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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원장에서 후포리 남서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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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일상을 파고들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이왕이면 참신한 얼굴을, 우리의 삶에서 크게 동떨어지지 아니 한 형태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대중이 원한다는 걸 일찌감치 언론은 간파했다. 일반인이 연예인들과 커플을 이루어 가상 연애를 즐기고, 연예인의 가족이 심심찮게 브라운관에 등장한다. 이는 언론의 의도와 대중의 수요가 만나 빚어낸 결과물이다. 지난해 SBS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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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일상을 파고들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이왕이면 참신한 얼굴을, 우리의 삶에서 크게 동떨어지지 아니 한 형태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대중이 원한다는 걸 일찌감치 언론은 간파했다. 일반인이 연예인들과 커플을 이루어 가상 연애를 즐기고, 연예인의 가족이 심심찮게 브라운관에 등장한다. 이는 언론의 의도와 대중의 수요가 만나 빚어낸 결과물이다.

지난해 SBS 연애대상에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자기야-백년손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연예인이 아님에도 유명인사가 된 그녀의 이름은 이춘자. 프로그램은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가 거주하고 있는 마을인 후포리 또한 유명하게 만들었다. 잊혀져가던 어촌 마을이었던 후포리로 적잖은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그램의 덕을 본 이가 하나 더 있다.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남재현 원장이다. 당뇨, 성인병 비만 등을 전문으로 하는 프렌닥터내과의원의 원장이기도 한 그는 왠지 ‘후포리 남서방’이란 호칭이 더 잘 어울린다. 어딘가 모르게 딱딱하고도 권위적일 것만 같은 의사의 모습이 적어도 방송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그의 모습에선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늘 웃는 얼굴인 그를 볼 때마다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낀다. 더는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시대다보니 사람들은 그의 삶을 오해한다.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해 의사라는 탄탄한 직업을 갖게 된 인물로 말이다. ‘뒷골목 선술집에 마주 앉아 부담 없이 이야기하듯 엮었’다는 그의 말처럼 책은 큰 무게감이 없었다. 주로 방송에 얽힌 이야기와 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으며, 그 외엔 이것저것 생각들을 늘어놓았다. 산만하다면 산만할 수도 있는 구성이었고, 가벼이 읽자면 얼마든지 가볍게 읽을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잖아도 방송을 통해 어느 정도 낯이 익은 인물이었지만, 책을 통해 나는 그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다.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교사로부터 쓴소리를 듣는 일이 잦았다. 결핵으로 한 쪽 폐와 다른 쪽 폐의 3분의 2 가량을 절제한 아버지는 오랜 기간 요양을 했다. 스스로를 설명하길 빡빡 민 머리에는 땜통이 가득했고, 말수가 없어 외톨이처럼 지냈다고 했지만 왠지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시대 자체가 가난했다고 보면 맞을 것이라며 이미 내 안에 형성된 그의 이미지를 굳히려 들었던 건 인간이 언제나 현재에 근거한 사고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보다는 덜 치열했고, 그래서 조금만 노력하면 원하는 대학에 얼마든지 진학할 수 있었다 할지라도 서울대와 연세대, 그것도 의대가 그리 쉬운 곳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나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가 듣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의 과거가 아닌 현재 이야기라고 말이다.

방송에서 이춘자 여사는 방송이라고는 전혀 모른다는 듯 속사포 어법을 구사하곤 한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은 뭔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해 자막을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사위인 저자조차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었다. 처음 방송 섭외가 들어왔을 때 출연을 고사했던 이유로 그는 말을 꼽았다. 50% 이상은 독해를 하지 못하는데 1박2일 동안 처갓집에서 보내야만 한단 사실은 상상조차 불가능했다나. 시청률을 까먹겠구나 싶었던 방송이 의외의(?) 성공을 거두고, 무려 2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건 앞서 언급한 ‘평범함의 힘’ 때문이지 싶다. 방송을 크게 의식 않고 하고픈 말을 꾸밈없이 내뱉는 모습은 인위적이고도 자극적인 무언가에 질린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했을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어려웠을 관계가 정기적으로 방송을 위해 만나면서 달라졌다. 먹으러 다니는 방송과 더불어 이런 방송이야말로 한 번 즈음 사람들이 출현하고파 하는 방송이 아닐까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방송에서 접할 수 있는 그의 모습은 여유로웠다. 그러나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듯 그는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이 책에 털어놓았다. 의사도 약사도, 변호사도 망할 수 있는 시대라고 했다.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다더니 그는 개업을 하면서 적잖은 빚을 졌다고 한다. 병원 또한 일종의 영업이다. 사업장 건강검진에 매달리고, 심지어 미용분야까지 파고드는 병원들이 많은데 그 또한 생존을 위함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다행이도 그는 아직 건강하다. 방송의 덕도 조금은 보았지 싶다. 개원 이후 쉬어본 적이 없다고 하였으나 피로감보다는 미래를 향한 긍정적인 마인드가 느껴졌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자신감. 이는 제2의 고향이 된 후포리에 언젠가는 정착해 살겠다는 다부진 계획과 함께 조금씩 성숙해가고 있었다.

우연히, 공짜로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오늘날 그와 그의 장모가 얻은 유명세 또한 그간 성실히 살아온 결과지 싶다. 방송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길 없지만 방송으로 비롯된 친근한 관계가 계속되길 바란다.

 

q*****2 2016.01.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