #시리즈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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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 _
주인공 진진주는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할 때 ‘나’ 대신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마치 다른 사람을 바라보듯 스스로에게 거리를 두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다. 처음에는 그저 독특한 말버릇처럼 보이는데,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그것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진주가 만들어 놓은 자신만의 방어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진주의 일상에 다섯 살 조카 석기가 들어온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엉뚱한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아이. 진주는 석기와 함께하는 동안 오래 전에 묻어두었던 기억과 자신의 어린 시절을 조금씩 마주하게 된다. _ 이 소설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보다 문장이었다. 비유와 상징적인 표현이 많고, 익숙한 단어의 의미를 비틀거나 새롭게 정의하는 문장도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솔직히 어떤 문장은 한 번에 이해되지 않아 다시 읽기도 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문장의 의미를 헤아리느라 멈추게 되는 순간도 많았다. 조금 난해하다고 느끼면서도, 이상하게 그 ‘멈춤’이 이 소설의 매력처럼 느껴졌다. 쉽게 읽고 지나가기보다 ‘이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인물이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제목에 담긴 ‘잃는다’는 말의 의미도 읽을수록 조금씩 달라진다. 누군가를 잃는 것, 기억을 잃는 것, 자기 자신을 잃는 것이란... 진주가 지나온 시간 역시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는 과정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외면했던 자신의 슬픔까지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모든 문장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한 문장 앞에 오래 머물며 나름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던 소설이다. 빨리 읽어내기보다 자꾸 멈추게 하고, 그 멈춤 속에서 ‘잃는다는 것’과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여기에 책과 함께 받은 ‘교환사전’ 노트도 매력적이다. 어린 시절 진주가 친구이자 첫사랑인 펄과 함께 단어에 자신들만의 의미를 붙여 써 내려갔던 교환 사전을 직접 써볼 수 있도록 만든 굿즈다. 익숙한 단어 하나를 골라서 사전에는 없는 ‘나만의 뜻’을 붙여보는 것도 이 소설을 조금 더 오래 간직하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단어와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 속에서 나를 찾아 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은행잎3기 #은행잎서재 #잃기일지 #이선진 #시리즈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