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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걸을까 박태만 2026 지식과감성
삶은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야 할 일을 해내고,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채우며,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가기 위해 애쓰는 것이 성실한 삶이라 여겼다. 그러나 <오늘은 여기까지 걸을까>를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이토록 서두르고 있으며, 정작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은 얼마나 바라보며 살아왔을까.
이 시집은 차 한 잔의 온기와 사물에 스민 시간, 계절의 변화와 가족의 기억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감춰진 의미를 발견한다. 달항아리와 빈 의자, 봄꽃과 강물처럼 익숙한 풍경도 시인의 시선에 닿으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는다. 특히 아버지를 강물에 빗댄 시구에서는 말없이 흘러간 세월과 부모의 사랑, 뒤늦게 깨닫게 되는 그리움이 겹쳐져 마음이 먹먹해진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한 시간은 당연해서 소중한 것이 아니라, 언젠가 돌아볼 때 비로소 그 깊이를 알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여기까지 걸을까>가 더욱 마음에 와닿는 까닭은 슬픔과 외로움을 억지로 떨쳐내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가다 보면 아무리 애써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날이 있고, 이유 없이 지치거나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순간도 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 오늘은 여기까지 걸어온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진다.
이 시집을 읽으며 멈춤은 뒤처짐이 아니며, 느린 걸음에도 분명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걸을까>는 더 많이 이루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지금의 나를 가만히 돌아보게 한다. 오늘 미처 다하지 못한 일이 있더라도,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다고 후회하더라도, 내일 다시 걸을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이 책은 서두르며 살아온 나에게 잠시 쉬어가도 된다는 다정한 허락이자, 남은 삶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조용한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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