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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그 사람을 기억할까. 백희성의 『기억의 무늬』는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카미가 19년 전 부모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카미는 얼굴을 구별하지 못하는 대신 옷의 질감과 주름, 닳은 흔적과 손끝의 감촉으로 사람을 알아본다.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진 옷도 한 사람의 몸을 거치고 나면 달라진다. 자주 움직이는 방향으로 주름이 잡히고, 손이 닿는 곳부터 닳아간다. 그렇게 옷에는 그것을 입었던 사람의 시간이 쌓인다.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옷을 만드는 과정과 사람의 삶을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옷을 만들기 위해 바늘은 천을 찌르고 지나간다. 그 자리에는 작은 구멍이 생기지만 바늘을 따라온 실은 떨어져 있던 천을 이어 붙인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도 그와 닮아 있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동안 흔적이 생기고, 때로는 상처도 남는다. 시간이 흘러 상처의 경계가 희미해져도 그 자리가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그 자리까지 품은 채 한 사람의 시간이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옷과 오래된 가구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다. 옷에는 몸이 지나간 흔적이 남고, 가구에는 누군가의 손길이 쌓인다. 사람의 기억에서는 희미해진 시간도 사물에는 흔적으로 남아 카미를 오래전 사건의 진실로 데려간다. 처음에는 19년 전 사건을 풀어가는 추리의 긴장감을 따라 읽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궁금해지는 것은 범인이 누구인가만이 아니었다. 사람이 떠난 뒤에도 무엇이 남는가. 오래 입어 몸의 모양대로 변한 옷, 손이 많이 닿아 반질반질해진 가구, 쉽게 버리지 못하고 오랫동안 간직한 물건. 그 안에는 그것을 사용했던 사람의 시간이 함께 남아 있다. 그래서 『기억의 무늬』라는 제목이 좋았다. 상처도, 사랑도, 기억도 흔적 없이 지나가지 않는다. 바늘이 지나간 자리에는 실이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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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무늬 (별3) #백희성
이야기가 초반에는 무척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다가, 중반부에 던져놓은 떡밥을 갑자기 입에 쏙 넣어 준다. 그후 뒷부분은 그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일 사족 같은 사연이 덧붙여진다. 중반부까지는 이야기가 술술 읽히고 몰입이 되었다가, 그런 긴장감을 끝까지 가져가고 싶은데 갑자기 뜬금없이 결말이 나오는 데다 뒷부분엔 이렇다 할 반전도 없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사연이라 김만 더 빠지게 만들었다. 못내 용두사미였던 스토리가 조금 아쉽다. 작가는 건축가인데... 이번 소설에선 특별한 아기침대 이야기에 엄청 공을 들이고 있다. 게다가 작가가 우리나라 사람인데도 우리나라가 아니라 영국 남자와 프랑스 여자가 주인공이라 내 딴엔 편견일 테지만... 몰입에 다소 방해가 되었다. 그럼에도 초반 스토리 흡입력 만큼은 기발한 소재만큼은 퍽 재미있었던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추리물과 가족물이 결합된 스토리인데... 이모 부부가 죽은 방식이 어이없고 이야기의 개연성을 다소 떨어뜨리는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스토리라 기대 없이 무난하게 읽기엔 더없이 좋은 책이었다.
[줄거리]
나(카미, 노엘카미 휘트모어, 22살)는 3살 때 자신의 두 눈앞에서 부모님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는 장면을 본 트라우마로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다. 다만 누구보다 촉감이나 관찰력만큼은 뛰어났기에 검은 실루엣의 남자(부모님을 죽인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나의 부모님을 죽이고 나를 안았을 때의 그의 옷의 촉감과 따스함을 기억한다. 하지만 경찰에서는 엄마의 손에 들린 권총에 의해 오발(우울증을 앓는 엄마가 말리려던 아빠를 쏜 후 스스로 자결함)과 자살로 이어진 사건이라 결론을 내렸고, 카미의 기억 따위는 악몽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으므로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믿어주질 않았다. 나는 그의 인상과 옷의 촉감을 정확히 기억했다. 그래서 결론이 난 사건이지만 부모님을 죽인 진범을 혼자라도 찾아보려 한다. 그래서 프랑스 유명 패션학교 의상학과에 입학한다.(카미는 부모님이 죽은 이후 여러 입양가정에 맡겨졌다 파양당하기를 반복하다 16살에 독립한다. 그리고 경찰서로 찾아가 프레드릭 르클레르 형사에게 부모님 사건의 재조사를 의뢰한다. 어릴 적 친구이자 동네 형인 뤼미에르 클레제(이름난 프랑스 건축가)는 내가 하려는 일을 적극 응원하며 함께 경찰서를 찾아 그의 말에 힘을 실어준다. 프레드릭 르클레르는 내가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부모님 사건의 완벽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다시 재조사하겠다고 말한다. 뤼미에르는 어릴 적 동생 클라라를 잃어버렸을 때, 이름 모를 소년이 동생을 찾아주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소년이 바로 너야, 카미. 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되찾아 준 사람이기도 해.“ 나는 비로소 그때의 일이 기억났다. 동생을 찾으며 울음을 터뜨렸던 그 소년이 뤼미에르였던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나를 지켜주기로 신께 맹세했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옷감은 땀에 의해서 조금씩 산화되잖아. 아무리 세탁을 잘해도 그 사람의 체취가 남고, 그로 인해 옷감이 조금씩 변질되고. 나는 지금 옷감의 변화 과정을 보려고 하는 중이야." 동일한 원단으로 만든 옷도 입은 사람에 따라 점차 색과 질감을 달리하게 된다. 숨결과 땀, 그리고 산화의 과정이 겹겹이 쌓여 마침내 그만의 옷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같이 태어난 옷들이 결국 모두 다른 옷이 되는 것이다. 마치 사람처럼 말이다. 아마데우는 내가 왜 옷을 땀으로 산화시키려고 하는지 모른다. 패션학교에 입학하고 지난 2년 동안 나는 세상의 모든 옷감 재료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세 살 때 느꼈던 검은 실루엣의 촉감과 일치하지 않았다. 결국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직물 수업을 들으며 옷감이 시간과 환경에 의해 변질되는 과정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직접 실험하기 시작했다. 거친 옷감을 종류별로 모으고 옷으로 만들어 입고 다니며 땀과 바람, 세월 속에서 그것들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하나하나 기록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나는 반드시 그 검은 실루엣의 남자를 찾을 것이다. 억울하게 죽은 부모의 원수에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를 찾아야만 나를 괴롭히는 악몽이 멈출 것 같기 때문이다. 그를 법의 심판대 위에 올려놓아야 비로소 이 악몽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나는 그의 교수 알랑 펠리시에 교수, 그와 함께 ‘새로운 디자인과 창작을 바탕으로 하는 의상 제작'이라는 주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같은 학교 친구 아마데우 마걀리, 크리스토퍼 도네, 클로에 로헝을 구분하는 법이 남들과는 달랐다. 얼굴로 구분하지 못해도 친구들에 관한 이 모든 식별은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는 못하지만, 사물에 대한 나의 관찰력만큼은 누구보다 예민하고 날카로웠다. 어떨 때는 내가 원하지 않은 정보까지도 강제로 주입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솔직히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다. 친구들과 여러 잡담을 나눈 뒤 함께 학교로 향했다. 교문을 지나 복도를 걷는 동안 많은 학생들을 스쳤지만, 정작 그 들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패션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그 누구도 비슷한 옷을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를 꿈꾸며 모인 학생들은 마치 매 일이 작은 패션쇼인 듯 저마다의 개성을 뽐낸다. 어떤 이는 과감한 색채 대비를 즐겼고, 또 다른 이는 해체된 천을 이어 붙여 만든 듯한 실험적인 옷을 입고 다닌다. 누군가는 고전적인 양복 차림에 기묘한 액세서리를 더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재미있는 점은, 옷이 바뀌더라도 옷을 입는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일 옷차림을 달리 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독특한 패턴과 선호하는 색감, 자신만의 옷을 다루는 방식만큼은 숨길수 없다. 결국 옷은 그들의 성격과 취향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언어이고, 나는 그 언어를 읽으며 그들을 구분할 수 있다. 리슐리외 컬렉션은 1732년에서 1737년 사이 프랑스에서 사용된 다양한 면직물 견본을 수록한 역사적 자료집이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는 중요한 기록물 이기도 했다. 몇 개월 동안 나는 연구 목적으로 책의 열람을 요청했고, 드디어 허락을 받게 된 것이었다. 사실 나(카미)의 목적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패션학교에 입학하고 2년 동안 미친 듯이 범인의 옷감을 찾아 헤맸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차에, 다른 가능성을 떠올려 본 것이다. 바로 어쩌면 그것은 오래된 옷감,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재료일 지도 모른다. 아주 오래된 직물이라면, 지금껏 내가 찾지 못한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 생각 끝에, ’옷감의 변색과 복원'이라는 연구 주제를 내세워 열람 허가를 요청했고, 마침내 오랫동안 막혀 있던 서고의 문을 열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범인의 직물을 찾기 위해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도 몰래 만져서는 안될 보물에 손을 댔고 그 일로 학교까지 잘릴 뻔한 걸 알랑 교수덕에 겨우 면한다. 나는 알랑 교수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지 솔직히 설명했고 교수는 자신 역시 옷감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나를 돕겠다고 하며 옷감 공장에 그를 데려가 다양한 옷감을 접해보게 한다. 그리고 그 검은 실루엣의 남자가 입었던 옷감이 천막 원단(부르)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검은 실루엣의 남자가 입은 그 옷은 경계가 보이지 않도록 은박음질로 바느질한 것임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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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나는 백희성 작가의 ’환상적 생각‘, ’보이지 않는 집‘, ’빛이 이끄는 곳‘을 흥미를 가지고 읽었다. 건축과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어서 생소하지만 재밌는 시선에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기억의 무늬‘도 문체가 약간 투박하게 느껴지지만 더욱 생생하게 꿈틀대는 거친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다. 가슴아픈 비극이지만 그것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도 느꼈다. 실제로는 어떤 경험을 하셨길래 이렇게 깊이 기억에 대한 내용들을 한 땀 한 땀 짜낼 수 있었을까? 다음 작품은 얼마나 흥미롭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풀어내줄까 궁금하다. 소설이 이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다니 다른 소설에도 눈이 간다. #기억의무늬 #소설 #책추천 #베스트셀러 #책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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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파리 패션학교에 다니는 스물두 살 카미는 안면인식장애로 누구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대신 옷과 사물의 촉감으로 세상을 읽습니다. 세 살 때 눈앞에서 벌어진 부모의 죽음, 그날 남은 실루엣의 감촉을 단서로 19년 전 미제 사건의 진실을 쫓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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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손끝의 감각과 옷의 질감으로 부모님의 미제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독특한 설정이 매우 흥미진진하다. 건축가 출신 작가답게 공간과 사물에 깃든 기억을 세밀하게 직조해 내는 솜씨가 놀랍다. 반전을 거듭하는 긴장감 속에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웰메이드 추리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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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우습게도 골칫 덩어리인 7살 아이의 애착담요를 한번 만져봤습니다. 7살이 되었는데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만지작 거리는 아이의 애착 담요의 그 촉감이 언젠가 아들에게 안정감과 잊지 못할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함께 전해주진 않을까 하고요~ 이 책이 빨리 버리고 싶었던 아이의 애착 담요를 좀 더 갖고 있고 싶어 지게 만들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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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무늬는 주인공 카미가 부모님의 죽음 현장에서 촉감으로 마주친 검은 실루엣의 존재를 찾아가는 일종의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보통의 추리소설처럼 범인을 찾아내는 것만이 목적이 아닌, 주인공이 사건의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였을 때는 부모자식 간의 사랑, 아내에 대한 미안함 등 인간애의 감정을 느끼는 것에 도달하게 된다. 작가는 건축가이다. 가구, 직물원단 등 시각적이고 미학적인 소재들이 사건의 진실에 도달하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하였다는 점은 전작인 빛이 이끄는 곳으로와도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었다. 본인의 본업에 해당하는 요소들을 소설에 활용하는 방식은 작가만이 할 수 있는 꽤 괜찮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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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실타래를 꿸때 한올 한올 꿰면서 옷감을 만들어 그 옷감을 만들어 하나의 옷으로 만들어 진다 자자는 이는 마치 기억과 유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의 많은 삶은 작은 조가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조각의 칼날속에 비인 상처는 아물기도 하고 우리가 입고 있는 옷 즉 기억속에 가려지기도 한다고 저자가 얘기하는 좋은 소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