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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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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은 ‘오늘 아침, 느티는 아프다.’이고, 마지막 문장은 ‘느티는 그날, 기분이 참 좋았다!’이다. 마음이 아픈 아침으로 시작해서 기분이 참 좋은 날로 끝맺는다. 느티나무가 처음에는 아프다가 나중에는 기분이 참 좋아지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느티나무는 200살쯤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들 하지만 정확한 나이는 아무도 모른다. 느티나무 나이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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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은 ‘오늘 아침, 느티는 아프다.’이고, 마지막 문장은 ‘느티는 그날, 기분이 참 좋았다!’이다. 마음이 아픈 아침으로 시작해서 기분이 참 좋은 날로 끝맺는다. 느티나무가 처음에는 아프다가 나중에는 기분이 참 좋아지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느티나무는 200살쯤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들 하지만 정확한 나이는 아무도 모른다. 느티나무 나이 200이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지만 무슨 까닭에서인지 몇 해 전부터 이파리를 제대로 피워 내지 못한다. 사람들은 느티나무가 죽어 가는 까닭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을 일삼는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주로 환경 오염을 원인으로 꼽는다. 아파트 건축 때문이라며 아파트 단지를 향해 공연히 삿대질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너브대 토박이들은 느티나무 스스로 목숨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이파리를 제대로 피우지 못하는 느티나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그러다가 갓등 하나를 달고 가로등 역할을 하게 되면서 쓸모를 찾았다. 어설픈 빛으로나마 공터를 밝히는 빛이 된 것이다.


가로등 노릇을 하는 느티나무는 자신의 아래에 모이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마음이 아프거나, 슬프거나, 깊은 명상에 잠기거나, 밤새 우우 울거나, 우울하다. 사람들 마음이 느티나무에게 전이되는 까닭이다. 사람들이 느티나무를 찾는 것은 마음을 달래러 오는 게 대부분이듯이 사연이 밝을 리 없다. 그렇지만 가슴 뭉클한 사연도 있다. 또한 사람들이 길을 가다가 느티나무 아래 모이는 것이 어떤 인과관계를 갖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듯이 서사도 인과관계가 크지 않다. 사건들은 우리의 일상처럼 자연스레 흘러간다. 마치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서 듣는 이야기처럼 편안하다.


느티나무가 서 있는 곳은 너브대 마을이다. 북쪽을 제외한 동쪽, 서쪽, 남쪽 방향이 모두 벌판으로 툭 트여 넙데데해서 너브대로 불리는 마을. 휘황찬란한 도시와 아파트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다. 그렇다 보니 모진 사람들이 없다. 득남을 바라는 것 때문에 노망이 든 욕쟁이 할멈, 노름으로 한탕을 하여 인생역전을 꿈꾸는 순호 아버지, 억척스럽지만 식구들에게는 품 넓은 순호 엄마, 농약을 잘못 먹고 백치가 되어 살아가는 순심이, 복화술을 하며 인형과 함께 떠도는 가로등지기, 종말을 외치는 전도사, 가출한 엄마를 기다리는 단비 등 한결같이 마음 여린 사람들이다. 공팔봉 씨가 인색하고 인정머리 없지만 끝내 좋은 사람으로 바뀌고, 모진 단비 엄마는 너브대를 떠나며, 너브대를 떠나고 싶어 하는 순호는 가출을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욕쟁이 할멈은 아예 세상을 떠난다. 너브대 사람들은 넙데데한 마을을 닮았다.


순호의 눈에서는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너브대의 밋밋한 풍경이 마구 일그러졌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불쌍했다. 엄마와 아버지와 순심 누나와 공팔봉 씨와 단비와 단비 엄마와 욕쟁이 할멈과 전도사와 가로등지기와 너브대의 밋밋한 풍경이 불쌍했다. (174쪽)


떠날 사람은 떠났다. 너브대까지 밀려와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은, 이파리를 피워내지 못하는 느티나무처럼 가난하지만, 오늘을 살아간다. 순호는 다시 새벽부터 일어나 길 위에 또렷한 자전거 자국을 남긴다. 눈 쌓인 작은 길 위로 아침 햇살 반짝이니 너브대 사람들을 지켜보는 느티나무 마음이다. 작가의 눈이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0.12.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