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스페인 미술 500년 : 빛과 어둠의 연대기> 한경arte 특별취재팀 / 한국경제신문 (2026) [My Review MMCCCLXXXIV / 한국경제신문 5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두온열세 번째 리뷰는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고야, 소로야 등 그림으로 만나는 가장 강렬한 스페인을 한 권으로 볼 수 있는 <스페인 미술 500년>이다. 현재 예술의 전당에서 '스페인 미술 500년'이란 제목으로 스페인 회화 작품이 전시중이다. 전시 기간은 27년 1월 20일까지라니 참고하시면 된다. 이번 전시 작품은 모두 95점이라는데 스페인에서 건너온 작품은 아니고 '미국 뉴욕 히스패닉 소사이어티'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 가운데 엄선해서 서울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스페인 회화 작품이 왜 미국에서 건너온 것일까? 그건 미국의 수집가 아처 밀턴 헌팅턴의 집념 덕분이었다고 한다. 히스패닉 문화에 심취해서 수집을 시작으로 '박물관 겸 도서관'을 직접 지어서 소장과 전시를 동시에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스페인 미술'을 비롯해서 히스패닉 예술 등 값어치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한 인류문화유산을 잿더미로 만들 뻔 했기 때문이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스페인 미술 500년> 관점 포인트 : 고백하건데, 나는 예술에 대해서 '까막눈'이다. 예술을 감상할만한 깜냥이 없는 눈을 달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예술과 미술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교양과 상식을 틈틈이 쌓고 있지만, 여전히 눈으로는 도통 이해하지 못하고, '글자'로 된 설명서를 읽고 나서야 겨우 고개를 주억거리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내가 예술공부를 멈추지 않는 까닭은 곧 다가올 AI시대에는 인간을 대신해서 AI가 거의 모든 것은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고로 AI보다 못한 인간은 결국 '도태'되고 '일자리'마저 빼앗길 전망이다. 미국 대선이슈 가운데 'AI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미국 청년들이 많은 까닭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다. 아무리 AI가 똑똑해져도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다. 음..아마도 그럴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럼 인간 가운데 누가 AI에게 대체되고, 누구는 AI시대가 도래해도 도태 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내가 바로 '이공계열 전공자'이기 때문이다. AI가 인간보다 훨씬 더 잘 할 수밖에 없는 분야가 바로 '수학과 과학'을 기반으로 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AI가 '대체불가'한 분야는 '인문학 분야'라고 한다. 물론 단순한 '기록'을 연구하는 분야도 위태롭긴 마찬가지지만, 글자가 아닌 '미술과 음악'과 같은 예술 분야만큼은 AI가 쉽게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의아하지 않은가? AI에게 '프롬프트 명령어' 몇 글자만 적어주면 예술가 뺨 칠 정도로 멋드러진 그림을 뚝딱 그려내는 신통한 재주를 이미 갖고 있는데, 예술 분야가 '대체불가'라니 말이다. 맞는 말이다. AI는 이미 예술분야도 상당 부분 점령한 상태다. 허나 아직까지도 미흡한 것이 바로 '창작'이기 때문이다. AI가 창작을 하는 것 같지만 그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종합한 결과물에 불과한 것이다. 결코 순수창작이라고 볼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모방'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단지 인간에 비해서 '모방'을 엄청나게 빠르게 해내는 능력이 뛰어날 뿐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인류는 AI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예술공부'를 해야만 한다. 오직 이 분야만큼은 AI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공부의 일환으로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만의 눈'으로 스페인 미술을 감상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지난 500년 간의 스페인 미술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 기간동안에 스페인 땅에서 벌어진 '역사'를 알아야 이해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이를 테면, 스페인 미술에 유독 '그리스도교(카톨릭)'에 관련된 종교화가 많은 까닭은 1492년에 이땅에서 '레콩키스타'가 일어나 7세기에 이슬람 세력에게 빼앗긴 국토를 15세기에 이르러서야 다시 되찾은 영광스런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스페인은 카톨릭 신자들이 이베리아 반도에 다시 정착한 뒤에 '황금시대'를 맞이 했기에 더욱 종교적인 그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대항해시대를 맞아 스페인은 새로 빼앗은 영토(식민지)에서 엄청난 양의 은과 금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에 '본국'과 '식민지' 사람들의 사상적 통일을 이루고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서 '종교의 통일'을 지켜내야 했다. 당시에는 문맹률도 높았기 때문에 '글자 보급'보다 '성경의 말씀'이 담긴 그림 한 장이 더 시급했던 것이다. 그래서 왕과 귀족 등 권력이 높고 재력이 많은 부유한 사람들의 의례로 수많은 화가들이 '종교화'에 더욱 매진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그럼 '근대 이후'에는 어땠을까? 스페인은 다른 유럽에 비해 많이 뒤쳐졌었다고 한다. 르네상스부터 산업화까지 "피레네 산맥 너머는 아프리카다"라고 나폴레옹이 말한 것처럼 스페인은 카톨릭 중심의 '농경 사회'를 오래도록 유지하며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많이 뒤쳐졌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레콩키스타 이후 스페인은 '황금 시대'를 맞이해 최초의 제국국가로서 엄청난 부를 쌓았다. 그리고 30년 전쟁 이후 '신교 국가'들이 독립을 쟁취해 나가기 전까지 스페인은 너무나도 화려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스페인은 '변화의 바람'이 뒤늦게 찾아왔고, 그 덕분에 오래도록 전통을 유지하고 지켜올 수 있었다. 허나 그 때문에 스페인은 '근대 이후' 혹독한 시련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스페인 내전(1936~1939)' 때 심한 사상적 분열로 인해 온 국민이 쪼개지고 찢어지는 분열의 혼란을 겪었고, 그 이후에 세계대전을 거치며 스페인은 온 국토가 폐허가 될 정도로 파괴되고 말았다. 이 당시 분열의 아픔은 현재까지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온갖 갈등양상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말이다. 그래서 스페인 국민들은 이런 분열의 아픔을 봉합하기 위해서 '종교화'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한다. 모든 사상적 분열조차 봉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통일된 종교'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페인 미술에서 '종교화'를 감상하는 방법은 바로 이런 '스페인 역사'와 함께 감상하는 방법이 적절하다고 한다. 나가는 글 : 물론 스페인 미술에는 '종교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벨라스케스의 왕가의 초상 그림에 담긴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고, 고야의 그림에 담긴 '인간 내면의 어두움'을 고발하는 내용도 알아야 하며, 무리요의 그림을 통해서 평범한 사람의 일상과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빛의 마법'으로 그려낸 이유도 살펴봄 직하다. 이 수많은 숙제를 한꺼번에 풀기 위해서는 '전시회'에 직접 가서 감상하는 것만으로는 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럴 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책 <스페인 미술 500년>이다. 내가 전시회나 미술관에 직접 가는 것보다 '미술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어보려고 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눈으로 감상하는 것의 '기초'를 닦을 수 있는 것 말이다. 이렇게 '미술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결코 AI를 이겨낼 수 없다. AI는 '텍스트'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도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텍스트 기반'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기어다니지도 못하면서 뛸 수 없고, 뛰지도 못하면서 하늘을 날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간은 배우고 익히는 '속도'가 현저히 느릴 수밖에 없다. 감히 AI를 상대로 '속도경쟁'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인간이나 하는 짓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AI를 이기란 말인가? 기어다는 것이 '기초'이고, 뛰는 것이 '수련' 과정이라면, 훨훨 날아다니는 것은 '창작'의 단계다. AI는 기초와 수련 과정은 기똥차게 잘 해낸다. 방대한 '빅데이터'만 차지하게 되면 이 단계에서 인간은 결코 이길 수 없다. 허나 '창작' 단계에 들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I의 창작이란 '모방'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인간이 만들어준 '데이터'나 좀 더 나아가 AI가 새로 만든 '데이터'를 분석하고 종합해서 만들어낸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분명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어마무시한 물량공세로 데이터를 쌓아나갈 것이다. 앞으로 인간은 그런 방식이 아닌 훨훨 날아다니는 수준에서 AI를 압도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분야는 힘들더라도 '예술분야'만큼은 인간이 톡톡히 실력을 뽐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상상해내지 못하는 천재들이 계속 나오는 한에는 분명 '인간만의 독보적인 창작분야'에서 AI와 선의의 경쟁을 하며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게 AI시대를 맞이해도 낙관할 수 있는 미래의 한 모습이다. #리뷰 #에세이 #스페인미술500년 #한국경제신문 #한경arte #종교화 #빛과어둠 #레콩키스타 #AI시대 #예술창작 #책이있는구석방 #추천도서 |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_
미술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화가가 살아온 시대와 그 시대를 둘러싼 역사, 그림 속 인물의 표정과 시선, 그리고 화면 한구석에 놓인 작은 사물까지 들여다보다 보면 한 점의 그림은 어느새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기록이 된다. 특히 한 나라의 미술사를 따라가는 일은 그 나라가 어떤 시간을 지나왔고, 무엇을 믿었으며, 무엇을 두려워하고 꿈꾸었는지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스페인 미술 500년》은 엘 그레코와 벨라스케스, 수르바란, 고야, 소로야 등 이름만으로도 미술사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따라가며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 스페인 회화가 걸어온 길을 보여준다. 스페인 미술을 떠올리면 강렬한 색채와 극적인 명암, 종교적인 엄숙함, 그리고 어딘가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깊은 감정이 먼저 생각난다.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지나온 역사 자체가 단순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이슬람과 가톨릭 문화의 공존과 충돌, 레콩키스타, 합스부르크 왕조의 번영, 제국의 쇠퇴와 전쟁까지. 격변의 시간은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세상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은 그림의 변화가 화풍이나 표현 기법의 발전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 시대의 권력과 신념이 그림의 주인공을 결정하기도 하고, 사회가 변화하면서 화가들의 시선 역시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의 그림에서 종교와 신앙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면, 스페인 회화의 황금기에는 왕실과 귀족, 종교적 인물들이 화폭을 채웠다. 이후 고야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내면과 권력의 모순, 폭력과 광기처럼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불편한 현실까지 그림의 중심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자연, 햇살 아래 반짝이는 풍경이 새로운 예술적 주제가 된다. 이러한 흐름을 보고 있으면 미술은 시대와 분리된 독립적인 세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벗어날 수 없고, 아무리 개인적인 작품이라 해도 그 안에는 당시의 사회와 문화가 흔적처럼 남기 마련이다. 인상 깊게 다가온 부분은 스페인 회화의 거장들을 서로 다른 시대의 예술가로만 구분하지 않고,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통해 이해하도록 이끈다는 점이다. 엘 그레코의 그림에는 현실 너머의 세계를 향한 신비로운 감각이 있고, 벨라스케스의 작품에는 인물과 현실을 바라보는 섬세한 관찰력이 있다. 수르바란의 종교화에서는 절제된 표현 속에 깃든 경건함을 느낄 수 있으며, 고야의 작품에서는 인간이 감추고 싶어 하는 어두운 본성과 시대의 비극이 드러난다. 반면 소로야의 그림에서는 이전 시대의 엄숙함과는 다른 밝고 생생한 빛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고야에 관한 설명은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책에는 고야가 인간의 비이성과 폭력, 광기, 권력의 추악함을 직시하며 마침내 '어둠의 화가'가 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도 예술이지만,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끝까지 바라보고 그것을 작품으로 남기는 것 역시 예술이 아닐까. 때로는 그림 한 점이 수많은 말보다 더 강하게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기도 한다. 고야의 그림이 오늘날까지도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가 그린 어둠이 과거에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폭력성, 집단적인 광기와 불합리함은 시대가 달라져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오래된 역사 속 그림이면서 동시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진다. 또 하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왕실 초상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다. 책에서는 왕실 초상화 속 인물의 얼굴 뒤에 개인을 넘어선 왕조와 외교, 국가의 미래가 함께 존재했다고 설명한다. 평소 초상화를 감상할 때는 인물의 생김새나 옷차림, 화가의 표현력에 먼저 시선이 머물기 마련이다. 하지만 왕과 왕비, 왕녀와 후계자의 초상에는 한 가족의 기록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혼인은 국가 간의 관계를 형성했고, 후계자의 탄생과 죽음은 왕조의 운명과 연결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림 속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 굳은 표정과 정면을 향한 시선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권력과 지위, 정치적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속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살펴보는 일이 왜 중요한지도 알 것 같다. 그림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시대의 관습과 종교적 상징, 인물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때 비로소 작품이 전하려는 이야기에 가까워질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롭게 느껴진 것은 아처 밀턴 헌팅턴의 이야기다. 스페인 문화에 매료된 한 사람이 미술품을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언어와 역사, 문화까지 이해하고 보존하고자 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책에서는 그의 꿈이 스페인의 창조 정신을 세계와 나누는 문화적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문화유산을 보존한다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관심과 애정에서 시작된 수집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수많은 사람에게 예술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무척 의미 있게 다가온다. 특히 이 책이 히스패닉 소사이어티 박물관 & 도서관의 소장품 95점을 바탕으로 스페인 미술의 흐름을 소개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유명한 거장의 대표작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낯선 화가들의 작품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어, 한 시대의 미술을 몇몇 유명한 이름만으로 이해하는 데서 벗어나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미술 교양서를 읽을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작품에 대한 설명이 너무 전문적이거나 역사적 배경과 분리되어 있을 때다. 그림을 보면서도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 막막해질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구성은 그런 단점들을 보완하고 있다. 스페인 미술의 역사적 흐름을 먼저 짚고, 이어 대표 작품 19점을 중심으로 화가의 표현 방식과 그림 속 인물, 복식, 장신구, 상징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여기에 스페인 왕실 이야기와 회화 속 해골의 의미,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 문학과 문화에 관한 이야기까지 더해져 미술을 다양한 방향으로 이해하게 한다. 무엇보다 스페인 미술의 변화가 '신앙과 왕권에서 인간과 빛으로' 이어진다는 큰 흐름은 가장 흥미로운 주제다. 처음에는 신과 성인의 세계를 표현하고, 이후에는 왕과 귀족의 권위를 담아내던 그림이 점차 현실의 인간과 평범한 일상으로 시선을 옮겨간다. 그리고 마침내 자연 속 빛과 사람들의 생활 자체가 그림의 중요한 주제가 된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미술의 변화이면서 동시에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이기도 하다. 누가 그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가, 무엇이 아름다움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예술은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시대마다 달라진 것이다. 역사 속에서 권력과 종교가 중심이던 시절에도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은 존재했고, 사건들 사이에도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는 계속되었을 것이다. 다만 그것들이 그림의 중심에 등장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래서 소로야의 작품처럼 자연광과 일상의 생동감이 담긴 그림을 만나는 순간에는 또 다른 감동이 있을 것 같다. 햇살이 스며드는 풍경, 사람들의 움직임, 평범한 하루의 한 장면이 충분히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림은 우리 모두의 삶을 담아낼 수 있는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하나 꼽는다면 '그림은 역사의 초상화다'라는 표현이다. 짧지만 미술과 역사의 관계를 무척 선명하게 보여주는 문장이다. 역사는 연도와 사건, 인물의 이름으로 기록되지만 그림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표정과 믿음, 두려움과 욕망을 다른 방식으로 남긴다. 글로 읽는 역사에서는 놓치기 쉬운 감정과 분위기를 그림이 대신 보여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 점의 그림을 오래 바라본다는 것은 과거의 누군가가 바라보았던 세상을 잠시 함께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스페인 미술 500년》은 그림을 통해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예술이 시대와 인간을 어떻게 기록해 왔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미술에 익숙한 독자라면 거장들의 작품을 새로운 관점으로 살펴보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미술사를 어렵게 느꼈던 독자라면 역사와 작품을 함께 따라가며 조금 더 편안하게 스페인 미술의 세계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전시를 앞두고 작품을 미리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전시장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림을 통해 스페인을 여행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듯하다. 스페인 미술 500년이라는 긴 시간 안에는 시대를 지배했던 권력과 신앙, 인간의 욕망과 고통, 변화하는 삶의 모습, 그리고 자연이 선사하는 빛과 아름다움이 함께 들어 있다. 어떤 그림은 찬란한 빛으로 기억되고, 어떤 그림은 쉽게 잊히지 않는 어둠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 모든 작품은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증언하고 있다. 500년의 시간을 건너온 그림 한 점이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말을 걸어올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미술을 감상하는 가장 특별한 순간이 아닐까.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스페인의 역사, 그리고 그 시간을 온전히 담아낸 그림들. 《스페인 미술 500년》은 한 나라의 예술을 이해하는 동시에 현재와 인간의 본질까지 돌아보게 하는 미술 교양서다. _ #스페인미술500년 #한국경제신문 #한경arte특별취재팀 #예술 #미술 #미술사 #미술도서 #교양 #신간 #책소개 #책추천 #도서리뷰 #책리뷰 #독서후기 #도서추천 #서평단 |
|
|
예술은 언제나 그 시대의 거울이자 인간 내면의 가장 솔직한 고백이다. 특히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 격동의 역사 속에서 피어난 스페인 미술의 500년 궤적은 단순한 미적 감상을 넘어 인간과 신앙, 그리고 권력이 얽힌 거대한 서사 드라마와도 같다. 한경BP에서 출간된 《스페인 미술 500년》은 마치 지친 일상 속에서 건네는 찬란하고도 묵직한 프라이빗 도슨트의 안내처럼, 그 위대한 예술의 전시장으로 우리를 조용히 이끈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고야를 비롯한 거장들의 결정적인 순간들이 숨결을 고르며 다가온다. 이들은 단순히 물감을 캔버스에 칠하는 이들이 아니었다. 신앙의 이름으로 타오르던 열정, 왕권의 그늘 아래서 생존하고 고뇌하던 인간의 얼굴, 그리고 찬란하면서도 서늘하게 부서지는 빛의 변주를 화폭에 고스란히 담아낸 시대의 기록자들이었다. 그림 앞에 멈춰 서서 그들이 뿜어내는 빛과 어둠의 대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예술가가 건네는 무언의 대화가 가슴 깊이 스며든다. 눈부신 왕권의 찬란함 뒤에 가려진 고독, 엄숙한 신앙의 무게를 견뎌낸 영혼들의 눈빛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묘한 울림과 여운을 남긴다. 전시관의 차가운 대리석 바닥 대신, 포근한 방안에서 책장을 넘기며 누리는 이 지적 사유의 시간은 그 어떤 여행보다 깊은 위로와 충전을 안겨준다. 예술이 주는 감동은 비단 눈이 호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시대의 역사를 통째로 품은 캔버스 속에서 우리는 결국 인간이 어떻게 아파하고 어떻게 구원을 갈구했는지를 배우게 된다. 《스페인 미술 500년》은 낯선 스페인의 역사와 미술을 친절하게 풀어주는 완벽한 가이드북인 동시에,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았던 예술적 감수성과 내면의 깊이를 채워주는 소중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책장을 모두 덮고 난 뒤에도 여운처럼 남는 그 서늘하고도 따스한 빛의 기억을, 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온전히 느껴보기를 바란다. |
|
#도서협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