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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조각들을 모아서 <평범한 인생>을 읽고 피자 한 판이 있다고 해보자. 각자 취향은 다르겠으나, 둥글게 편 반죽 위에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양파, 피망, 올리브, 페퍼로니 등 다양한 토핑을 올린 뒤 치즈를 흩뿌린 '평범한' 피자를 떠올리면 된다. 다음으로 '평범하게(손에 들거나 접시에 두고 잘라서 먹기 좋게)' 여덟 조각으로 자른다. 아뿔싸, 자르다 보니 각각의 면적은 다를 수도 있고, 만들다 보니 어떤 조각은 한 가지 토핑으로 치우친 것도 있을 테다. 그렇지만 맛은 달라질 리 없기에 우리는 그것을 피자라 부른다. 다시 말해 한 판도 피자고, 한 조각도 피자이다.
이제 피자 한 조각을 들어 한 입 먹듯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가 쓴 <평범한 인생>을 집어들어 다시 음미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주인공인 동시에 '같고도 다른' 화자들 가운데 하나인 ‘나’는, 한평생 철도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 후 정원을 가꾸다 죽음이 가까워지자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자서전을 쓰는 데 바친다. 소설 분량의 절반 가량, 그러니까 '나'의 인생 전반전은 여느 보통의 삶에 가깝게 그려진다. 더 이상 쓸 거리가 없을 만큼 거의 모든 것을 토해낸 탓인지 ‘나’는 아파서 삼 주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런 '나'를 후반전에 소환시킨 존재는 타인도 세상도 아닌 바로 또 다른 '자아'이다. 이야기의 흐름을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평범한 사람'이 독주하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에는 '출세지상주의자'와 '건강염려증 환자'가 삼파전을 이루면서 엎치락뒤치락 역전과 반전을 거듭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마치 일대칠의 토론배틀을 방불케한다. 이를테면, 하급 철도공무원에서부터 간부급으로 승승장구하는 데에 과연 개인의 노력만 작용한 것인지 아니면 당시 역장이던 상사의 딸과 결혼한 일은 전혀 무관한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한다. 또한 원만해 보이는 부부관계 속에서도 밤마다 아내의 목을 졸라버리고 싶을 만큼 자신의 어두운 내면과 다르게 충실한 삶을 사는 배우자에 대하여 마음 한 구석에 숨겨놓은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쩌면 개인의 기억이란 세월에 풍화되어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다듬어지고 불리한 것은 깎여 나가면서 재구성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시인, 낭만주의자, 영웅으로 '한철'을 보낸 적 있다. 특히 어린 시절에 살을 파고든 유리 조각처럼 뇌리에 각인된 기억들 ㅡ 마을 교회 앞에서 만난 걸인에게서 자비와 구원을 향한 삶을 희미하게나 엿보고, 집시 소녀와 만나 어울리면서 난생처음 일그러진 성적 욕망으로 얼룩진 세상의 민낯을 어렴풋이 마주한다 ㅡ 은 깨어지지 않고 어른이 되어서도 거울같이 스스로를 비추게 만든다. 어찌됐든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제철'을 살다간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으리라. 몇 해 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한 인간의 정신분열에 관한 소설이구나 했던 내 기억을 이번 재독을 통해 바로잡는다. 오히려 저자는 그 반대를, 즉 인생이란 내 안의 여러 또는 수많은 자아가 갈등과 해결을 반복하면서 어느 순간에 이르러 마침내 화합된 모습을 갖추는 여정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저마다의 인생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발현되지 않은 ‘가능성’을 품고 있을 뿐 아니라 각기 다른 가능성을 선보이는 까닭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차페크의 통찰을 곱씹어본다. 끝으로 <평범한 인생>은 당시의 독자보다도 평범한 삶이 더 어려운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더 와닿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말처럼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더 많이 알게 될수록 나 자신의 삶도 충만해질 것(228쪽)"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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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평범한 인생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봐야지 봐야지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편딩을 보고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 정보라님의 번역으로 호르두발, 별똥별, 평범한 인생까지 카렐 차페크 작품을 보니 전부 자신과 타인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타인에 대한 이해를 문학적 화두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줄 알았지만 평범하지 않았던 자신,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이야기 아닐까요?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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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차페크 소설들을 접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이번에 좋은 펀딩 기회가 생겨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정보라 작가님의 번역이라니 펀딩에 참여 안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잔잔한 이야기라 생각 했는데 예상치 못한 살인 사건과 '배신과 살인' 무엇이 더 중요한지 저도 모르게 그만 작가가 의도한 아이러니에 빠져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