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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과거로 떠나는 즐거운 주말여행 - 홍성원 단편집 [주말여행]
나는 곡예를 싫어한다. 특히 언어의 곡예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바다.
더구나 그것이 의뭉한 암수(暗數)로서 동원되었을 때는
나는 증오가 아니라
뱃속으로부터 맹렬한 경멸을 느낀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모처럼 즐거운 주말을 보냈다.
홍성원의 소설집 [주말여행]을 읽으면서 30년 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 시간여행을 떠나는 즐거운 무전여행과도 같았다. 낡고 오래된 먼지 쌓인 세월의 때를 벗겨 낸 아련한 애틋함을 느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세대들의 힘겨운 삶속에서 일탈들을 꿈꾸는 것을 보며 상상나래를 퍼덕이며 묘한 관음의 즐거움을 느낀다. 답답한 현실에 못 이겨 충동적으로 뛰쳐나와 계획도 목적지도 준비도 없이 훌훌 떠나온 여행, 6월이 햇살이 푸른 초원에 따사로운 빛을 내리는 자유로운 마음 뿐 이었다. 물론 내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지 소설의 내용은 그렇지는 않다. 소설속의 여행은 번민과 권태로움으로부터 탈출하고자하는 안타까움과 반복되는 일상의 따분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온통 월드컵 응원으로 집단전염병에 광분하고 있을 때, 홀로 떠나는 독서여행의 발걸음은 가볍고 상쾌하다. 이 소설집 홍성원의 [주말여행]이 함께 했기에 더욱 마음이 여유롭고 편했다.
서두의 작가의 말처럼 작가 홍성원의 글들은 의뭉한 암수 같은 것들은 없다. 암수는 속임수 이다. 일반적으로 소설하면 꾸미어낸 속임수라고도 생각할 때가 있다. 추리소설이나 연예소설 아니면 드라마 영화 등등에서 보이는 트릭, 독자가 숨겨진 트릭 찾아내는 쾌감을 이 소설에서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이 [주말여행]에서 작가는 속임수일거라는 생각에 대해, “강경하게 맹렬히 비난한다.”, 라는 말을 사용하며 최대한 솔직해지기를 원했다. 물론 그 의도에 맞게 수록된 여섯 개의 작품 곳곳에 자연스럽게 솔직함 들이 묻어난다. 무릇 인간의 삶이란 세월이 30년이 흘렀다 하여 달라질게 별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는 유신정권아래 서슬이 퍼랬었고 검열과 제약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기도 했다. 지금은 당시와 비교하면 억측일수도 있지만 생활도 많이 나아지고 의식수준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다만 당시와 달리 또 다른 욕망의 상대적 박탈감과 복잡해진 일상으로의 권태로운 버거움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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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홍성원은 선이 굵은 역사소설과 대하소설을 쓰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대하소설류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기에 그의 작품 또한 관심이 없었다. 소설을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의 추천으로 이 단편집을 보고 소설가 홍성원에 대한 작은 나의 편견을 벗겨 버리기에 충분했다. 홍성원은 내가 알고 있는 작가들중 정말 뛰어난 작가임을 틀림없다. 주제와 내용이 가벼운 흥미롭고 그만의 독특한 재미까지도 마음에 들지만 진짜 내 마음 사로잡은 것은 생각하게 하는 진지함이었다. 서두에도 말했듯 가식적이 않는 솔직한 표현들이 매력적인것과 건조하고 자연스런 문체는 30년 세월의 벽을 허물기에 가장 큰 작용을 했다. 그리고 내게 참 잘 맞는 소설이라 생각되어 책을 읽는 내내 참으로 뿌듯했다.
이 작품집[주말여행]은 문학과 지성사 창립 30주년을 기념으로 스터디 셀러를 새롭게 재 발간한 것이란다. 문장과 글자체도 현대적으로 큼직하게 꾸며 세월에 빛바래 있던 것을 되살려 놓았다. 잊혀 져 버릴 훌륭한 작품을 새롭게 생명을 불어 넣어 다시 내놓은 출판사에게 끝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2006.6.21) [인상깊은구절] 인간에게는 본래적으로 이런 엉뚱한 충동이 조금씩은 내재하는 모양입니다. 다만 이 충동을 억제하여 행동으로만 옮기지 않을 뿐 머릿속으로는 더 끔찍한 상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p84 정신병이란 과다한 사유가 만들어낸 일종의 정신적 사치병이죠. 이번에 이 떠들썩한 살인 사건도 저는 불안 의식의 과잉 반응이 만들어낸 일종의 정신적 사치병이라고 생각합니다. p89 예수님 같은 위대한 성자는 그 소망도 범인과 다른 어마어마한 거이었죠. 지구 위에 사는 모든 국가의 백성을 당신을 믿고 따르는 정신적인 종들로 만들려고 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이 살인사건의 범인도 욕심이 보통은 아닌 것 같습니다. p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