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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라는 제목이 이렇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소설도 있을까.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순수』는 사랑과 욕망, 질투와 죄의식 사이에서 한 인간의 마음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온 주인공은 아내의 불륜과 임신을 알게 된 뒤, 태어날 아이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더 섬뜩한 것은 그가 처음부터 자신을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신의 행동에 끊임없이 이유를 붙이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끝내 그것을 ‘순수’와 연결하려 한다. 읽으면서 가장 답답했던 건 바로 그 자기기만이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상대를 소유하려 하고, 가족을 지키겠다고 생각하면서 가장 잔혹한 선택을 향해 나아간다. 죄를 저지르기 전부터 자신의 머릿속에서 수없이 재판하고 변론하는 모습은 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처럼 집요하다. 그래서 이 소설의 긴장감은 사건 자체보다 ‘이 사람이 대체 어디까지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에서 생긴다. 단눈치오의 문장은 아름답고 감각적이지만, 그 아름다움이 오히려 불편함을 키운다. 탐미적인 문장과 뒤틀린 욕망이 한데 놓이면서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소유욕과 자기중심성이 숨어 있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순수』는 선과 악을 단순하게 나누는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조차 얼마든지 그럴듯한 말로 포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책을 덮고 나면 ‘순수한 사람’이란 정말 어떤 사람일까 하는 질문이 오래 남는다. 아름답지만 불편하고, 이해하려 할수록 더 멀어지는 인간의 내면을 끝까지 들여다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