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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만화를 즐겨 보는 편인데, [대사 각하의 요리사]는 2편 정도 본 뒤 한동안 손에서 놓았었다. 요리 만화의 특성 외에 베트남 주재 일본 대사관이라는 특이한 소재가 있음에도 왜 그랬을까? 일단 너무 단조롭고 수수하게 이어지는 그림체와 스토리가 열을 식혔다. 요리만화가 억지로 요리 시합이라는 상황을 부각시켜서 인기몰이하는 것은 그리 좋지는 않다. 하지만 요리나 문화에 대한 교양서도 아니고 만화일진대, 뭔가 위기, 갈등, 반전, 카타르시스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은가. [대사 각하의 요리사]에는 그게 부족하다. 마치 깜빡 잊고 소금을 안 친 요리처럼.
주인공은 언제나 스마일 스마일인 진실남으로, 어떤 경우에도 핀치에 몰리지 않는다. 제멋대로 구는 상사와 외국인들의 요구를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해결함은 물론이요, 일본에서 프랑스 요리 수업 받은 게 전부인 사람이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도, 중국의 최고 요리사도 단칼에 물리친다. 한국 사람 입맛이든 아프리카 사람 입맛이든 문제없이 맞춰 준다. 뿐만 아니라 깨질 뻔한 회담을 살려내고, 납치된 장관을 구출하는 등 정보원이나 외교관이 할 일도 거침없이 해낸다. 만화 주인공이 슈퍼맨인 것은 이상할 것 없겠지만, 그래도 이야기가 되려면 아주 가끔은 좌절하는 모습도 보여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여기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읽어 나갈수록 솜씨가 사나운 요리사의 요리를 억지로 먹고 있는 듯한 불쾌감이 커져간다. 이 만화는 요리 만화인 동시에 외교 만화도 지향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 수준은 [정치 9단] 이하다. 등장하는 외국인들의 성격과 행동에서 보자. 프랑스인들. 이들은 문화수준이 높으며 그 점은 존중할 만 하지만 거만하며, 겉과 속이 다르고, 비열하기까지 하다. 중국인과 미국인. 문화수준은 천박하면서 제잘난 줄만 알고, 힘 좀 세다고 거들먹거리는 것이 깡패를 보는 것 같다. 베트남인과 [Q국] 등 제3세계인들. 순박하고 천진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일본이 자애를 베풀어 경제, 문화, 정신 등 모든 면에서 가르쳐주어야 할 사람들이다. 이 만화에서는 '요리와 외교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문구가 자주 나오는데, 전달할 마음이 삐뚤어져 있다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급기야 부글부글 끓는 불쾌감에 기름을 붓는다. 그동안 한 번도 언급이 안 된다 싶더니만 6권에서는 한국 이야기가 나온다. 주제는? '베트남전에서 한국이 저지른 만행'과 '자신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으면서 일본에게만 사과를 강요하는 한국인의 이중성'이다.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이 비인도적인 일을 했다는 것은 국내에서 계속 논의되고 있는 주제다. 그런데 여기서는 '한국인들의 만행은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뒤지지 않는다, 아니, 더 지독하다'는 정의감에 불탄 일본 외교관의 말이 안 나오나, 보통 사람도 아니고 대사라는 사람이 '우리는 돈 때문에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우리는 미국의 용병이었다'라고 적대적인 일본 기자에게 털어놓지 않나,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내용 투성이인 것이다. 일본이 베트남에 저지른 만행도 결코 적지는 않은데, 5편에서인가는 프랑스 식민지배에 맞서 들고 일어날 것을 독려한 '황군 병사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요리에 있어서도 은근슬쩍, '죽어라고 매운 맛만 찾는 한국인들은 미각치', '뒤섞어 먹어야 맛있는 줄 아는, 요리의 시각적 미학은 도통 모르는 한국인들' 등의 편견이 군데군데 감춤맛으로 있다.
요리는 먹는 사람의 취향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 이 만화의 주 독자가 일본 사람이라고 할 때, 일본인들의 일반적인 대외관, 즉 서구에 대한 동경과 열등감, 중국에 대한 거부감, 제3세계에 대한 우월감과 혐오감, 그리고 혐한 감정 등에 맞장구를 쳐주는 게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요리라면 몰라도 외교에는 최악의 방법이다. 자아도취에 빠진 외교관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이 만화에는 특이한 편식 습관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리를 해서라도 몰랐던 맛을 찾아 주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그런 자세를 겉치레 이상의 차원에서 생각할 수는 없었을까.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겸허한 자세로 한국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반성하려고 하는 [맛의 달인] 수준의 접근이 아쉽다. [인상깊은구절] 공 대사님. 우리 외교관들의 일이 뭡니까. 우리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의 정의와 맞서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한 테이블에 앉아 끝까지 논쟁하지 않으면 안 되죠. 만약 지금 어느 나라에서 당신네 나라의 정책에 대해서 이론을 제기한다고 합시다. 외교관인 당신은 그걸 묵살하고 한 테이블에서 논쟁하는 것조차 거절할 겁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