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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부제였어요. “똑 부러지게 말하는 비결을 알려 주마!” 말주변이 조금 부족한 첫째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었거든요. 발표할 때 자신 있게 말하는 법이나 자기 생각을 또렷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읽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범위가 넓더라고요. 이 책에서 말하는 ‘말하기’는 단순히 말을 유창하게 하는 기술이 아니었어요. 대화할 때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법부터 예의 있게 거절하는 법, 친구와 갈등이 생겼을 때 푸는 법, 발표와 토의까지. 사람과 소통하면서 꼭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었어요. 책방에서 시작되는 말하기 수업 이야기의 중심에는 책방에서 일하는 고고 선생이 있어요.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여러 문제를 가지고 오면 고고 선생이 하나씩 말하기 비결을 알려줍니다. 상황들도 꽤 현실적이에요. 친구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오해가 생기는 상황, 친구와 다투는 상황, 사람들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 상황까지 나와요. 초등학생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만한 이야기라 읽는 아이도 자기 이야기처럼 몰입하기 좋겠더라고요. “나도 이런 적 있는데.” 하면서 읽을 만한 장면들이 많았어요. 컷툰으로 배우는 고고 선생의 말하기 비결 이야기 중간중간에는 ‘고고 선생의 말하기 비결’이 나옵니다. 이 부분은 컷툰 형식이라 설명글만 읽는 것보다 훨씬 쉽게 들어와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상황과 대화를 보면서 바로 이해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상대에게 화가 났을 때 무조건 “너 때문에!”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이야기하는 방법을 알려줘요. 거절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고, 내 상황을 솔직하게 말한 다음, 가능하면 다른 방법을 제안하는 식으로 알려줍니다. 아이에게 “친구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돼.”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죠. 읽고 끝이 아니라 직접 연습하는 워크북 제가 특히 좋았던 건 책과 워크북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책만 읽었다면 “아, 이렇게 말하면 되는구나.” 하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워크북에서는 직접 말해보고 써보도록 되어 있어요. 경청 놀이도 해보고, 상황극도 해보고, 실제로 아이들이 겪을 법한 상황에서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상황도 한 가지 방식으로만 제시하지 않고 여러 형태로 연습하게 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말하기는 결국 아는 것과 실제로 입 밖으로 말하는 게 다르니까요. 이렇게 직접 연습해볼 수 있으니 책에서 배운 내용을 조금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읽히려다 제가 먼저 뜨끔했던 책 그런데 읽다 보니 아이에게만 필요한 책은 아니더라고요. 저도 뜨끔한 부분이 있었어요. 아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기도 전에 제가 먼저 판단한 적은 없었나.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기도 전에 화부터 낸 적은 없었나. 책 속 나리 엄마를 보는데 왜 이렇게 제 모습과 비슷한지요. 아이에게는 “끝까지 들어봐.” “말을 예쁘게 해야지.”라고 하면서 정작 저는 아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던 순간도 있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이 책은 아이의 말하기를 가르치는 책이면서 부모의 대화 습관도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예쁜 말 챌린지는 저부터 마지막 챕터에는 ‘예쁜 말 챌린지’가 나와요. 처음에는 당연히 아이에게 해보자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읽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이건 아이보다 제가 먼저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더라고요. 아이에게 좋은 말을 쓰라고 알려주기 전에 집에서 가장 많이 듣는 어른의 말부터 달라져야 할 테니까요. 『책 읽는 고양이 고고 선생 3』은 처음 예상했던 것처럼 단순히 ‘똑 부러지게 말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었어요. 듣고, 표현하고, 거절하고, 갈등을 풀고, 함께 이야기하는 법.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소통 방법을 배우는 책에 더 가까웠습니다. 말을 잘하고 싶은 아이에게도 좋지만 친구 관계와 학교생활 속에서 자기 마음을 조금 더 건강하게 표현했으면 하는 아이와 함께 읽어봐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부모도 옆에서 같이 읽어보세요. 저처럼 마지막에는 아이보다 내가 먼저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