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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 릴레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조금 특별한 경험인 것 같다. 아직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첫 작품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하루도 사랑』을 통해 사랑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사랑스럽고 톡톡 튀는 색감의 표지 안에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아홉 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사랑은 하루도 사랑』에는 「숨은 그림 찾기」, 「위드걸스」, 「사랑은 하루도 사랑」, 「월요 휴무」, 「복숭아 심기」, 「너구리 온다」, 「내일의 날씨」, 「여름이 없는 나라」, 「다이빙」까지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집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전화상담원, 베이비시터, 공무원 등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가 아주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친숙하게 다가왔다. 평범해 보이는 하루에도 저마다 말하지 못한 사정과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내일의 날씨」였다. 평소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기후위기를 소재로 삼았다는 것만으로도 흥미가 생겼다. 하지만 작품을 다 읽고 나서는 오히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문제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더 오래 남았다. 특히 ‘포기’와 ‘배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수미는 잠시 무언가를 곰곰 생각하더니, 포기도 배신일까요, 하고 물었다. 나도 수미를 따라 곰곰 생각해보았다. 배신이라는 건.... 다르다. 무얼 못한다고 그걸 배신이라고 할 수 없다.”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배신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이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를 쉽게 탓한다. 특히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닥쳤을 때조차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 작품 속 인물의 말처럼 무언가를 탓하는 일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에게 그런 사건이 있지 않나요? 나의 근원부터 잘못되었구나, 하고 느끼는 사건이요.” 무언가를 탓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가끔은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사태가 닥쳤을 때 기댈 구석이 되어주기도 한다. 「내일의 날씨」는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문제를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결국 그 앞에서 무력해지고, 고민하고, 누군가를 원망하고, 또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작품보다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은 하루도 사랑」과 「월요 휴무」도 인상 깊게 읽었다. 「사랑은 하루도 사랑」에서는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관계 속에서 느끼는 소외와 외로움이 마음에 남았다. 특별한 사건보다 인물의 일상과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오히려 그들이 겪는 감정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월요 휴무」에서는 가족에 대한 복잡한 마음이 인상적이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미워할 수도,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받아들일 수도 없는 관계. 오랜 시간 쌓여온 원망과 애정이 뒤섞인 마음을 따라가면서, 주인공이 정말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을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작품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미리 알고 읽기보다는 직접 읽으며 그 마음을 따라가 보기를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책과 함께 받은 『New Face Book』도 재미있었다. 작품을 모두 읽고 난 뒤 가볍게 펼쳐보면서 앞서 읽은 이야기들을 다른 방식으로 환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다 읽은 뒤의 여운을 조금 덜어내면서도, 다시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부록처럼 느껴졌다. 『사랑은 하루도 사랑』은 거대한 사건보다는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있는 소재를 통해 사람과 관계를 바라보는 작품집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하루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래 기억될 하루일 수 있고, 평범해 보이는 사람의 삶에도 쉽게 들여다볼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아홉 편의 단편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을 읽고 그 시작을 함께할 수 있었다는 점이 특별했다. 앞으로 작가가 사람과 일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어떤 이야기로 풀어낼지 궁금하다. 『사랑은 하루도 사랑』을 시작으로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이야기들도 기대해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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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괜찮아져도 괜찮아질 거야.” 서고운 작가의 『사랑은 하루도 사랑』을 읽으며 가장 오래 남은 문장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랑에 관한 단편소설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여러 이야기를 읽고 나니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사랑을 잘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겨우 살아가는 사람들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때로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함께 있고 싶으면서도 관계를 숨기거나 밀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 서툼 속에는 한 가지 마음이 계속 남아 있었어요. “그래도 너를 잃고 싶지는 않아.” 특히 「위드걸스」가 인상 깊었습니다. 인혜와 선주는 함께 살아가는 연인입니다. 임보하던 강아지 순찌를 입양하기로 결정하고 사실혼 관계임을 입양 신청서에 적어넣는데요. 그런데 순찌는 다른 집으로 입양을 가게되고.. 돌아온 말은 “친구끼리 사는 집에는 보내지 않는 게 저희 단체 원칙”이라는 말 뿐. 인혜 몰래 입양신청서의 한 줄을 고친 선주. 그 안에는 자신들의 관계를 세상에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디까지 숨기고 어디까지 드러내야 하는지에 대한 복잡한 마음이 들어 있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인혜가 “언니, 나는 누군가에게 안전한 날들을 주고 싶어”라고 이야기 하는 장면을 읽으며 생각했어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에게 안전한 날들을 만들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사랑은 하루도 사랑」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나'는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삶을 좋아하고, 세상과 적당히 거리를 두며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예요. 반면 다연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을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쉽게 초대하는 사람이죠.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되고 언니 덕에 행복하다는 다연의 말을 나는 쉽게 믿지 못해요. 다연이 좋은 이야기를 하면 최악의 이야기를 꺼내고, 상대의 긍정을 의심하면서 못난 모습을 보이죠. 결국 둘은 헤어지고.. 한참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은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일이 생기는데요(자세한 만남의 과정은 스포라..생략!) 나에게 다연이 말합니다. “언니. 왜 굳이 노력해서 상처를 받아.” “그것도 중독이야.” 이 말이 참 아팠던 것 같아요. 사랑받고 싶으면서도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먼저 벽을 세우고, 누군가가 그 벽을 허물어주길 바라면서도 정작 가까이 다가오면 다시 밀어내는 사람. 어쩌면 이건 소설속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 같았어요. 제 모습이기도 했고, 우리의 모습이기도 했죠.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아, 결국 다 두 사람의 이야기였구나. 연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혹은 서로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든 이 소설집 속 인물들은 계속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이야기 역시 특별한 사건처럼 소비되지 않아요. 그저 사랑하고, 다투고, 함께 밥을 먹고, 작은 생명을 돌보고, 상처받고, 다시 곁에 남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아요. 퀴어라는 정체성이나 관계의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처럼 느껴졌거든요.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완벽하지 않아요. 누군가는 서툴고, 누군가는 이기적이고, 누군가는 겁이 많죠. 때로는 사랑하면서도 상대를 힘들게 하고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곁에는 꼭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손을 잡아 끌어주는 사람.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사랑은 거창한 구원이라기보다 함께 살아남기 위한 작은 마음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으로 서로를 할퀴는 대신 사랑을 선택하고, 한 사람이라도 덜 죽게 하려고 막막한 싸움을 이어갑니다. 그 모습이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마음 아프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 누군가를 사랑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안 괜찮아져도 괜찮아질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설 속 이 문장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그러니까 사랑은 하루도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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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제공 서고운의 <사랑은 하루도 사랑>은 박상영 작가의 띠지 문구와 귀여운 표지에 자연스럽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책이었다. 처음에는 제목과 이미지처럼 귀여운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은 소설집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은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연인 사이의 사랑이나 가족애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과 우정, 유대와 동지애, 그리고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서로를 향해 갖는 마음까지. 아주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여러 작품 속 인물들이 다른 형태로 등장하면서도 그 마음의 깊은 곳에는 비슷한 것이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고 싶지만 상처받는 것이 두렵고, 무언가를 바꾸고 싶지만 실패가 두렵고, 외롭지만 타인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 서로 다른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도 함께 있는 사람들을 계속 번갈아가며 만나는 기분이었다. < 최선을 바라기보다 최악을 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 우리는 과연 얼마나 많은 순간에 당당하게 최선을 선택했다고 말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지금 너무나 완전하고 완벽하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기준 아래에서 이렇게 살고 있기도 할 것이다. 애초에 내가 어떤 선택을 할 때 가장 행복해지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고, 늘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조건에 놓여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현실에서의 삶은 오히려 최선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것보다,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도록 최악을 하나씩 고쳐가는 일에 가까울 때가 많다. 어쩌면 사람은 원래 불완전하고, 각자의 기준 아래에서 최악을 피하면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나름대로 삶을 잘 견뎌내고 있어도 아쉬운 무언가는 언제나 남기 마련이다. 최선이 아니어서 실패한 삶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결핍이 남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핍이 때로는 사람을 겁먹게 만들기도 한다. < 실패가 두려워 사랑 앞에서 움츠러드는 마음 > 지금의 삶이 힘들더라도, 무언가를 바꾸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차라리 익숙한 불행을 견디면서 언젠가 나를 구원해줄 무언가를 기다리게 된다. 완전히 불행해지는 것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고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결국 사랑 앞에서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 같다. 사랑하면 행복할 수도 있지만 상처받을 수도 있다. 노력하면 관계가 좋아질 수도 있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니 아예 노력하지 않으면 적어도 더 다치지는 않을 것 같다. <위드걸스>에서 강아지를 데려오는 일을 망설였던 모습이 이와 같은 마음으로 보였다. 사랑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 가져올 책임과 상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쉽게 선택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 하지만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결국 또 다른 결핍이 남게 된다. 나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왜 사랑하지 않았을까, 왜 조금 더 용기를 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들이 남는다.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여러 모습으로 변주되어서 비슷한 마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랑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실패와 상실의 가능성이 두려워서 한 발 물러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 사람을 이어주는 상실과 기억 > <복숭아 심기>는 약간 비현실적인 존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 존재 역시 결국 사람의 흔적이라고 생각해보면 굉장히 뭉클해진다. 그 흔적을 바라보는 사람은 외로움을 느낀다. 흔적이라는 건 누군가가 이곳에 있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만들었고, 만졌고, 남겨두었고, 떠났다는 사실이 흔적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래서 너무 외로운 사람은 오히려 그런 흔적들을 더 절박하게 찾고, 그것을 통해 위로받게 된다. 모든 이야기에 등장하는 겁먹은 사람들, 상처받기 싫고 외로운 사람들이 한 발 내딛게 만드는 건 누군가와의 연결이다. 그리고 그 연결은 반드시 연인이나 가족일 필요는 없다. 그래서 '상실과 기억으로 이어진다'는 말이 참 좋았다. 이런 마음은 <내일의 날씨>에서 보다 넓은 형태의 유대로 확장된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뒤 그것을 되찾는 것은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일 때가 많다. 떠난 사람을 돌아오게 할 수도 없고,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다. 하지만 잊지 않는 것은 내 의지에 달려 있는 일이다. 이렇게 이 소설집에서의 사랑은 점점 더 넓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근미래의 기후위기처럼 훨씬 거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는데도 어색하다거나 거창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거대한 문제를 바라보는 출발점 역시 한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잊지 않는 것 사라지는 것을 기억하는 것 같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런 작은 마음이 더 큰 세계를 향할 수 있는 것 ——— 이 작품의 '구원은 필요 없어'라는 말이 거창한 선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을 구하겠다는 것도, 앞으로 완벽하게 행복해지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결심 하나를 해보겠다는 것. 이런 작은 결심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어떤 소중한 형태의 사랑이나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내일 다시 겁을 먹을 수도 있다. 다시 망설일 수도 있다. 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 내가 사랑했다는 사실과 용기를 냈다는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거면 됐다'는 말이 무척 좋았다. 이 소설집에서의 사랑은 완성된 감정이라기보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행동과 결심의 총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과 용기는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하루도 사랑이고, 용기는 하루도 용기다. 이 얼마나 멋진 문장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