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10.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이 엠 바운즈의 기도
"이 엠 바운즈의 기도"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 M. 바운즈의 <기도>는 평생을 기도에 매진하며 신앙의 본질을 파헤친 한 사상가의 치열한 기록이다. 수많은 신학 서적이 논리와 학식으로 신을 설명하려 애쓸 때, 바운즈는 오직 무릎을 꿇는 행위만이 신과 인간이 만나는 유일한 통로임을 단호하게 강조한다. 기도는 단순한 요청의 목록이 아니라 영혼의 호흡이자
"이 엠 바운즈의 기도"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 M. 바운즈의 <기도>는 평생을 기도에 매진하며 신앙의 본질을 파헤친 한 사상가의 치열한 기록이다. 수많은 신학 서적이 논리와 학식으로 신을 설명하려 애쓸 때, 바운즈는 오직 무릎을 꿇는 행위만이 신과 인간이 만나는 유일한 통로임을 단호하게 강조한다. 기도는 단순한 요청의 목록이 아니라 영혼의 호흡이자 삶의 방식이라는 그의 통찰은 시대를 넘어 수많은 이들의 영성을 깨워왔다.


인생의 고갯길을 지나 70대의 자리에 서서 이 책을 펼치니, 청년 시절이나 한창 바쁘게 살아가던 때와는 전혀 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세월이 흘러 육신의 힘이 빠지고 세상의 분주함에서 한 걸음 물러서게 되었을 때, 비로소 바운즈가 말한 기도의 진짜 무게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젊은 날의 기도가 주로 무언가를 달라는 요구였거나 성취를 위한 수단이었다면, 삶의 황혼에서 만나는 기도는 온전히 내 내려놓음과 비움의 과정이어야 함을 깨닫는다.

바운즈는 책 전체를 관통하며 기도의 능력과 필요성을 일깨운다. 그는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신의 능력을 제한하는 사람”이라며, 지식이나 열정보다 우선하는 것이 오직 기도라고 단언한다. 한때는 이러한 주장이 지나치게 금욕적이거나 원론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산전수전을 겪으며 인생의 수많은 한계를 경험하고 나면, 인간의 기교나 지혜가 얼마나 무력한지 절감하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고 내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할 때, 비로소 기도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된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 중 하나는 ‘기도하는 사람의 인격’이다. 바운즈는 기도하는 내용보다 기도하는 사람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신은 사람의 입술에서 나오는 미사여구가 아니라, 무릎 꿇은 사람의 삶과 중심을 보신다는 뜻이다. 7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오며 수많은 말과 약속, 그리고 명분들이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말로 지은 집은 바람 한 번에 무너지지만, 삶으로 밀어 올린 진실함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바운즈의 지적처럼 기도는 결국 나를 거룩하게 다듬어 가는 거울이며, 내 오만과 욕망을 깎아내는 맷돌과 같다.

또한 저자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새벽과 골방을 지켰던 수많은 성자들의 삶을 조명한다. 세월이 흘러 시간의 여유가 생겼음에도 정작 마음의 골방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의 소음에서 멀어질 수 있는 은혜의 시간이다. 바운즈의 글을 읽다 보면, 여생의 남은 시간이야말로 진정으로 깊은 기도에 몰입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기회임을 알게 된다. 화려한 활동이나 사회적 역할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세상을 향해 조용히 손을 모으는 기도의 자리는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다.

결국 『이 엠 바운즈의 기도』는 기술적인 기도 방법론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다. 영혼의 야성을 깨우고, 무릎으로 살아가는 삶의 숭고함을 일깨우는 고백서다. 성취와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길을 멈추고, 내면의 깊은 울림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삶의 기로에서 이 책은 경종을 울린다. 진정한 힘은 외적인 세력이나 화려한 언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신 앞에 엎드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함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삶의 황혼녘에서 바운즈의 문장들을 씹어 삼키며, 남은 생의 이정표를 다시금 정립해 본다. 요란한 말이나 거창한 업적 대신, 조용히 골방을 지키며 세상과 타인을 위해 마음을 모으는 삶.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나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지혜이자, 세월이 준 마지막 선물이다.

k*****6 2026.10.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