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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엄마가 신문 한 귀퉁이를 던졌다. "이거 읽어봐" 책을 소개하는 글이었다. 1분도 안 되어 읽은 후 무릎을 쳤다. "와우! 정말 잘 썼는데?" 그렇게 알게 된 독서쟁이였다, 김광일은. 그러다 그 글을 모아 낸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빠삐용의 책읽기>다. 왜 빠삐용이냐 하면 무인도로 들어가는 빠삐용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들이라 그렇게 이름 붙였단다. 책쟁이다운 발상이다.
무릇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욕망이 있다. 내가 재밌게 읽은 걸 남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 처음에야 "그 책 좋아, 한 번 읽어봐." 정도이지만 한 단계 올라가면 좀 더 길게 쓰고 싶고, 두 단계 올라가면 설득도 해보고 싶고, 궁극의 단계에 올라가면 재미있고 싶다. 어떤 글이든 일단 재밌어야 읽을 맛이란게 있는 법이니.
그런 면에서 김광일의 책 소개는 구수하다못해 빵빵 터진다. 글은 신성해야 한다는 진리는 개천가에 갖다 버린지 오래고, 그 자리엔 유쾌함이 꽉꽉 채워졌다. 오랜 세월 기자 노릇 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은어가 슬그머니 나올 때면 읽는 내가 다 놀랄 판이다. 그렇다고 내용은 말짱꽝이라 생각한다면 오산. 갖은 인용에, 보는 이를 홀딱 넘어가게 하는 논리력이란.
사실 사둔지 꽤 됐음에도 책장에 고스란히 꽂혀만 있던 녀석이었다. 빛을 본 건 책을 사려는데 마땅히 눈에 띄는 책이 없었기 때문. 그러나 잠시의 시간을 투자하자마자 읽고 싶은 위시리스트가 줄줄 나타나기 시작한다. 결국 예산 초과로 장바구니에 한 가득 담아버리는 사태 발생. 이건 뭐 혹 하나 붙이려다 쌍혹 붙여가는 꼴이다. 그러나 어차피 이 책 읽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애지간히도 책 좋아할테니 그 정도 부작용은 감수하시길. (이 책을 통해 책읽기의 세계에 입문할 여러분도 대환영이다. 그분들은 첫 투자금이라고 생각하고.)
가끔은 어울리는 영화도 함께 소개해주기도 하니, 일 없는 주말 과자 한 봉지 준비해두고 영화 한 편, 책 한 권 벗 삼아 지내는 건 어떨지. 이번 주말쯤은 애인 대신 책과 함께를 외치며 맘에 드는 책 서너권 끼고 뒹굴거려도 좋겠고.
뭣 좀 읽을만한 책 없을까 고민하는 당신에게 거침없이 날린다. 벗뜨(but) 최종 선택은 여전히 당신 몫이라는 건 기억하고. (각자의 취향이란 게 있는 법이니.)
덧말. 어느정도 짬밥이면 이렇게 할 말 다~ 하면서 재밌어죽게 책을 소개할 수 있는건지! 아직 알 깨고 나온 병아리도 힘든 생초보에겐 마냥 부러운 글쓰기일 뿐이다. 여기 소개해 준 책 다 읽고 처절하게 쓰다보면? 말해 무엇하랴, 그저 읽고 써야 하는 긴 길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고, 난 책을 주문했을 뿐이고. 혹 나같은 취향의 동지(?)를 위해. 나의 선택은 <너는 마녀야>, <세상을 등지고 사랑을 할 때>, <신기생뎐>, <늦어도 11월에는>. 애타게 사고 싶었으나 절판된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는 헌 책 좀 뒤적거려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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