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책의 크기에 끌려서 열었다가 그냥 덮어버렸었다. <세상을 바꾼="" 궁전="">이라니, 뭔가 어마어마한 인력동원과 웅장한 건축양식에 대한 얘기일 것 같은데... 막상 열어보니 궁전 하나에 두 페이지씩 할애한 것이 그다지 깊이있는 내용을 다루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겉만 화려한 수박 겉핡기류의 소개서는 싫어하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태국여행 때 반해버렸던 왕궁 사진에 눈이 꽂혀서 책을 펼치게 되었다. 목차를 훑어보니 프랑스, 스페인, 터키, 중국, 이집트..다양한 나라들이 섞여있다. 나라별로 묶은 것 같지도 않고...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끌리는 대로 찍어서 읽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책은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독자를 자유롭게 해주는 목차인 것도 같다. 덕분에 그냥 지나칠 뻔 했던 책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결론은,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다. 어떤 건축물이 그것을 짓도록 명령한, 또는 거기 살았거나 그러다가 죽어간 사람들로부터 따로 떼어질 수 있을까? 중국의 마지막 황제 푸이는 철부지 어린아이였고, 그때 막 들여온 자전거를 배우기 위해 자금성 안의 문지방을 모두 없애게 했다. 영국에 있는 로열 파빌리온은 이슬람식의 아름다운 궁전인데, 그 지방에 갔다가 어느 여인에게 반한 조지 4세가 그녀를 위해 만들고 거기 머물렀다. 물론 후에 그 여인을 배우자로 맞아들이게 되지만.. 뿐만 아니라 바다를 사랑했던 막시밀리안 대공은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테 근교로 갔다가 그곳의 경치에 반해 미라마레 성을 짓고 살았다. 그러나 행복도 고작 몇 년, 나폴레옹 4세의 명령으로 멕시코를 다스리기 위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다. 책을 읽다보면 티벳의 달라이 라마나 중국 황제 푸이, 스페인의 돈 카를로스 등 들어보았던 이름도 나오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들이 훨씬 많다. 유명한 궁전도 있고, 그렇지 않은ㅡ왕족의 지방 별장쯤 된다고 할 수 있는ㅡ곳들도 있다. 궁전의 건축이나 미술양식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은 약간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궁전에 얽힌 이야기''를 감상하며 읽는다면 정말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풍부한 책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진 구성에 관한 것이다. 한 궁전을 설명하는 양면에는 사진이 4~5컷씩 들어있는데 왼쪽 면에는 내용이, 오른쪽 면에는 거의 3분의 2면을 차지하는 큰 사진 위주로 실려 있다. 그런데 이 큰 사진이 무척 아름다운 것도 있는가 하면 비교적 질이 떨어지는(별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도 가끔 보여서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 궁전 자체가 소박한 것인지, 아니면 저자의 사진 실력 문제인지는 직접 가보지 않았으니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다른 사진들은 공간상으로 어쩔 수 없이 크기가 작은 편인데, 저자가 미술사학을 전공한 사람이라서 내용과 관련된 미술작품도 하나씩 꼭 들어있다. 좀더 크게 보았으면 흥미로울 그림도 조그만 것을 애써 들여다보자니 대충 지나치게 된다. 아마 출판사에서도 고심 끝에 정하신 구성이겠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더 좋은 책이 될 수 있었으리라는 점에서 못내 아쉽다. 이 책을 읽고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는데, 미국 샌시미언에 있다는 허스트 캐슬이다. 언론계의 대부였다는 랜돌프 허스트가 만들게 했다는데, 각국에서 끌어모은 미술품들을 전시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사진을 보니 이탈리아식 수영장이 무척 아름답다. 여기 가면 전세계 미술,건축의 아름다움을 뷔페처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도 소개한 것이 이 책의 좋은 점이다. 유럽뿐만 아니라 터키, 이집트, 쿠바, 인도, 체코, 러시아...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어 즐거웠다.세상을> |