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소설을 읽으매 가장 아쉬운 순간이 마지막 장을 덮는 그 순간이다. 물론 다시 처음부터 읽으면 되련만, 왠지 한번 완독한 경우 다시 잡기에는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 아쉬움을 뒤로하고, 또 다른 읽을 거리를 찾는게 어쩌면 장편을 읽는 낙이 아닐지. 대개 처음 읽는 장편은 등장인물들의 이름 외우기가 벅차다. 몇번 읽어야 대강의 인물 구도가 파악되니 말이다. 삼한지 역시 그러하다.
다행인 것은 삼한지의 등장인물들이 그나마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들이 많다는 것이다. 김춘추,김유신,계백,연개소문,을지문덕 등. 삼국시대 말기의 주요 인물들이 거대한 이야기의 틈속에서 살아 움직이니 그 아니 좋을까. 무엇보다 역사서에서 보는 이야기에서 느낄 수 없는 현장감은 이런 역사소설의 참 맛이다. 삼한 통일의 위업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단편적으로 접하며, 그 인과관계를 알기 힘들었는데, 이 한편의 장편은 그 시대의 역사를 100% 정확하진 않겠지만 대략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역사는 흘러 삼국중에 유일하게 남은 신라는 이른바 통일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물론 대놓고 당나라에 저항할 상황은 아니었다. 고구려와 백제의 고토에 도독부가 있어 과거 3국시절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오히려 당 본국까지 모두 신라를 포위한 형국이니, 이 즈음에 신라의 법민왕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가 선택한 건 바로 '삼한은 모두 하나'라는 것이다. 백제, 고구려를 가리지 아니하고 모두 한 나라 백성으로 인정하여 백성들 스스로 그것을 깨닫게 만든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당시 얻은 '강수' 선생에게서 나왔다. 강수의 계책은 우선 백제에 도독으로 온 부여융을 자극하여 먼저 선제공격을 당한 후 그 핑계로 백제 고토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이 계책에 따라 백제를 공격한 법민왕은 기어이 남역을 완전히 통일한다. 당은 내심 노여워하지만, 고구려 지역의 상황이 좋지 않아 어쩔수 없이 내버려 둔다. 신라의 당시 상황은 좋지만은 않았다. 거대한 당 제국이 언제 쳐들어 올지 모른다고 두려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강수는 당나라 황제에게 사죄사로 가 전쟁을 막게 된다.
사죄사를 통해 당 병력이 철수하자 이번에는 고구려의 고토인 평양성을 공략하는 신라. 이에 당은 법민왕의 동생 인문을 비롯한 여러 숙위사들을 제압하고 신라를 공격하게 되는데, 이 침입에 대해 신라 내부의 단합이 이루어져 당 군을 격퇴시키게 된다. 바로 이 전투가 매소성 전투로 이 시점을 진정한 삼국 통일의 시점으로 본다.
이후 신라는 내정에 힘썼으며, 북방 고구려의 고토에는 대조영이 이끄는 발해가 등장했다가 200년 후 망하게 되어 요동지역은 우리 역사상에서 영원히 잃어버리게 된다. 통일의 주역 법민왕은 전쟁이 끝난 후 5년 뒤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 유명한 '대왕암'에 얽힌 유언을 남겨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겠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 민족의 역사상 가장 다이나믹했을 시기. 삼국이 모두 경쟁체제로 발전을 도모하던 그 시기. 하나의 나라가 되기 위해 그렇게도 많은 피를 흘렸는가. 그렇게 삼한 통일의 꿈은 이루어졌다.
중국의 삼국지와 비교하여 이 삼한지의 내용은 손색이 없다 할 수 있다. 비록 우리의 눈에 익지 않은 그런 많은 인물들이 힘들게는 하지만, 우리의 역사를 알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더 없이 고마운 책이다. 삼한의 승리자였던 '연개소문','부여장','김춘추/법민 부자'의 이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할 이야기들이다.. 내심 이 이야기들을 멋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 주었으면..하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