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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네 정치에서야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진 못하는 듯 느껴지지만, 그 무엇보다 '명분'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실상 '효율'적인 가치가 지배하는 지금의 현실에선 약간 동떨어진 느낌도 없지않아 있지만, 결국 정치란 사람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고, 그 바탕에는 지지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뚜렷한 '가치관'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배층의 결정에 모두가 따라가던 과거 왕조시대에서도 밑바탕인 백성들의 뜻은 무시못할 존재였고, 위대한 성군들은 백성의 뜻을 쫓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그들을 하나로 묶는 데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원칙이 필요했을 것이고, 또한 이런 이유로 명분의 중요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대개 여러 세력이 경합하는 혼란의 시기에는 명분을 거머쥔 세력이 결국에는 승리하기 마련이다. 왕조에 대한 믿음이 남아있던 중국 전한 말기에는 한 황실에 대한 명분을 바탕으로 광무제가 후한을 건국할 수 있었고, 여러 '쿠데타' 세력들 역시 황실의 권위에 의지함이 컸었다. 우리 나라 역사상 돌아보더라도 왕의 존재는 늘상 민심의 척도였고, 새로운 왕조의 개창시에도 구 왕조에 대한 권위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백정왕의 치세 말기였던 시절의 신라. 백정왕은 이미 노쇠하여 앞뒤 분간도 힘든 상황이었고, 그 동생 백반은 왕위 등극만 노리고 있었다. 국정의 또 한축이었던 김용춘은 죽음의 위기를 벗어나 스스로 '진골'의 길을 걸었고, 그 아들 김춘추는 조정에서 조금씩 지위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백반의 등극을 저지하기 위한 김용춘의 선택은 바로 불교에 귀의한 덕만공주. 그녀를 찾아 왕위를 제안하고, 거사를 꾸미던 김용춘 세력에게 백반은 먼저 거사를 단행한다. 백정왕은 시해했으나, 덕만공주의 살해에는 실패한 백정왕은 화백회의를 통해 왕위 등극을 노리고, 이에 김용춘과 김서현은 주변의 지방군을 동원하여 도성을 공격한다. 내란의 결론은 김용춘 세력의 승리. 반간계를 이용하여 백반 세력을 괴멸시키고 신라는 처음으로 여왕의 등극에 직면한다.
한편 김유신과 김춘추는 서로가 의기가 통한 사이. 그러나 김유신은 그 인연을 더욱 깊게 하기로 결심하고, 누이동생인 보희와 문희 중 하나를 김춘추와 혼인시키기로 한다. 여기 그 유명한 '꿈파는' 이야기가 나온다. 애초에 보희가 꾼 꿈을 문희가 비단을 주고 샀는데, 결국 그 꿈은 왕비가 될 징조였으니. 아무튼 김유신은 공차기 도중에 김춘추의 옷고름을 끊어버리고, 그걸 빌미삼아 문희를 김춘추에 접근시킨다. 둘 사이에 정분이 생겨 문희는 임신을 하고, 유신은 그걸 기화로 춘추와 정식 혼인을 맺게 한다.
이 시기는 신라에게 있어 일대 변혁의 시기였다. 백정왕이란 구 세력이 사라지고, 당시 신라의 약화 원인이었던 백반세력이 일거에 소탕된 것이다. 그리고, 통일의 주역이 신라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 또한 중요한 사실이다. 선덕여왕의 등극은 김용춘 세력의 전면 재등장을 의미하고, 그와 사돈간인 김서현,김유신 세력의 병권 장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들의 지휘아래 신라는 조금씩 그 기력을 회복하게 되고, 차후 신라에 의한 삼국 통일이란 역사를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