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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 이치의 『패밀리 랜드』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여섯 편의 이야기를 묶은 SF 단편집이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미래’보다 지금 우리의 가족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첨단 기술이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도 가족 사이의 갈등과 욕망, 질투와 집착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게 이 책의 가장 섬뜩한 지점이다. 스마트 기기로 멀리서도 며느리의 일상을 간섭하는 시어머니, 원하는 조건의 아이를 만들려는 부모, 완벽한 상대를 찾아주는 결혼 정보 시스템, 육아와 돌봄을 대신하는 로봇, 가난 때문에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가족, 가상으로 치러지는 장례식까지. 각각의 이야기는 소재만 보면 꽤나 먼 미래처럼 보이는데, 이상하게 읽을수록 ‘이거 정말 없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좋았던 건 기술 자체를 무섭게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서운 건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더 좋은 아이를 갖고 싶고, 더 완벽한 배우자를 만나고 싶고, 가족을 더 편하게 돌보고 싶다는 욕망은 너무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 욕망이 조금씩 과해지는 순간,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오히려 사람을 옥죄는 도구가 된다. 그래서 읽는 내내 묘하게 불편했다. 귀신이 나오거나 갑자기 무서운 장면이 등장해서가 아니라, 이야기 속 상황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 아주 조금씩 닮아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는 말이 언제든 간섭과 통제가 될 수 있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삶을 대신 결정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꽤 서늘하게 다가온다. 여섯 편의 결이 모두 같지는 않지만, 『패밀리 랜드』를 관통하는 질문은 분명해 보인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가족이라는 관계에서 인간은 정말 달라질 수 있을까? 편리해진 미래의 모습 속에서 오히려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 무서운 이야기를 읽었다기보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가족을 만들어가게 될지 잠깐 들여다보고 나온 기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