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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잠꼬대하는 새벽에....
"글이 잠꼬대하는 새벽에...." 내용보기
어쩌면 검색이 기억력을 감퇴시킨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는지도 모른다. 갈등하며 책을 본다. 무의식 중에 손끝이 몇 번 컴퓨터로 향한다. 자꾸 실없이 웃음이 난다. 금방 한 다짐인데 또 잊다니.....   글을 쓰는 일은 수행이라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강화시키는 담금질이라고 생각했다. 수행의 즐거움이 욕심이 되는 것은 순간이다. 아니 어느새 앞서고 있다.
"글이 잠꼬대하는 새벽에...." 내용보기

어쩌면 검색이 기억력을 감퇴시킨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는지도 모른다.

갈등하며 책을 본다.

무의식 중에 손끝이 몇 번 컴퓨터로 향한다.

자꾸 실없이 웃음이 난다.

금방 한 다짐인데 또 잊다니.....

 

글을 쓰는 일은 수행이라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강화시키는 담금질이라고 생각했다.

수행의 즐거움이 욕심이 되는 것은 순간이다.

아니 어느새 앞서고 있다.

잘 쓰고 싶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놓을만큼

아직 나는 성숙하지 못하다.

알고 있다.

 

자꾸 콩알만한데 주먹이 드나들 만한 구멍이 생긴다,

가슴에. 헐거워진다.

내 옷이 아닐까 의심도 생긴다.

빈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하다 탓하기 시작한다.

지식을 탓하고 환경도, 때론 천품을 탓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요만큼밖에 안 된다며 자학도 한다.

이제는 샤프 끝도 얼른 보이지도 않는다.

 

단어 하나를 바로 쓰기 위해 사전을 찾는다.

모르는 것이 보이면 어쨌든지 알아야 직성이 풀리기에.

꽃을 찾으려다 뿌리까지 알고 나서야 손끝을 주무르곤 한다.

나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자위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심 늘 갈등하고 있다.

이러지 말고 차라리 책이나 더 읽을 걸.....

모은다고 쌓인 자료가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닌데.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검색 통로만 타고 흘러만 다닌다.

맞다, 공부한 것이 아니라 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었다. 그건 아니었다.

몹쓸 기계. 항상 나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못나게도......

 

"큰 지혜가 있는 사람, 큰 용기가 있는 사람은

세상의 거센 흐름에서 벗어나 바른 길로 돌아올 수 있다."

지금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니터 한쪽에 붙여 둔 메모가 살짝 흔들린다.

그랬는지도 모른다.

나름 산다 하면서 세상만 쫓았는지도 모른다.

세상이 알아주길 바라며 세상에서 무언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풍선처럼 부풀기만 하다 어느 순간 뻥 하고 터져도

건질 것 하나 없는 욕심통.

그런 나였는지도 모른다.

괜스레 얼굴이 붉어진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의 모습과 이 모순이 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오늘밤에도 책 한권을 덮는다.

책을 내려놓을 때마다 모든 내용이 머리에 인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 한 권이 주는 위안과 감동은 불과 몇 줄인데,

아무리 귀한 자료도 사용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인데,

늘 이런 욕심을 품는 건 다른이들도 그러하리라.

 

갑자기 하얀 눈이 낙엽처럼 쌓인 산이 떠오른다.

한껏 푸르렀던 시절을 바람처럼 보내고 말라 비틀어지고 오그라든

이파리들이 바스락거리며 날 보고 웃는 듯하다.

왜 자꾸 글과는 다른 생각을 쌓아 모순의 벽에 스스로 갇히는 것일까.

오직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라곤 마음 하나면 족한데......

 

층층 쌓인 책을 쓰다듬어 본다.

읽다가 놓아둔 책이 아예 손도 대지 않은 책이 이렇게 많다.

아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무슨 내용인지 무엇을 말했는지.

또 다른 책을 잡는다. 반쯤 읽다가 놓아둔 책이다.

예전에 읽으며 여백에다 써 놓았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느낌이 다르다.

책장이 넘어 갈 때마다 투정부리듯 글들이 잠꼬대를 한다.

잠시 머리를 식히려 베란다로 나갔다.

 

한 시간 전에는 새벽거리가 마치 이별을 고하고

돌아서는 사람의 뒷모습 같았다.

생각에 냉정할 필요를 느낀다고 차가운 거리를 향해

소리쳤을 때는 눈이 오지 않았었다.

눈 내리는 겨울새벽,

달콤하다.

그 자체만으로도 生水요 스승의 말씀이다.

 

공중에 달린 전선에서 하프소리가 난다.

잊고 산 것들의 쓸모를 깨닫게 하는 고요가 고마웠다.

아련하게 목탁소리도 들린다.

목탁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흩어진다. 조금 가벼워졌다.

그래, 흔들리지 말자 집착하지도 말자.

각성한다고 들추다 자학하며 상처 입지 말자.

그냥 주어지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잠기는 대로 그렇게 살아지게 하자.

 

명문 하나 없이 붙은 이름이 부끄러워 밤마다 가위에 눌렸다.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꿈 하나만 부여잡고

아플수록 힘들수록 더 잘 쓰기 위해서라 버텼다.

내게 글이 있다는 것은 존재하는 모든 일의 시작이요 끝이다.

그래서 더더욱 좋은 글을 써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그친다.

 

행복한 요인도 지나치면 욕심이 되는 것은 순간이다.

다는 아니지만 이제는 조금씩 알아진다.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버릴 때 비로소 잘 쓸 수 있다"

어렵고 무서운 이 한마디가. 행복하다고 간절하다고 꿈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행복에도 짊어져야 할 적당한 삶의 무게와 책임 그리고 고뇌가 있어야 함을,

그 모든 과정이 바로 나를 세우고 또한 글이 된다는 것을 조금 알 것도 같다.

 

눈 내리는 정초의 겨울새벽

나는 헐거운 옷 하나를 또 벗는다.

 

 

h*****k 2013.01.12. 신고 공감 0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