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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후쿠자와 유키치란 사람의 이름조차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아마 내가 근대사에 좀더 관심이 있었더라면, 갑신정변을 주도한 김옥균 등에게 영향을 끼친 일본의 근대사상가라는 말 정도는 들어봤을 만도 한데 말이다. 그가 주장했다는 소위 '탈아입구론'을 알게 되면서, 황당하달까 어이가 없달까, 이런 식의 이론이 한 국가 전체에서 수용되고 이에 따라 국가의 정책이 움직일 수 있었다니...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일본의 소위 우익지식인들의 오만하기 짝이 없는 망언들의 근원을 보는 것 같아 일단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조선에 대한 그의 비판에는 아프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진실도 섞여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뭐가 잘못된 걸까, 교육이? 감정적으로 분노할 줄만 알고 냉정한 분석을 할 능력이 부족한 (이런 말 하긴 싫지만) 국민성이? [인상깊은구절] 우리 일본의 국토는 아시아 동쪽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국민정신은 이미 아시아의 고루함을 벗고 서양문명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불행한 일은 이웃에 있는 나라이다. 하나는 중국이고 또 하나는 조선이다. 이 두 나라 국민도 고래 아시아 류의 정교풍속 아래 자라온 배경은 우리 일본 국민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인종의 유래가 다른 것일까, 아니면 같은 모양의 정교풍속 속에 살면서도 유전교육의 취지가 같지 않은 점일까. 일 지 한 삼국을 비교하여 중국과 조선의 서로 닮은 상황은 조선과 중국이 일본보다 가깝고 이 두 나라 사람들은 한편이 되어 나라에 관해 고쳐 나아가는 길을 알지 못한다. 교통 편리한 세상에 문명의 사물을 못 듣거나 못 보았을 턱이 없는데 도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고풍구습에 연연한 정은 백년 천년의 옛날과 다름이 없다. 이 문명 일신의 활극장에 교육은 유교주의를 부르짖어 인의예지만을 칭송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외견상 허식에 구애되어 진리, 원리를 가르치지 않고 도덕마저 땅에 떨어져 지독한 불염치가 극에 달해도 거만하게 자기 반성의 빛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