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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작가의 삶에 나의 모습을 참 많이 겹쳐 보았다. 억울함과 죄책감, 막막함을 지나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이 낯설지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 오히려 우리에게 어떤 자유로움을 준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 p.113 유독 마음에 남은 문장이다. 어쩌면 우리를 지치게 하는 건 현실보다 어떻게든 그것을 바꿔보려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결국 삶이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하루를 살아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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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불안이 거대한 벽처럼 눈앞을 가로막을 때가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그런 날이 더 잦아진 것 같다. 『돌봄과 슬픔』은 어느 날 사고처럼 아이의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작가가 써 내려간 자기 돌봄의 기록이다. 작가는 거대한 벽의 그림자를 '극복'하지 못한다. 여전히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른 채 지나가는 날들을 살아간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돌보는 그는 무거운 닻을 내린 배처럼 어디로도 자유롭게 떠나지 못한다. 아파서 응급실 병상에 누운 뒤에야 비로소 해방감을 느낄 정도다. 그런 그는 피아노를 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자기 손으로 쌓아 갈 수 있는 것들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건너간다. 책을 읽다 보면 삶이란 그저 수평으로 통과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버둥대고 더 높이 오르려 애쓰기도 하지만 긴 인생에서 보면 그 모두가 작은 요철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행복이 저 높은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무심히 우리 곁을 스쳐 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아닌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만을 살 뿐이다. 행복 역시 그 순간 안에 있다. 📖 막상 당도한 미래는 생각만큼 요란하지 않았다. 아마도 불안하기만 했던 미래와 오늘 사이에 수만 번의 평범한 아침과 저녁이 놓여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그 일상에 절여졌고,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서로의 바뀐 보폭에 익숙해졌다. 불투명한 미래는 매일의 사소한 수습을 거치며 어느덧 견딜 만한 생활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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