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두 번째로 읽는 것이다. 류와의 첫만남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더 읽지 않았다. 열다섯의 나는 담담하고 있는 그대로 쓴 내뱉음 같은, 사실적이어서 잔혹한 묘사들에 거부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이제 그렇지가 않게 되었다.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파트리크 쥔스킨트의 [향수]가 이 책을 다시 집어들게 된 계기였다. 코인로커 베이비즈를 나는 도저히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제대로 '읽지' 못했지만 그 강렬함이, 잔상이 남아 내 주위를 떠돌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무언가 맡아본 적이 없는 냄새를 맡는 느낌이다, 조금은 불쾌한 것 같고, 독특하고, 그리고 치열하다는 인상을 주는 냄새, [향수]에서의 그 환상적인 향기의 이미지와는 달라, 패닉의 어느 앨범엔가 '냄새' 라는 곡이 있었지, 그런 종류의 독특함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물품보관함에 버려져 살아난 아이들, 그들이 기쿠와 하시, ''코인로커 베이비즈'' 다. 고아원에서 자라나 양부모에게로 갔던 그들은 결코 지워질 수 없는 그 버림받음을 공유한 채, 갈라지게 된다. 기쿠의 애인, 악어를 기르는 아름다운 아네모네가 등장하고, 하시를 가수로 데뷔시켜 주는 미스터 D, 하시와 결혼하는 가슴이 납작한 니봐, 처음에 본능적인 혐오감을 느꼈을 정도로, 무언가를 강력히 말해주는 인물들이 얽힌다.
엄청나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렸을 때 가졌던 소설가라는 꿈에서 너무 멀리 왔다고, 이 소설을 읽은 이상, 나는 오히려 소설을 쓰려고 한다면 도무지 시작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지금에 와서 안도하는 듯이 그렇게 생각했다. 무라카미 류가 소설을 쓴 것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렇게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느낌이 든 소설은 없었다. 그가 배열해 놓은 사건과 그것을 그리는 방법은 조금도 거침이 없다. 그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느낌이다. 필연적임을 느끼게 만든다. 하시는 노래를 불러 듣는 사람의 신경을 제압한다. 그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의 기분을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런 하시라는 인물의 묘사가, 내 의식의 무언가를 휘젓는 것을 느꼈다. 하시의 정신적 불안정을 류는 철저하게 모두 느끼도록 만들고, 그것은, 하시의 노래를 듣는 기분이다. 고통스러운 느낌까지 드는 것이다. 하시가 마음대로 청중의 감정을 조정하는 것처럼 조정당하고 있는 기분이다.
특히 기쿠가 달리는, 장대 뛰기를 하는 장면이 좋다. 앞으로 내딛는다. 몸이 위로 치솟는다. 세상에 대한 복수를 하려는 기쿠. 기쿠에게서 빠른 박자감이 느껴졌다. 그 ''복수''를 이루는 순간 기쿠와 하시에 대한 애정 같은 것을 가지게 되었음을 알았다. 뭐든지 다, 이 소설을 읽은 느낌은 설명할 수 없는 것 뿐이지 않는가, 조금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을 정리하면서 바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라카미 류가 만든 세계에 떠밀려 들어간 거라고,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하라면서. 나는 그 코인로커 옆에, 기쿠와 하시만이 있었던 그 폐허가 된 마을에, ''마켓''앞에, 하시의 콘서트장에, 파괴되는 도쿄에,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그 속에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해보려 한다.
[인상깊은구절] "우리는 코인로커 베이비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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