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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같아 찬란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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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의 한 사람이 성장하는 것을 묘사할라치면 작가는 아마도 인물의 작은 소망 같은 것에서 시작할 것이다. 먼 미래의 꿈도 큰 성공도 아닌 누군가를 향한 순수한 사랑같은 것이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는 밀물에 서서히 고립되는 바위처럼 스멀스멀 소망을 조여오는 차가운 현실을 끌어올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소설 속 한 인물은 처음에 저항할 것이다. 몇 번이고 자신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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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의 한 사람이 성장하는 것을 묘사할라치면 작가는 아마도 인물의 작은 소망 같은 것에서 시작할 것이다. 먼 미래의 꿈도 큰 성공도 아닌 누군가를 향한 순수한 사랑같은 것이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는 밀물에 서서히 고립되는 바위처럼 스멀스멀 소망을 조여오는 차가운 현실을 끌어올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소설 속 한 인물은 처음에 저항할 것이다. 몇 번이고 자신의 작은 소망과 얼음같은 현실이 융화될 수 있음을 믿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침내는 자신이 꿈꾸던 그 어떤 것도 무의미 하다는 것을 알게 될 순간이 올테고, 한 때 밤하늘을 보면서 별을 세던 일 같은 것들이 한낱 꿈이었음을 알게 되고 말것이다. 


모영은 매일 눈을 뜨면 보더를 생각한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동백광장에서 회전을 연습하는 종태의 젖혀진 목줄기를 생각한다. 그녀는 그를 생각하면서 순결 서약운동에 동참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처음을 위해 소중한 것을 아껴두겠다는 생각이다. 시작이 잔잔할수록 주인공의 삶에 강한 폭풍이 몰아치기 마련이다. 로맨스 영화에서 남녀가 처음 등장하고 두 사람이 서로의 맘을 확인하고 사귀기 시작하는 순간에 'la paloma' 같은 음악이 흐른다. 이 음악은 항상 가장 행복한 순간에 나오기 마련이어서 우리는 항상 슬프다. 절정의 행복이 지나간 후에 남는 것은 이별과 고통 뿐임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삶이 끝이 정해진 영화와 같아서 만약 지금 순간이 앞으로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면 이보다 불행한 기쁨이 어디 있을 것인가. 


모영의 집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한 순간에 엉망이 된다. 채권자들이 집에 와서 어머니와 언니를 겁박하고 간 후에 그녀는 종태의 보드를 보고 싶어진다. 얼마 후 그녀의 집은 여관방으로 바뀌고 언니가 태어날 때부터 심겨 있었던 마당의 목련꽃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친구였던 승희를 찾아 유흥가로 갔던 모영은 돈에 대한 유혹 때문에 중년의 아저씨에게 돈을 받고 자신을 파는 데까지 이른다. 지갑 두둑이 돈을 넣고 다니는 아저씨의 모습과 보드나 타면서 미래는 없는 종태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돈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아름다웠을 그의 모습이 가치 없어지는 순간. 세상에는 '순결' 같은 것보다 가치있는 것이 있다는 생각. 그때 그녀는 성숙하게 된 것일까. 


인생의 정점에서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게된 삶.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고 싶었을 때 현실로 내동댕이쳐진 삶. 이바라기 노리코는 시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서 전후 일본의 한 여인의 삶을 노래한다. 그녀는 1945년 일본이 패전했을 때 19살이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거리는 꽈르릉하고 무너지고 

생각도 않던 곳에서 / 파란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주위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 나는 멋부릴 실마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개인의 삶을 반납하고 역사의 한 부분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그보다는 낫겠지만 개인의 처지에 예쁜 날을 저당 잡힌 사람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가장 예쁜 사랑을 해야 하는 모영의 삶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고통을 겪는 이에게 쉽게 하는 말들은 그것이 너를 그만큼 성숙하게 할 것이라는 위로들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살아가기도 한다. 모든 슬픔은 상대적인 것이며 스스로 겪은 일이 아니라면 적어도 다른 방법으로 더 열심히 살았어야 하는 건조한 말들은 삼가야 한다. 종태는 그녀의 타락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의 방법으로 응징을 한다. 그것이 과연 얼마나 옳았던 것인가. 그녀의 변화에 손가락질을 할 수 있는 권리가 그에게 있었던가. 바꿔 보자면 그녀가 투명함을 버리고 진창을 택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종태 역시 그런 선택을 하고 만 셈이다. 성장소설이라는 것은 진짜 '성장'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가 현실을 알게 되는 것이 성장이라면 결국 우리는 우리가 가졌던 어떤 순간의 꿈을 모두 부정해야 하는 것일까. 

YES마니아 : 로얄 c****o 2018.06.12.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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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예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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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에겐 미안하지만 읽고나서 좀 화가 났습니다.예쁜 제목과는 달리 내용이 너무 암울해서... 현실보다 더 적나라하게 그려내서... 암튼 속상했습니다.이런 감정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작품입니다.그러니까 지금 감정 상태가 밝지 않다면 이 작품은 잠시 미뤄도 좋을 것 같습니다.<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주인공 모영은 평범한 여고생입니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학교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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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에겐 미안하지만 읽고나서 좀 화가 났습니다.

예쁜 제목과는 달리 내용이 너무 암울해서... 현실보다 더 적나라하게 그려내서... 암튼 속상했습니다.

이런 감정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감정 상태가 밝지 않다면 이 작품은 잠시 미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주인공 모영은 평범한 여고생입니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학교에선 늘 모범생인 모영이의 유일한 일탈은 보드를 타는 종태를 보러 동백광장에 가는 일입니다.

남자친구는 아니고, 그냥 혼자 좋아하는 짝사랑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종태는 자신을 늘 지켜봐주는 모영이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통성명을 하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눈 정도...

하지만 평범한 여고생의 일상은 한순간에 전쟁터로 변해버립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아빠를 봤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모영이가 학교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집 안은 빚쟁이들로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아빠는 쪽지 한 장만 남겨놓고 집을 나갔고, 엄마는 넋이 나갔습니다. 집 안의 물건들은 빚쟁이들이 모조리 쓸어가버렸습니다.

대학생 언니와 어린 남동생 학이 그리고 모영이는 눈물만 흘렸습니다.

불행은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빚쟁이들 때문에 모영이네 가족은 허름한 여관방으로 피신했습니다.

경제적 파탄으로 한 가정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이야기가 주인공 모영이를 통해서 가장 비극적으로 그려집니다.

아직은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돈' 때문에 이런 고통을 받는다는 게 너무나 화가 납니다.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난 세상에는 '돈'으로 더러운 짓을 하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어른이면서 어린 애들에게 그럴 수 있는 건지..... 휴우...

더럽고 추악한 인간들, 모조리 싹 잡아다가 죗값을 톡톡히 치르게 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화가 납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예뻤을 때'라는 제목이 너무나 슬픕니다. 벗어날 수 없는 불행, 그 현실이 슬픕니다.

그냥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넘길 수가 없어서... 읽고나서 후회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a*****7 2018.09.0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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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장 힘들었으나 아름다웠던 그 때.
"우리가 가장 힘들었으나 아름다웠던 그 때." 내용보기
중태가 나를 불렀다. 나는 돌아섰다. 그는 성큼 다가오더니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곧이어 날카로운 것이 내 배를찌르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것은 강렬한 아픔을 주면서 내 뱃속을 꿰뚫었다. 나는 주저앉았다. 이 순간이 되기까지 안으로 참고 참으면서 뛰쳐나올 구명을 찾고 있었던 것처럼 붉게 화난 피가 뭉클뭉클 솟구쳤다.  - 본문 중에서   * 우리가 가장 아름다운
"우리가 가장 힘들었으나 아름다웠던 그 때." 내용보기

중태가 나를 불렀다. 나는 돌아섰다. 그는 성큼 다가오더니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곧이어 날카로운 것이 내 배를찌르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것은 강렬한 아픔을 주면서

내 뱃속을 꿰뚫었다. 나는 주저앉았다. 이 순간이 되기까지 안으로 참고 참으면서

뛰쳐나올 구명을 찾고 있었던 것처럼 붉게 화난 피가 뭉클뭉클 솟구쳤다.

 - 본문 중에서

 

*

우리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 그 순간을 알아채주고, 찬미해주고, 사랑해줄 누군가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헛헛하고 가슴 아플 것이다. 신이현이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구나 언제나 안으로 안으로 참고 참으면 언젠가는 터져 나오고 만다. 상처.

상처는 순식간에 벌어지고 피를 흘린다. 누군가 알아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순간이 지나고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순간도 지나고 어느새 상처에는 딱딱하게 딱지가 내려앉게 되지만 그래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돌아 가는 것 같지만 늘 그렇듯 모든 상처는 흔적을 남긴다. 몸에든 혹은 마음에든. 그리고 그 상처는 그 흔적은 때로 되돌릴 수 없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러기 전에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었으면 그렇게 되기 전에 조금만 더 용기를 내 주었으면 그러기 전에 그러기 전에.... 하고 바라게 되는 일들이 살면서 자꾸만 늘어간다.

  피해자 라는 말을 생각하면 신이현의 이 짧은 소설과 " 나라가 전쟁, 기근, 경제공황과 같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일방적인 희생을당하는 세대는 노인, 청소년, 유아들이다."라는 작가 서문

이 생각난다. 나라의 어려움에 아무런 공조도 하지 않았으나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그들. 그들은 그 모든 잘못에 아무런 보탬도 하지 않았지만 무엇을 어찌 해보지도 못한 채 삶의 벼랑으로 내몰리게 된다. 특히 이 소설에는 청소년 시기라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가장 황폐한 세상과 마주하게 되는 괴로움을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그러한 안타까움에 대한 소설이다.

지금 이 순간 쳥소년인 그들, 방황하는 그들, 손을 내밀지 못하고 망설이는 그들, 안으로 삭이면서 상처를 덧내는 그들, 아름다운 꽃을 채 피기도 전에 꺽어버린 그들, 위태로와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 우리들은 그 시기의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며 지금까지 왔는지 생각해 본다. 

아이엠에프 시대에 쓰여졌지만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허뭄

g*****6 2008.05.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